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을 강타한 테라-루나 사태가 여전한 가운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루나2.0 출시를 선언하자 도지코인 창시자 빌리 마커스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실제로 트위터를 통해 "루나2.0은 도박꾼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빌리 마커스가 테라2.0을 비판하는 것은 일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주요 알트코인으로 분류되는 도지코인의 창시자인 그도 업계의 주요 관계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3600만원까지 떨어지는 한편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리플 등도 추풍낙엽인 지금의 시장 침체기에는 테라-루나 사태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그도 업계 관계자로서 루나2.0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공개할 수 있는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재정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제는 나스닥이 올라도 비트코인은 하락, "증시와 커플링 되며 제도권 편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일각의 변명도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위기다. 이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인 테라폼랩스에 대한 비판은 일정정도 일리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폰지사기 혐의 등을 이유로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그럼에도 그가 피해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루나2.0 선언에 나선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빌리 마커스가 만든 도지코인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가 과연 루나2.0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일각의 의문도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몸값을 크게 올려놓기는 했으나 도지코인은 그 자체로 인터넷 밈코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지코인은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계획도 없고 빌리 마커스 차원의 비전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도지코인의 창시자인 빌리 마커스가 루나2.0을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도지코인, 그 전에 도지라는 인터넷 밈에 대해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2010년 2월 일본의 한 인터넷 유저가 기르는 시바견의 사진이 올라왔다. 별다를 것 없는 시바견 사진이지만 그 의뭉스러운 표정과 귀여운 분위기로 단숨에 인터넷 공간을 강타했고, 특히 반려견 문화가 발달한 서구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개를 의미하는 '독(DOG)'에 'e'를 붙여 '도지(DOGe)'라는 밈이 탄생했다. 우리말로 강아지를 멍멍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2013년 12월 6일 IBM 출신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는 도지코인이라는 코인을 발행한다. 이유가 뭘까? 도지코인은 일종의 풍자코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중 비트코인 1차 열풍이 불어오던 당시 그 이상현상을 풍자하고 '즐기기'위해 도지코인을 발행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실제적 가치도 없는 코인에 수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던 상황에서 이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밈 코인이라는 뜻이다. 도지코인의 운영 방식을 봐도 별 의미없이 만들어진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일단 발행량이 무한대며, 쓰임새와 관련해 추상적인 목표나 그림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 컨트랙트 2.0 기반 알트코인 대부분이 가진 문제지만 도지코인은 말 그대로 정체나 쓰임새, 심지어 어설픈 로드맵도 없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탐욕스러운 정부 중앙은행의 중앙집중형 금융권력을 질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탈 중앙화 블록체인 기반 비트코인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사실 그냥 '장난'에 가깝다. 

다만 이 장난은 일론 머스크와 만나며 '장난'이 아니게 됐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 12월 20일 본인의 트위터에 '도지'를 언급하며 도지코인의 미친 성장이 이어졌다. 이후로도 머스크는 잊을만 하면 트위터에서 도지코인을 언급해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다. 패션잡지 보그와 도지를 합성한 이미지를 올리거나 자신의 아들이 태어났을 때 도지코인을 사줬다는 트윗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그와 비례해 도지코인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심지어 스페이스x는 물론, 상황이 약간 달라졌으나 머스크가 인수하려는 트위터와 도지코인의 시너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엄청난 이상열풍에 도지코인 창시자 잭슨 팔머는 잔뜩 화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최근 흐름을 두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는 한편 시장이 일부 큰 손을 중심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력한 부호들의 카르텔이 암호화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수상한 비즈니스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듣기에 따라 도지코인 시세 상승을 끌어낸 일론 머스크와 같은 큰 손들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팔머는 실제로 일론 머스크를 향해 "사기꾼"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빌리 마커스는 루나2.0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기꾼' '멍청한'이라는 과격한 단어까지 쓰며 루나2.0을 직격했다. 

이들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론 머스크마저 비판하는 그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주목해야 할까. 루나2.0의 실체적 접근에 빠르게 도달했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풍자코인을 만든 당사자들이 보기에 루나2.0이 버젓이 등장하는 세태에 분노한 것일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