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사진=펄스나인]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사진=펄스나인]

국내에서 가상 현실 인물로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과 ‘류시아’·‘사이다’ 이후 오랫동안 공중파에서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에 비주얼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있고, 후속으로 무언가 하기에는 실용성과 비용측면에서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3년 후인 2021년에 사이버 가수는 버츄얼 휴먼이라는 이름으로 놀랄만한 퀄리티로 다시금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된다.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ETERN!TY)’는 등장하자마자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음악시장을 휩쓸었다. 사람들이 놀란 포인트는 이터니티가 가상의 인물이면서도 현실의 인물처럼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으로, 그녀들은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각종 예능과 행사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활약하게 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터니티의 뒤에는, 이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제작사 펄스나인(PULSE9)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터니티와 앞으로의 가상 아이돌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펄스나인은 어떤 기업인가요? 또 회사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2017년 7월에 펄스나인을 창업했습니다. 9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들어간 AI 빅데이터 대학원에서 딥러닝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대학원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에 흥미를 느껴 스스로 깊게 파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토론과 논문 공부, 서울시 창업경진대회 수상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딥러닝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처음 창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어요. 창업을 하면 힘든 일도 많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다고요. 그래도 창업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지금은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책임감’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 같아요.

1인 창업으로 시작한 펄스나인은 사업자등록, 법인등록을 거쳐 규모가 점차 커져갔습니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인간과 AI가 콜라보레이션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고, 전 직장 동료들을 모아 팀을 꾸려 지금의 펄스나인까지 성장했습니다.

Q. 펄스나인하면 생각나는 아이템은 바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아이돌 이터니티일 것입니다. 가상 아이돌은 어떠한 경위로 탄생하게 되었나요? 

A. 버추얼 셀럽 제작사 펄스나인의 주력 서비스는 가상 인물의 이미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입니다. 초창기 펄스나인은 예술작품 위주로 이미지를 생성하다가 기술개발을 이룩해 실제 사람과 흡사한 가상인간의 얼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K-pop 스타를 만들자는 내부 아이디어가 나와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것이 가상 아이돌 산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입니다. 

아리랑라디오
아리랑라디오  ‘Super K-pop’에 출연한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오른쪽) [사진=펄스나인]

Q. 이터니티의 기술은 딥페이크와 메타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러 기술이 더 포함된 것 같습니다. 이터니티를 제작할 때 어떤 기술들이 사용됐나요?

A. 펄스나인은 ‘딥리얼 AI’와 ‘딥리얼 Live’ 기술을 통해 이터니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딥리얼 AI는 원하는 데이터를 넣으면 3초 만에 가상인물을 만들어 내는 자동화 서비스입니다. 딥리얼 AI로 K-pop 아이돌 20년 역사의 얼굴 데이타 수십만 장을 학습해 탄생한 가상 인물 중에 일명 ‘심쿵챌린지’라고 불리는 이상형 월드컵으로 최종 11명을 선정해 데뷔한 가상아이돌이 이터니티입니다. 

최근 이터니티(Eternity) 제인이 아리랑라디오 ‘Super K-pop’의 게스트로 초대되어 생방송 보이는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이번 실시간으로 제인의 얼굴이 합성되는 기술은 딥리얼 라이브(LIVE)로, 실제 사람 진행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표현했습니다. 가상인물의 얼굴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실시간 페이스 스왑한 거예요. 가상인물을 생방송으로 구현한 것은 처음이라 화제를 모았어요.  

지금 이터니티는 얼굴만 가상화 해 만들어 냈지만, 장기적으로는 배경이나 몸, 패션이나 헤어스타일까지 전부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이용해 완성될 계획입니다.

Q. 이터니티 각 멤버의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캐릭터의 형성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까?

A. 이터니티의 세계관은 사랑데이터를 찾아나선 11명의 여전사 이야기입니다. 지구에서부터 먼 우주. 지구와 평행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행성 아이아(AIIA)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아에는 지구인과 비슷한 모습에 아이안(AIIAN)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성 아이아에 중심에는 아이아의 찬란한 문명과 아이안의 행복을 지켜준 에너지원이 존재합니다. 아이안들은 그것을 붉은 꽃이라 불렀습니다. 붉은 꽃을 통해 아이안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붉은 꽃이 점점 시들어 가게 됩니다.

엄청난 문명과 기술을 자랑했던 아이인들 조차도 점점 시들어 가는 붉은 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년간 노력했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지구에서 지구인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붉은 꽃을 다시 피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안들은 지구인들에게 사랑을 받을 방법을 생각하고 지구인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22명의 아이안들을 선별하게 됩니다. 그 중 소녀 전사들이 먼저 지구에 도착해서 사랑 데이터를 얻기 위한 K-POP 아이돌 ‘이터니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터니티 11명의 멤버는 모두 각각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터니티 데뷔전, 이터니티의 세계관 큰 틀은 틱톡에서 짧고 톡톡 튀는 정보 영상으로 Z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스타트업 ‘뉴즈’와 협업을 통해 구축을 했어요. 데뷔 후 디테일한 전문성을 위해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협업을 해 세계관을 비롯해 시나리오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Q. 이터니티 제작 중에 어려우셨던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아무래도 1집 ‘아임리얼(I’m real)’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I’m real’ 뮤직비디오는 이터니티의 첫 앨범이자 펄스나인의 첫 작업이기도 했어요. I’m real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의 작업 퀄리티가 확연히 달라 뮤직비디오 완성 후 아예 다시 작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결국 나아지는 기술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판단해 재작업 없이  ‘I’m real’ 뮤직비디오를 선보였고 그 결과 많은 혹평을 받았으나 점점 나아지는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그 혹평이 호평이 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이터니티 팬들은 이것이 하나의 성장스토리와 같이 느껴진 것 같아요.  

이터니티의 3번째 싱글 , 파라다이스의 뮤직비디오 한장면 [사진=펄스나인]
이터니티의 3번째 싱글 , 파라다이스의 뮤직비디오 한장면 [사진=펄스나인]

Q. 이터니티는 지난 5월 3번째 싱글이자 뮤직비디오인 ‘파라다이스’ 공개 2일만에 시청 100만 회를 찍었습니다. 이러한 인기의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재 3번째 싱글 ‘파라다이스(Paradose)’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440만회, 이터니티 유튜브 콘텐츠 누적 조회수 1700만회를 돌파했어요. 가상아이돌에게는 이례적인 기록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외 팬들의 경우, 처음에는 이터니티를 가상아이돌이라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가 이제는 가상아이돌로만 생각하지 않고 K-pop 스타로 인정해 주는 것 같아요.  ‘이터널(Eternal)’이라는 팬덤이 생기고 팬아트와 팬픽 등을 선물해 주시기도 해요. 이터니티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상아이돌로 칭해지기도 합니다.

Q. 최근 전세계적으로 버추얼 유튜버, 버츄얼 아이돌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 채널 매출 1~4위가 버츄얼 유튜버로 채워질만큼 인기와 선호도가 큰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보십니까? 

A. 기업과 브랜드에서 버추얼 휴먼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된 것뿐 아니라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딱 맞는 버추얼 휴먼을 처음부터 끝까지 키우고 싶은 욕심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최근 VR챗 등을 이용한 메타버스 만남의 장이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데,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공연장을 만들어 아바타를 쓰고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터니티와 같은 버츄얼 아이돌도 이러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공연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A. 이터니티는 지난해 8월 이터니티 2번째 싱글 ‘노필터(No filter)’의 쇼케이스를 게더타운에서 열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터니티는 딥리얼 라이브를 통해 이제 언제든지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므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공연하고 팬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습니다. 곧 선보일테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Q. 최근 펄스나인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2022 퍼스트 펭귄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카카오계열사인 넵튠의 투자도 받았습니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시리즈 A 유치를 기획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목표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9월 4번째 싱글앨범이 나오고 올해 말 이터니티 정식 앨범과 이터니티 완전체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한 회사에서 11명의 버추얼 휴먼을 각자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업계의 큰 반향을 일으키기 충분한 소재인데 펄스나인은 11명의 버추얼 휴먼을 가상아이돌로 한 무대에 세워 완전체로 나오는 것입니다. 또 딥리얼 라이브를 통해 생방송 활동과 함께 팬들과 소통을 더욱 활발히 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터니티 팬들과 펄스나인을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유롭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 [사진=펄스나인]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 [사진=펄스나인]

A. 펄스나인은 이터니티를 시작으로 남자 가상아이돌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월트디즈니처럼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가상 캐릭터를 자사 IP로 활용하는 월트디즈니처럼 펄스나인도 ‘실사판 월트디즈니’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펄스나인은 현재 성장기에 있는 회사입니다. 리더가 돼 구성원을 이끌기 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고 재밌고 훌륭하게 해내는 레고 같은 조직이 되길 바랍니다. 하나의 레고 조각이라도 빠지면 작품을 만들기 어렵듯이 펄스나인 구성원들도 서로 연대하며 다 같이 조직을 이끌었으면 합니다. 레고 하나하나가 쌓여 단단한 성을 만들듯 펄스나인이 시장과 소비자에게 ‘작지만 스마트하고 강한 기업’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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