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급정지 차량이 발생하면 V2V(차량간통신)로 실시간 경고 알림이 나타납니다."

KT는 11일 울산광역시로 기자들을 초청해 최근 구축을 마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를 시연했다. C-ITS는 인공지능(AI)과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도로 위 차량과 사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 교통 체증을 완화하거나 사고가 감소하도록 도로 환경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ITS(지능형 교통체계)와 유사하지만, C-ITS는 도로 위 개체들의 쌍방향 데이터 공유 및 협력 시스템 구현에 무게가 실려 있다. 협력 기반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로 불리는 이유다.

▲ C-ITS가 적용된 KT의 자율주행 버스가 앞 차량의 급정지를 감지하고 경보를 보내는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 C-ITS가 적용된 KT의 자율주행 버스가 앞 차량의 급정지를 감지하고 경보를 보내는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이날 시연에서도 가장 눈에 띈 기능은 실시간 차량정보 공유를 통한 급정지 및 돌발상황 경고였다. 주행 중 전방 차량이 급정지하거나 비상등을 켜는 경우, 갑작스러운 공사 구간의 등장은 운전자들에게 늘 긴장의 대상이다. 하지만 도로에 운전자보다 앞서 위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각종 센서와 통신 기지국이 설치되고, 관련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차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한다면 위험도는 현저하게 감소할 수 있다.

2019년 울산시와 C-ITS 협약을 맺은 KT는 이달까지 총 28개의 C-ITS 서비스를 울산시에 구축했다. 그중 돌발상황 경고와 함께 '최적 신호등'도 운전자들에게 요긴할 것으로 보였다. 목표 구간까지의 신호등 정보를 차량과 연계해 특정 속도를 유지하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근접한 도로의 적신호, 청신호 잔여 시간도 안내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급정거나 급가속을 할 필요도 사라진다. 또 오는 9월 부천시에 구축되는 AI 기반 신호 최적화는 출퇴근 시간에 교통신호를 자동 제어함으로써 해당 시간에 발생하는 극심한 차량정체 감소에 일조할 전망이다.

▲ 최적 신호등 서비스가 적용된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 최적 신호등 서비스가 적용된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나아가 향후 도로 위 모든 차량이 C-ITS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도로의 위험도는 더욱 감소한다. 국토교통부는 C-ITS가 완전히 작동하는 구간의 교통사고율은 지금보다 46% 감소하고 교통혼잡 비용은 2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의 평균 통행 속도는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국내에서 운행 중인 모든 차량에 C-ITS 모듈이 탑재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KT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울산에서는 C-ITS 안드로이드, iOS용 C-ITS 앱을 함께 개발해 배포 중이다. 이를 통해 개인도 스마트폰 앱으로 울산시 C-ITS 정보를 수신할 수 있으며 주요 내비게이션 앱 개발사들은 KT C-ITS의 오픈 API를 통해 자사 앱에 C-ITS 정보를 연동시킬 수 있다. KT는 보급형 차량 탑재 보도장치(OBU, On-Board Unit)를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모바일 기반 C-ITS' 기술도 개발했다.

지금까지 7개 지자체(제주, 울산, 광양, 성남, 대전, 부천, 안양)의 C-ITS/ITS 사업을 수주한 KT는 각 지자체 환경에 최적화된 실증 사례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AI 교통 영상분석 솔루션 '로드아이즈'와 AI 교통 최적화 예측 솔루션 '트래픽 트윈'이다.

▲ KT의 C-ITS 사업 성과를 발표 중인 최강림 AI Mobility단장.(사진=이건한 기자)
▲ KT의 C-ITS 사업 성과를 발표 중인 최강림 AI Mobility단장.(사진=이건한 기자)

 

로드아이즈는 각 교차로에서 카메라를 통해 C-ITS 구현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차량, 사물, 사람을 98% 정확도로 인식하며 낙하물 발생이나 차량 충돌 등 사고 상황 감지도 가능하다. 트래픽 트윈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교차로에 최적화된 신호 제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교통 흐름을 개선시킨다. 최강림 KT AI Mobility단장(상무)은 "2021년 10월 서울시 개포동 일대 13개 교차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신호 최적화만으로도 교통 체증이 6.8%에서 최대 19%까지 줄어드는 것을 확인됐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C-ITS 고도화를 통해 스마트 횡단보도, 버스·화물·택시 운전자 서비스, 교통정책 분석 시스템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에게 신호 정보를 안내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고령자나 휠체어 탑승자 등 교통약자들이 신호를 제때 건너지 못하면 보행 신호를 자동으로 연장해주는 서비스다. 또 현재 울산시에서 운행 중인 버스, 화물차, 택시, 특수차량 등 2700대에는 이미 C-ITS 모듈이 탑재돼 있다. 중앙관제센터에서는 이를 통해 C-ITS 연계 차량들의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도로 상황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선 및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 울산시는 약 2700대의 C-ITS 탑재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울산시는 약 2700대의 C-ITS 탑재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한편 C-ITS 보편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특히 지금은 C-ITS에 대한 특별한 표준이 없어 지역별 C-ITS 호환성이 낮다. 구축 사업자가 다를 수도 있다. 향후 표준화된 C-ITS 도입의 혜택을 모든 운전자, 보행자들이 고루 누리려면 관련 모듈이나 앱도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최 단장은 "표준 문제는 우선 기업 간 표준화, 다음은 지자체 시스템 호환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토부도 이를 알고 있고 최근 지자체들도 협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C-ITS 확산은 다가올 차량 자율주행 시대의 마중물이다. 자율주행의 완성은 차량의 자체 자율주행 기능 외에도 C-ITS를 통한 도로 정보 연동이 가능할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지자체들의 C-ITS 사업 발주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KT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된다. 지금까지 KT가 수주한 지자체들의 사업 기간과 규모는 평균 3년여, 200억원 수준으로 작지 않다. KT는 당분간 C-ITS 사업을 지속 성장시키면서 이를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으로 연결시켜 나가겠단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도 오는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악천후 등 일부 상황 제외 자율운행)' 상용화를 목표로 약 83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만큼, C-ITS-자율주행 연계 사업 기회는 계속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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