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를 돌파하며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전쟁 여파로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세가 심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OECD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38개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이후 가장 높다. OECD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7.8%에서 3월 8.8%로 급등한 뒤 4월 9%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식료품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식료품 물가는 4월 11.5%로 전달(10.0%)보다 1.5%포인트(p)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가 주요 곡물의 세계적 작황 부진, 공급망 혼란, 식량 보호주의 등과 맞물리면서 두 나라의 주산물인 밀을 비롯해 식료품 전반의 가격이 뛴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3.9%에서 4.4%로 높아졌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32.5%를 기록했으나 전월(33.7%)보다는 상승세가 둔화했다.

회원국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터키가 70%로 가장 높게 올랐다. 이어 에스토니아(18.9%), 리투아니아(16.8%), 체코(14.2%) 등 9개국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이탈리아(6.0%), 스페인(8.3%), 미국(8.3%) 등 5개국은 전달과 비교해 상승률이 내렸다.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4.8%로 일본·스위스(각 2.5%), 이스라엘(4.0%) 다음으로 낮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높은 물가 상승세는 올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ECD가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연간 OECD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8%다. 이 역시 1988년(9.8%)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치가 4.4%였는데 반년 만에 4.4%p 더해졌다.

치솟는 물가 전망과는 반대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OECD는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전망 때보다 수치를 1.5%p 깎인 수치다.

세계은행(WB)도 최근 “많은 나라에서 경기후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2.9%로 1.2%p 하향 조정했다. 경기후퇴는 통상 2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가리킨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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