[인터뷰] 김진성 대표 I 사회적 기업 투파더(ToFather)
전국 공동주택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마이에너지’ 개발
9월 서비스 오픈 이후 입주민도 전기요금 정보 이용 가능

한낮 기온이 30℃를 넘으면서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나기 위해서는 에어컨 바람이 필수가 됐다. 에어컨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블랙아웃’(광역 정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전기는 때로 요금 분쟁을 낳기도 한다. 대다수 아파트는 세대와 공용부분의 구분 없이 아파트 전체의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료가 산정된다. 이 과정에서 전기를 적게 쓰는 세대는 공동전기료 부담이 높아지고 전기를 많이 쓰는 일부 세대는 공동전기료 부담이 감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장 출신이 발 벗고 나섰다. 공동주택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한 사회적 기업 투파더(ToFather)의 김진성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진성 투파더 대표
김진성 투파더 대표

 

투파더는 어떤 기업인가.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에너지 공급사인 한국전력과 소비자인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 공동주택 관리종사자가 겪는 다양한 전기요금 관련 민원을 데이터로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난 5년 동안 수행했다.”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한 기회에 공부해보니 한전이 부과하는 아파트 전기요금의 구조적인 문제는 에너지 소비 행태의 변화와 건물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획일적 전기요금 제도였다. 에너지 공급자, 건물 관리자, 에너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간 정보가 제한돼 있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 쉬운 구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수치화하고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시각화해 플랫폼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2016년 중순, 주상복합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장으로 건물관리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건물의 공동설비 시설은 여느 건물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공동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게 이상했다. 그래서 한전의 전기요금 계산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고 한다. 

 

아파트 전기요금은 어떤 구조인가.

“용도에 따라 주택용, 산업용, 가로등, 전기차로 구분할 수 있다. 주택용은 세대에서 사용하는 전기소비량, 산업용은 소방펌프를 제외한 각종 동력 펌프의 전기소비량을 의미한다. 한전과 아파트가 체결하는 전기 계약방식은 종합계약, 단일계약, 호별계약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종합계약과 호별계약의 경우, 세대는 주택용 저압, 공용부문은 일반용으로 계산되고 단일계약은 세대와 공동전기 소비량을 합산해 주택용 고압으로 계산된다. 1년에 한 번 아파트의 선택에 따라 전기 계약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 

 

아파트 전기요금 분쟁의 원인은.

“한전 계약방식(종합, 단일)과 관리사무소 부과방식(저압, 고압)에서 분쟁이 빚어진다. 아파트와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에 우리 집과 옆집, 승강기와 주차장, 때로는 전기차 소비량까지 하나의 고객으로 바라보는 단일계약방식 제도가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아파트 전기요금은 관리의 투명성, 선택의 합리성, 분배의 형평성이 골고루 충족돼야 하는데, 정보 부족으로 인한 관리사무소의 현상 유지 편향도 한몫한다.”

 

그런 분쟁의 해결방안이 있나.

“같은 전기량을 사용한 경우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20%나 전기요금이 저렴한 데도 많은 소비자는 이를 모르고 산다. 내가 내는 전기요금이 비싸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데이터와 플랫폼에 있다. 데이터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하고, 플랫폼은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

 

‘마이에너지’는 어떤 서비스인가

“전국 공동주택 에너지에 관한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전국의 약 1만 개 아파트 단지의 전력 소비량 통계정보를 지도 위에 시각화했다. 예를 들면 A아파트가 어떤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채택하고 어떤 기준으로 공동 전기요금을 배분하는지, 또 얼마의 전기요금을 손해 보고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투파더는 지난 5년 동안 공동주택을 비롯한 건물 300여 곳의 전기요금 데이터 분석 컨설팅을 진행했다. 현재는 전기요금 컨설팅을 신청하는 소장에게 해당 아파트 단지의 에너지 분석 보고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9월 중순 경 PC와 모바일 버전으로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김진성 투파더 대표가 ‘마이에너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성 투파더 대표가 ‘마이에너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마이에너지’ 플랫폼이 오픈되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지는가. 

“현재 소장에게만 전달하는 전기요금 분석 보고서보다 상세한 정보를 마이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전 입주민이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입주민은 마이에너지 내 ‘에너지 청원’ 기능을 통해 해당 아파트의 전력 소비량을 문의할 수 있다. 해당 문의에 같은 단지 입주민 10%가 전력 소비량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다고 서명하면 상세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무료로 오픈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조건 없이 공유돼야 플랫폼의 가치도 극대화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계약방식 선택과 분배의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관리를 한 명의 건물 관리자에서 5000만 명의 전기 사용자로 이동시키고 싶었다. 관리사무소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모바일로 옮겼더니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지금 전력시장 문제를 파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 사용 피크 시기는 8월 둘째 주며 전력 공급능력은 10만900㎿로 예상된다. 7월부터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이 ㎾h당 5원 인상했고, 10월에는 ㎾h당 4.9원 인상이 예정돼 있어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파트 전기요금을 낮출 방법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공동 전기요금의 누진 구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한전은 단독주택의 경우 세대에 직접 전기요금을 부과한다. 대다수 아파트에는 건물 단위로 요금을 부과한다. 단일계약 방식 단지의 경우 전기 사용량별 기본요금은 200㎾h 이하 사용 시 730원, 201~400㎾h 사용 시 1260원, 400㎾h 초과 사용 시 6060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평균전력 사용량이 400㎾h에서 단 1㎾h만 증가해도 모든 세대의 공동 전기요금이 한 달에 약 5000원 늘어난다. 아파트 전기요금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누진 3단계 구간의 전력소비를 5%만 관리해도 전국 아파트 공동 전기요금이 연간 약 300억 원 절감된다.”

 

아파트별로 절감되는 전기요금은. 

“일반적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5~10%가 절감된다. 전기소비량이 적은 단지는 최대 20%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될 연료비 조정 금액과 기후환경요금 인상액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추후 개발하려는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아파트 입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구매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이 서비스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에너지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 날씨의 변화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이 달라져 겪는 전력 계통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현재는 전기를 절감하면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사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시민들의 에너지 절감에 대한 노력을 이러한 경제적인 보상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인센티브와 결합해 마이에너지 서비스를 더욱 쉽고 재미있으며 유익함까지 갖춘 서비스로 만들고 싶다.”

 

전국의 아파트가 전기요금 고민이 많다. 아파트 소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는 관리사무소장을 돕는 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복잡한 아파트 전기요금 문제는 마이에너지에 맡기고 소장은 본연의 건물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서비스를 개발하겠다.”

김성일 주택관리사는 “2년 전 투파더의 전기요금 컨설팅을 통해 당시 근무하던 아파트의 전기요금을 연간 5000만 원 절감했다”고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력감축 카드를 꺼내는 아파트가 많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전기료 절감이야말로 최선의 관리비 절감법”이라고 주장한다. 아파트 관리비 절감을 환영하지 않는 입주민은 없다. 전문 관리서비스로 가능해지는 일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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