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임금 피크제' 무효에 대응책 마련 고심 중인 재계…"아직은 더 지켜봐야"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05-29 16:31:31   폰트크기 변경      

[e대한경제=김민주 기자] 연령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노조의 임금피크제 개선 및 폐지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응하며 세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난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임금피크제를 계속 유지할지 등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회신을 기다리는 중으로 회사의 입장에 따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삼성그룹노조연대에서 함께 대책을 논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삼성전자에서도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폐지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꾸준히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4년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 기준으로 전년의 임금 대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늦추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지만 노조는 지난해부터 계속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도 삼성전자와 동일한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2년 만 58세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노사가 합의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생산직의 경우 59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 그 전해보다 임금이 10% 삭감되는 구조다. 

포스코의 경우도 2011년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59세부터 60세까지 재채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도입했다. 만 57세 기준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만 59세에는 10%를 삭감한다.

현대차의 경우 현장직 근로자 약 4만6000명 중 2000여명이, 기아는 2만8000여명 중 약 10%에 해당하는 2800여명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서는 최초 임금 삭감 연령을 높이고, 평균 임금 삭감률은 낮추는 등 임금피크제의 조건을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재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주요 기업들은 이번 판결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한 노동부의 행정 해석 등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경우 연봉 삭감에 맞춰 직책이나 업무 강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경우 만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에 10% 삭감하는데, 여기에 맞춰 업무량과 강도가 조정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 무효'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 기업들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고, 적용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 종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였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로 볼 여지가 적다는 설명이다. 


정년보장형은 현재의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이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번 대법 판결 계기가 된 사례다. 다만 대다수 사업체에서는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어 이번 법원의 판단이 현장에 일률적인 기준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이 모든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개별 사건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본 만큼 임금피크제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산업계 일부에서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 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판결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를 무효로 하면 청년 일자리, 중장년 고용불안 등 정년연장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하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기관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김민주기자 stella2515@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김민주 기자
stella2515@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