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시즌 합병 임박…MAU 500만 이상 토종 1위 플랫폼으로 도약

티빙, 가입자 확대로 수익 기반 강화…양질의 콘텐츠 안정적 확보

스튜디오지니, 상승세 탄 콘텐츠 사업 집중…KT 디지코 전환도 탄력

OTT 성장세 둔화되고 해지율 증가…”콘텐츠 협력 이상의 논의 필요“

KT는 지난 6월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 혜택을 추가했다. 사진. KT. 
KT는 지난 6월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 혜택을 추가했다.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넘버원 OTT가 되겠다.”

양지을 티빙 대표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될까. CJ ENM과 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시즌이 살림을 합칠 전망이다. 두 회사의 통합 OTT가 출범할 경우,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토종 OTT가 탄생하게 된다. 

국내외 미디어·콘텐츠 업체뿐만 아니라 통신 3사까지 뛰어들면서 국내 OTT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OTT를 갈아타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유료 가입자를 잡지 못하면 대열에서 낙오되는 ‘생존의 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티빙과 시즌의 통합 이후 국내 OTT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에 대항한 ‘연합군’이 탄생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띠르면, 티빙과 KT 스튜디오지니는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스튜디오지니는 시즌의 모회사다. 티빙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두 OTT의 합병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합은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방식은 파라마운드플러스와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시즌을 비롯해 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티빙 앱의 전용관을 통해 제공하는 식이다. KT는 티빙 요금제를 내놓은 만큼 자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에 티빙 앱을 탑재하고, 결합 상품을 다양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과 스튜디오지니는 합병설이 불거질 때마다 손사레를 쳤지만 실제 행보는 통합 쪽으로 향했다. 지난 3월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획·제작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콘텐츠 협력을 논의했다. 이후 CJ ENM이 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각 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사업협력위원회가 구성됐다. 

양사의 사업협력위원회에는 강호성 CJ ENM 대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 박천규 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병 논의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사장)과 양지을 티빙 대표도 자사 행사를 통해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지을 티빙 대표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협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티빙.
양지을 티빙 대표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협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티빙.

통합으로 티빙이 얻을 효과는 상당하다. 출혈 경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양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KT는 미디어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2026년까지 콘텐츠 육성에만 약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스튜디오지니는 올해 10편이상, 내년 이후에는 연간 20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 콘텐츠의 질과 양을 단번에 늘릴 수 있다.  

유료 가입자 확대도 예상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1125만명), 웨이브(413만명), 티빙(381만명), 쿠팡플레이(311만명), 디즈니플러스(166만명), 시즌(145만명), 왓챠(114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티빙이 시즌을 품을 경우 500만명 이상의 MAU를 확보하며 토종 OTT 1위를 굳히게 된다. 성장세가 주춤한 웨이브와 SNL코리아와 토트넘 중계를 발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안나’로 존재감을 키우는 쿠팡플레이와의 격차가 벌어짐은 물론이다. 이울러 유료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수익 기반이 보다 공고해질 전망이다.

지속적인 가입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우군 덕분에 초기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5월 기준 KT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1749만명으로, 이들은 티빙의 잠재적 가입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KT의 유료방송과의 시너지도 간과할 수 없다. 채널 ENA는 드라마와 예능 모두 성과를 내고 있다. ‘애로부부’ ‘나는 솔로’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화제성을 갖춘 콘텐츠들로 눈도장을 찍었다. ENA는 향후 3년 간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드라마 30여편을 확보하고 300편 이상의 예능을 제작할 계획인데, ENA 콘텐츠를 다시보기하려는 시청자들이 티빙에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티빙의 외연 확장에 긍정적이다. 티빙은 올해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내년 미국시장 공략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현지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해외 OTT들과의 규모 경쟁에서도 밀린다. 현지 OTT와 제휴를 추진할 때 KT의 해외 네트워크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왼쪽)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마치고 기넘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T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왼쪽)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마치고 기넘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T

스튜디오지니로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구현모 대표의 ‘탈통신’ 의지에 따라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디지코 전환의 핵심으로 꼽힌다. 때문에 꽤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2025년 매출 5조원, 국내 종합 1위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을 공언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KT의 미디어·콘텐츠사업을 이끄는 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 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다만 KT의 자체 플랫폼들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게 한계였다. 시즌의 낮은 MAU로 인해 ‘소년비행’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수’가 연달아 흥행한 것도 사실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 ‘구필수는 없다’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면서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이 재평가 되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지니는 올해 1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준비 중인데 일부 작품은 해외 선판매가 될 정도”라며 “KT 그룹의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로 미디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빙과의 연합을 통해 스튜디오지니는 파급력 있는 OTT를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선순환 효과도 기대해봄직 하다. 넷플릭스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청률은 0.9에서 5.1%로 4회만에 수직 상승했다. 구매력이 높은 2049 타깃 시청률 또한 2.7%나 됐다. 스튜디오지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티빙과 ENA에서 동시에 선보인다면 신생 채널인 ENA 인지도 상승, 타깃 시청자 유입에 따른 광고 단가 상승,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OTT 홍보·마케팅 비용만큼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스튜디오지니는 1000개 이상의 IP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시즌의 통합으로 국내 OTT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2019년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연합한 푹이 합병됐을 때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3년 전만 해도 성장 여력이 충분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상대의 파이를 공격적으로 빼앗아와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의 3강 체제가 굳어져 투자 효과를 기대키 어렵다”고 말했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 이후 국내 OTT 간 통합론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티빙과 시즌의 합병 이후 국내 OTT 간 통합론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OTT는 주요 방송매체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TT서비스 이용률은 69.5%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이용 연령층이 확대되고 유료 서비스 구독자가 늘었다. 50대(5.5%), 60대(6.1%) 등 장년층 이상에서 신장률이 눈에 띄었다. 유료 구독자 비율 역시 전년 대비 20.4% 증가하면서 34.8%에 달했다. 유료에 대한 저항감을 누그러뜨릴 정도로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OTT의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총 1820만명, 전년(3360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더니 올해 1분기에는 유료 가입자 수가 줄었다. 11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1월 3024만명에 달했던 국내 OTT 이용자 수는 4달 만에 2655만명으로 떨어졌다. 

OTT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이용행태 또한 달라졌다. 국내 이용자 1명당 구독하는 OTT는 평균 2.7개로,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고 나면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 OTT 이용자의 41%가 가입-탈퇴-재가입의 루트를 밟았다. 흥미있는 콘텐츠가 없으면 해지했다가 새 콘텐츠를 보기 위해 다시 찾는 식의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OTT통합론을 제기했을 때 업계에서는 부정적 입장이 우세했다. 사업 규모, 주력 콘텐츠, 타깃 시청자, 운영방식 등이 다르고 OTT 수익이 콘텐츠 제작사로 일부 흘러 들어가는 점을 들어 ‘통합은 무리’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콘텐츠 협력에 플랫폼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세가 한풀 꺾인 점을 고려하면 통합론을 논의하기에 적기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 6월 넷플릭스의 MAU는 1117만명, 1월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하반기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4편을 공개하는 등 신규 콘텐츠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에 넷플릭스에 대항한 연합군을 만들자는 주장에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규모의 경제에서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합리적 선택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 역시 데일리임팩트에 “콘텐츠 사업 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데, 영화와 달리 OTT는 매달 1개 이상의 새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 까닭에 투자 부담이 더 크다”며 “플랫폼 경쟁력에 따라 콘텐츠 흥행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OTT 사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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