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사진=이코노믹리뷰DB
서울회생법원. 사진=이코노믹리뷰DB

회사에 갓 들어간 A씨는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최초 5,000만원을 투자한 자금은 가격하락으로 현재 1,000만원을 쪼그라들었다. 투자손실금은 4,000만원

가상자산에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본 A씨는 결국 법원에 채무를 조정해 달라고 지난달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개인회생은 월 소득에서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일정 기간 변제하는 채무조정 제도다. 

법원은 A씨에게 변제기간 동안 최소 5,000만원이상을 갚으라고 결정했다. 변제기간이 3년이라면 매달 138만원 이상을 갚아야 하는 상황. A는 개인회생이 통과되더라도 변제기간 안에 성실히 갚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이와 같은 월 변제금 산정은 개인회생에 '재산보다 많이 갚기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변제기간 동안 월 소득에서 생활비를 빼고 매달 갚아야 하지만 그 변제기간 동안 갚는 총변제금이 현재 내가 가진 재산보다 많아야 한다는 원리다. 

종래 법원은 투자금에 대해 손실이 있더라도 개인회생 과정에서는 이를 재산으로 취급해 월 변제금을 산정해 왔다. 

서울회생법원이 이와 같은 변제금 산정방식에 손을 본다. 변제금 산정 시 투자 손실금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  

서울회생법원은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변제금을 정할 때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는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채무자가 주식 또는 암호화폐에 투자해 발생하는 손실금은 개인회생 재판에서 채무자의 재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사례에서 A씨의 손실금 4,000만원은 재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 소득에서 생활비를 빼고 나머지를 일정 기간 갚되, 최소 현재 남아 있는 자산인 1,000만원만 넘기면 개인회생이 통과될 수 있다. 

다만 채무자가 투자에 실패한 것처럼 가장해 자금을 빼돌리는 등 재산을 은닉한다면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투자방식이 투기에 가까운 경우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새 준칙은 투자에 실패한 청년들의 경제적 재건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실행되는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빚을 내어 초단타 매매를 하는 등 투기적 방법이 드러나면 재판부에 따라 새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준칙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