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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연말 3.4% 전망, 영향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렸다. 이같은 인상폭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연준은 다음(7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했다. 연준은 연내 몇 차례 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또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로 지난 1981년말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오르며,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만에 가장 가팔랐다.

이에 연준은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며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은 올해 말 3.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공]

◆ 금융시장은 안정…물가 안정 회복에 도움 기대

이날 금융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다. 28년 만의 최대폭 금리 인상을 이미 각오했던 주요 증시가 불확실성 해소로 반등했다.

인플레이션 공포로 최근 급락하던 뉴욕증시는 1∼2%대의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3.70포인트(1.00%) 오른 3만668.53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4.51포인트(1.46%) 상승한 3789.9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0.81포인트(2.50%) 급등한 1만1099.15를 기록했다.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던 S&P 500 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멈췄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FOMC 회의에서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도, 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직후 주요 지수가 일제히 오름폭을 키웠다.

이와 관련, CNBC는 연준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지만, 오히려 물가 안정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 연저점을 새로 쓰며 고전했던 코스피는 이날 34.28포인트(1.40%) 오른 2481.66으로, 코스닥은 13.54포인트(1.69%) 오른 812.95로 개장했다.

연고점을 경신하며 1300원을 향해 가던 원/달러 환율은 12.5원 내린 1278.0원으로 개장했다.

◆ 미국 내년 경기후퇴 우려 확산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내년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에 약한(mild)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좀 더 뿌리내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잠식하는 데다가, 연준이 이에 대처하려고 한층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애널리틱스 통화정책 연구 책임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깨뜨릴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연준이 또한 경제를 망가뜨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첫 감소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의 상품 수요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이러한 소매판매 감소는 경기 둔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이 수치는 앞서 이달 1일에는 1.3%였지만, 보름 사이 1.3%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제조업협회(NAM)가 지난달 17∼31일 진행한 설문에서 제조업 CEO의 59%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향후 1년 안에 경기후퇴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 한국은행, 연내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빅 스텝 가능성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만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올림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내달 미국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만 단행해도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아진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5%를 넘은 상황에서, 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면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줄어들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시장은 한은이 연말까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의 긴축정책과 국제 유가 상승, 원화 약세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내 2.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75%로 수정하고, 도달 시점을 내년 5월에서 올해 11월로 앞당긴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구체적으로 올해 네 차례(7·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해서 0.25%포인트씩을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는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 각각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앞서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으로 볼 때,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우리은행 주담대 최고 금리 7% 넘어서…이자 상환 부담 증가 우려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 주담대인 '우리아파트론'(5년 고정 혼합) 금리는 연 5.41∼7.09%로 나타났다. 전날 5.29∼6.97%에서 0.12%포인트씩 오른 것이다. 다만 이는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등으로 금리가 상승했다며, 아파트론과 WON주택대출 등 아파트 담보 대출상품에 이번 금리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대출규제의 단계적 정상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완화 대상을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로 한정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틀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내달 도입 예정인 3단계 DSR 규제가 시행되면 DSR 적용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된다.

DSR 적용 대상이 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 이내인 수준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의 40% 넘는 돈을 빚을 갚는 데 쓴다면 정상적인 실수요에 따른 대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리상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차주의 부담과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안정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