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커뮤니티, 달글을 따라가면 내가 있다

"안녕하세요, '명왕' 문재인입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7년 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커뮤니티 '루리웹' 유저들을 향한 영상 메시지가 게재됐다.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이용자인 '딴게이'를 향한 영상도 함께 올라왔다. 두 커뮤니티 모두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여 하나의 '성향'을 띄게 된 곳이었다. 또 하나의 선거 유세였다. 

그리고 5년후인 2022년 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딴게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 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은 보배드림, 오늘의유머, 인벤토리, 뽐뿌 등 이재명 후보 지지 성향인 커뮤니티에도 일제히 게재됐다. 각각의 특성에 맞춘 커뮤니티 용어, 호칭까지 살려 그들에게 융화됐다. 유세의 중심이 과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한 셈이다.


'현실세계 보조’에서 ‘세대정서, 집단지성’의 메카로

MZ세대를 이해하는 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MZ들의 일상은 이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지금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X세대의 그때 그시절 '커뮤니티' 나 기성세대들의 많이 참여하고 있는 '다음 카페'와는 차원이 다르다. 

비즈니스용 웹 분석 서비스 업체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로는 디씨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일간베스트, 네이트판, 루리웹, 뽐뿌, 더쿠, 클리앙, 인벤, 인스티즈 등이 있다. 1999년 첫 문을 연 디시인사이드를 필두로 신흥 세력인 에펨코리아가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그 뒤로 루리웹, 뽐뿌, 더쿠 등이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세대는 18~34세가 압도적이다. 그외 연령대의 이용률 합계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무한대로 세분화할 수 있는 공론장이 마련되자 '물 만난 고기'가 됐다. 김지훈(24, 대학생)씨는 "게임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식집사'인 만큼 식물 관련 게시물로 힐링하고, 관심있는 식물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일종의 유흥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자 커뮤니티로의 외출 시간은 더 길어졌다. 2021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현황에 따르면 한달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비율은 74.8%에 달했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헤비 유저 이용자도 27.1%에 달했다.  단순한 취미 활동과 특정 화제에 대한 정보 공유 위주였던 인터넷 생활이 달라지면서다. 


마주할 수 없다고 웃음이 없는 건 아니다

MZ의 커뮤니티 일상화에 흐름을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 증후군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연결성이 옅어지고 소외되는 것을 떨쳐버리려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MZ의 커뮤니티 문화를 설명하는 것은 단견이다.

김혜미(25, 요식업)씨는 퇴근 후 웃음거리를 찾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기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고, 마주할 수는 없지만 웃음이라는 원초적인 공통점이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공유와 재가공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재치있는 공감포인트가 서로를 자극한다. 그의 커뮤니티에는 '달글(달리는 글)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달글은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고 그 내용만 이야기 하는 글을 뜻한다.

'경험을 해본 공유' 달글, '실시간 방송을 함께 보는' 등의 달글이 하나의 글로 게시된다. 실시간으로 달리던 PC채팅을 댓글화한 것과 마찬가지다. 거리적 한계를 각자의 현실 공간 안에서의 활동으로 이어가고, 이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공유한다. 비건·도서·식물·연예 등 달글의 분야는 다양하다.

김씨는 달글을 통해 인권과 동물권, 비건과 같은 환경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글에서 달리다 보면 몰랐던 분야도 알게 된다. 어느 분야든 더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갖는 게 사회 일원으로서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 말했다. 개인의 작은 공간에서의 실천이 사회의 새로운 실천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언론이 미처 싣지 못하는 천태만상을 공유하면서다.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돈쭐'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돈쭐은 선행의 주인공이나 억울한 사연을 가진 피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들을 위한 '착한 돈쓰기'를 일컫는 말이다.

2019년 5월 한 음식점에서 꿈나무 카드를 갖고온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돈쭐의 시초였다. 커뮤니티, SNS를 통해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 소식은 청와대에도 흘러들어가 당시 김정숙 여사가 해당 업주에게 감사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할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형제에게 치킨 두마리를 쾌척한 치킨집 사장님과 7세 딸을 키우는 기초생활수급자 아버지를 도운 피자집 사장님께 '은혜갚은 까치'를 자처한 것도 이들이었다. 너도나도 커뮤니티를 통해 배달 앱을 통한 주문 인증샷과 방문 후기를 게재하며 십시일반을 실천했다. MZ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띈다는 기성 세대의 편견을 뛰어넘는 방증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정인이 사건'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사망 당시 16개월이던 아이가 장기간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국민들은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었다. 이들은 각종 SNS에 #정인아미안해', '#우리가바꿀게', '#지켜주지못해미안해' 등의 해시태그를 게시하며 연대했다. 현재 정인이 양부에게는 징역 5년·양모에게는 징역 35년이 확정돼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입양아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등 아동보호 법제화를 위한 불쏘시개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제도권 언론사의 편향…정치적 언론몰이가 언론 가치를 깎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정보가 모이기 마련이다. 기존의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뉴스'가 자리를 채웠다.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이들이 늘면서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대부분의 뉴스는 기사 등을 캡쳐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정보를 퍼나르는 데에서 그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가 하나의 언론이 된 것이다. 물고 태어난 수저와는 관계 없이 어디서나 갑이 될 수 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들을 매혹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증인들의 위증을 입증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보를 기꺼이 사용했다.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를 통해 모인 이들의 정보는 '집단지성'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청문회 내내 모르쇠로 일관해 오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몰아세울 수 있었다. 커뮤니티가 단순히 뉴스 이용자에서 벗어나 공급자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제도권 언론은 힘을 잃어갔다. 물론 제도권 언론의 추락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최현진(27, 회사원)씨는 "뉴스가 보여주는 정보가 다 진실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언론은 늘 '정론'이니 '불편부당' 같은 단어를 사시(社是)로 얘기하지만 단언컨대 이를 곧이 믿는 국민은 단 한명도 없다. 권력의 부침에 따라 언론은 늘 흔들렸고, 이는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12월 박영선 전 국회의원이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안녕하세요.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박영선 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지난 2016년 12월 박영선 전 국회의원이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안녕하세요.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박영선 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편향적인 뉴스, 신뢰 잃은 언론…그리고 MZ의 선택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3명 중 2명이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라거나 '주제의 결핍' 등이 회피의 이유였다. 

실제 MZ세대의 뉴스 소비 경로는 과거와 조금씩 다른 궤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1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11.7%는 온라인 및 동영상 플랫폼을 뉴스의 주요 소비 경로로 꼽았다. 2019년에는 3.0%, 2020년에는 6.9%였다. 반면 인터넷포털과 검색엔진을 주요경로로 지목한 비율은 2020년 75.8%에서 2021년 70.2%로 줄었다. 여전히 포털이 강력한 힘을 갖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밑에서는 MZ들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는 20대가 영상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처럼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떠먹여주는 뉴스 대신 그들 스스로가 뉴스를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들은 '공급자 일변도 뉴스' 대신 넓고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다양한 뉴스를 소비한다. 이는 특정 매체를 신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들은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뉴스에 대해 토론할 뿐이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향이 달라지는 점도 주목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존의 4050은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해서 보는 반면, 요즘 MZ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기사만을 구독할 수 있는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면서 "뉴스도 자기가 원하는 걸 찾아보는 성향 뿐만 아니라, 이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기존 언론의 보도 중심이 아니라 해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라고 말했다. 사실만을 전하는 뉴스를 떠나, 관련 배경지식과 나와 같은 의견을 얹은 뉴스 채널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요즘 애들은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기성세대의 뜻을 뒤집는 동시에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뉴스 '소화제'인 셈이다.


밀실과 광장의 또다른 이름, 커뮤니티

이런 이유때문에 MZ내에서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자성론이 적지않게 나온다. 김자경씨(21,대학생)는 자신이 "온라인 커뮤니티가 내 가치관 형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과거에는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정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의 영역에 두고,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화를 키웠지만 이제는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에 무게를 두고있다"고 말했다. 

웃음과 동시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던 김영준(28, 회사원)씨는 여러개의 세계관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의 세계관, 학교에서의 세계관, 커뮤니티에서의 세계관이 각기 다르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부캐' 여러 개가 생긴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MZ에게 커뮤니티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 한편에서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나만의 호흡 공간이자 광장의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이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김나해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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