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가성비 따지는 20대, ‘소유’보다 ‘경험’ 추구
구독료 지불하고 서비스 받아 만족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는 무제한형 구독 경제의 대표적인 예다. 친구, 가족 등과 같은 계정을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최서현
넷플릭스는 무제한형 구독 경제의 대표적인 예다. 친구, 가족 등과 같은 계정을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최서현

구독 경제란 신문이나 잡지 구독과 같이 일정 기간 구독료를 지불하고 상품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특히 20대는 편하고 빠른 이용이 가능한 부분에서 구독 경제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취재 결과, 20대들의 구독 경제 활동으로 동영상 및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가장 많았으며 정기 배송, 렌탈 등의 방식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으로 인해 20대들은 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구독 경제 활동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구독 경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무제한형’, 원하는 날 상품을 배송받는 ‘정기 배송형’,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한 후 반납하는 ‘렌탈형’이다. 

무제한형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형의 대표적인 예는 동영상 콘텐츠, 음악 스트리밍 부문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

서울 H대 경제학부 재학생 최모 씨(남·23)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 중이다. 최씨는 “한 달 무료 체험을 하고 광고를 스킵하는 게 너무 편해서 계속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직접 써보니 광고를 안 봐도 되는 게 너무 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굳이 음원 사이트에 가입을 안 해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며 “유튜브 프리미엄 쓰기 전엔 어떻게 유튜브를 봤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국내 동영상 구독 플랫폼 왓챠. /왓챠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국내 동영상 구독 플랫폼 왓챠. /왓챠

서울 D대 법학과 재학생 박모 씨(여·22)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넷플릭스나 왓챠를 자주 보게 된다. 두 서비스 모두 계정을 네 명이서 공유할 수 있어서 가성비 갑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친구들을 모아서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할 때도 있고 그게 매달 잘 안 이어지면 가족이랑 같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나보다 아버지가 넷플릭스를 더 좋아하신다. 다음 달에도 결제하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음원 ‘소유’의 시대에서 ‘스트리밍’의 시대로. 한 대학생은 매달 멜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기 구독하고 있다. /최서현
음원 ‘소유’의 시대에서 ‘스트리밍’의 시대로. 한 대학생은 매달 멜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기 구독하고 있다. /최서현

서울 C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재학생 강모 씨(여·23)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다. 강씨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 멜론과 애플 뮤직을 매달 결제하고 있다. 나는 다운로드 기능이 필요 없어서 스트리밍 이용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는 영상편집을 위해 학기 중에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정기 구독한다. 그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가지 어도비 프로그램을 학생 할인으로 싸게 사용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다. 다들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필요에 따른 소프트웨어 제품을 매달 정기 구독하고 있다. /어도비
개인의 필요에 따른 소프트웨어 제품을 매달 정기 구독하고 있다. /어도비

e-book도 대표적인 무제한형 구독 경제 모델이다. 서울 K대 경영학과 재학생 신모 씨(여·23)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스마트폰으로 글 읽는 게 익숙해져 종이책은 잘 안 읽게 되는 반면, ‘밀리의 서재’는 잘 사용한다고 밝혔다. 신씨에 따르면 밀리의 서재는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서재도 구경할 수 있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매번 올해에는 책 읽어야지, 책 읽어야지 하는데 뜻대로 안 됐다. ‘밀리의 서재’는 유명인이 읽어주는 리딩북 같은 재미있는 요소가 있고 책을 요약해 주기도 한다. SNS처럼 팔로잉과 팔로워도 있다. 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데 읽을 책을 고르는 과정들도 재밌다. 진짜 도서관이나 서점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엄청 절약된다.”

‘밀리의 서재’ 전체 회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0%이다. ‘밀리의 서재’ 측에 따르면 MZ 세대들은 책을 굳이 텍스트로 정독하기보다 오디오북, 요약본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독서를 즐긴다. 또한, 20대가 기성세대와 비교해 앱 이용에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기 배송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정기 배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기 배송형의 경우 상품의 종류가 저가인 꽃, 원두, 양말부터 고가인 미술품까지 매우 다양하다.

서울 E대 디자인학부 재학생 이모 씨(여·23)는 “평소 자취를 해서 혼자 쓸 물건을 사는데 돈도 많이 들고 그때그때 사기 귀찮다. 쿠팡 정기 배송을 하면 배송비가 싸고 편하다”라고 말했다.

—주로 어떤 것들을 사나?
“아무래도 생필품을 자주 사야 한다. 휴지, 물티슈, 물 같은 것은 계속 사야 하는데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애매하다. 이걸 원하는 날 필요한 만큼 받으니까 편리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인가?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본가에서 지내지만 앞으로 계속 자취를 할 것이다. 편한 정기 배송을 계속 이용할 것 같다.”

—생필품 말고 다른 물건을 정기 배송받을 의향이 있는지?
“자취하는 다른 친구들이 반찬이나 다이어트용 샐러드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더라. ‘월간, 가슴’이라고 나에게 맞는 속옷을 매달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본 적 있다. 후기가 좋아 관심이 생겼다.”

서울 H대 기계공학부 정모 씨(남·25)는 매달 면도날을 배송받는다. 정씨는 “면도기는 필수품인데 너무 비싸다. 면도날을 이렇게 매달 배송받으면 가격도 싸고 편하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구독하는 와이즐리는 국내 1위 면도 용품 구독 업체로 20대 남성 소비자의 이용률이 10.3%를 기록했다.

렌탈형

프리랜서 권모 씨(여·27·은평구)는 개를 키우고 있다. 권씨에 따르면 요즘 반려동물 관련 제품 렌탈이 아주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어떻게 반려동물 관련 구독 경제를 하게 됐나?
“가끔은 나보다 강아지를 신경 쓸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이것저것 좋은 걸 많이 해주고 싶은데 그때마다 살 수 없어 찾다 보니 렌탈 제품을 사용하게 됐다.”

—어떤 제품을 렌탈했나?
“최근엔 펫 드라이룸을 렌탈해 봤다. 인스타그램에서 강아지들이 펫 드라이룸 안에 들어가서 털을 말리는 영상들이 너무 귀엽더라. 렌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용하게 됐다.”

—렌탈형 구독 경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싼 가격으로 여러 가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좋다. 괜히 샀는데 몇 번 안 쓰고 방치를 하게 되면 돈이 아깝지 않나. 그런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교사 김모 씨(남·28·마포구)는 렌탈형 구독 서비스를 종종 이용해 봤다고 한다. 김씨는 “나는 예전에 수제 맥주 기계와 정수기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고 밝혔다. 렌탈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에 관해 “혼자 살기 때문에 사기에는 조금 부담되지만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카셰어링 등의 공유 경제활동 경험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차를 같이 쓰고 공유하는 것은 이제 좀 꺼려지지만 구독 경제는 그런 걱정이 덜해서 좋다”고 언급했다.

트렌드모니터의 '구독 경제 및 서비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90.2%에 달한다. 특히 20대들은 ‘개인화’된 맞춤형 경험을 추구한다. 자신의 필요에 맞는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 절약 역시 그들의 소비 패턴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구독 경제’는 20대들에게 가성비 높은 경제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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