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전주 A대학 한국어문화교육원 사무실에는 베트남 유학생들의 '머그 샷'이 걸렸다. OUT이라는 표기를 해 둔 이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려보낸 학생들이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Bất hợp pháp là lựa chọn ích kỉ, vì lợi ích của bản thân mà đánh đổi danh dự của tổ quốc và sự tự do của những người ở  lại(불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국의 명예와 남은 사람의 자유를 대가로 한 이기적인 선택이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금은 사라졌지만, 4월 초만 해도 전주 A대학 한국어문화교육원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섬뜩한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구글 번역기를 돌린 듯 다소 부자연스러운 이 문구 아래에는 유학생 14명의 사진이 범죄자 '머그 샷(mug shot)'처럼 부착돼 있었다. 사진 하단에 빨간 글씨로 적힌 'OUT'이라는 단어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 문구 바로 옆에는 작은 사진이 하나씩 더 붙어 있었는데, 성인 두 명이 양쪽에서 해당 유학생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붙들린 이들은 A대학으로 유학을 온 베트남 학생들이었다.

A대학 강당에 놓인 화이트보드에도 한때 이상한 메모가 남아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베트남 유학생 이름) 도박 빚", "2명: 제적 → 베트남(3월 31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뉴스앤조이>가 이 사진과 메모의 정체를 파악한 건 지난 4월 초. <뉴스앤조이>는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전북 지역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인 익산 성요셉노동자의집 김호철 사무국장의 도움을 받아 전주MBC와 함께 관련 내용을 취재했다.

4월 중순 A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 B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두 차례 기자를 만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유학생들이 '감금'을 당하거나 '자진 출국' 형식으로 한국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B에 따르면, 올해 초 한 베트남 유학생이 기숙사에서 도박을 하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수백만 원의 빚을 지게 되자 잠적해 버렸다. 그는 강당 화이트보드에 "도박 빚"으로 표기된 유학생 P였고, 이 사실을 안 A대학 한국어문화교육원 ㅇ 원장이 크게 화를 내며 도박에 가담한 학생 3명을 1박 2일간 별도 공간에 가뒀다는 것이다.

유학생 3명은 기숙사 7층 빈방에 감금됐다고 한다. 유학생들은 기숙사 6층과 8층에 주로 거주하고, 7층 일부는 학교 축구부가 쓴다. B는 이들이 감금됐을 당시 대구에서 온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이들이 기숙사로 와서 학생들을 감시했고, 1박 2일간 여권과 핸드폰 등을 수거했다고 했다. 또 유학생 3명 중 2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베트남으로 쫓겨났다고도 했다.

B는 유학생을 감금하는 사례가 왕왕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번은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학생 10명을 불러서 가두겠다고 겁을 주고, 2명을 감금하려 했다는 것이다. 1명은 풀려났지만 다른 1명은 별도 방에 갇혔다고 말했다. 그는 A대학 한국어문화교육원 사무실에 내걸린 사진의 주인공들 모두가 이런 과정을 거쳐 베트남으로 출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유학생 한 명은 기자에게 이 사진을 보여 주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팔을 붙잡고 선 남성 두 명은 학교 직원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취재 결과, 화이트보드 '머그 샷' 속 이들은 본국으로 추방된 외국인 학생들로 밝혀졌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복수의 A대학 베트남 유학생은 "학교 측으로부터 '너희도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유학생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처럼 머그 샷을 게시하고, 감금하는 일 등은 엄연한 불법행위이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뉴스앤조이>는 왜 개신교 사학 대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입장을 듣기 위해 5월 18일 직접 학교를 찾았다. 유학생을 관리하는 ㅇ 원장은 자리에 없었으나, 전화 통화로 1시간 정도 그와 대화할 수 있었다.

먼저 ㅇ 원장에게 머그 샷을 게시한 이유를 묻자, 그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기자가 4월 초 직접 확인했다고 하자, ㅇ 원장은 "도박한 애들이 있어서 신고하고 출국시켰다. 교육 목적상 올린(게시한) 건데 그게 문제가 되느냐"고 답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둘이 한 유학생을 붙들고 있는 사진의 정체도 물었으나, 그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ㅇ 원장은 "학생들은 다 자진 출국했고, 합법적으로 했다. 학교 직원이 업무로 찾아갈 수 있는 것 아니냐. '너희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면 법에 따라 처리될 거고 자진 출국하면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한 다음 어떻게 할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자진 출국한 거다. 녹음도 다 돼 있고 동의서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 속 인물이 학교 직원이 맞는지 재차 묻자, ㅇ 원장은 "그건 나에게 묻지 말라. 그거에 대해서는 얘기를 못 하겠다"며 답을 회피했다.

A대학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혹시라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경우 향후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라는 제도를 실시해, 각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체류율, 중도 탈락률 등을 근거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여부를 결정한다. 불법체류율이 기준치를 넘어서면 '비자 제한 대학'이 되고, 심하면 다음 학년도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기자는 ㅇ 원장에게 인권을 탄압해 가면서까지 불법체류율과 중도 탈락률을 관리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불법은 아니다. 애들에게 동의서를 다 받았고 녹음도 다 했다. 도박한 애가 도망가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나. 경찰이나 출입국사무소에서 제대로 조치를 안 해 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ㅇ 원장은 며칠이 지난 뒤 전화 통화에서는 입장을 바꿨다. 교육 목적상 사진을 게시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또, 양팔을 끼고 찍은 사진은 직원들이 학생들을 공항에 데려다주기 전에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고용한 적은 없지만, 유학생이 출국할 때는 학교가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차에 태워 데리고 간다고 했다. ㅇ 원장은 5월 2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학생들이 이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린(게시한) 거다. 공익적·교육적 목적이었다"라면서 "그런 부분(인권)을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 할지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출국 전 학생들을 별도 숙소에 머물게 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로 잡아 오거나 구금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ㅇ 원장은 "출국 전 직원 숙소에서 머무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것도 오해받을까 봐 (숙소 밖으로) 나갈 거면 나가라고 했다. 또한 강제로 내쫓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만나 설득한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를 위해 자진 출국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무리해서 내보내려고 했으면 학생들이 출입국사무소에 다 얘기할 것 아닌가.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베트남 유학생들과의 연결 및 통역을 지원한 성요셉노동자의집 김호철 사무국장은 이 문제가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봤다. 김 사무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각 대학은 불법체류자율을 낮춰 우수 인증 학교로 선정되기 위해, 중도 탈락한 유학생을 상대로 불법적인 인신 구속과 폭행·폭언을 자행하기도 한다. 유학생을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불법과 인권침해를 일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호철 사무국장은 "20~30년 전 결혼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과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22년 현재 그 대상이 유학생으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똑같다. 학생을 관리해야 하는 대학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현행 제도가 미허가 아르바이트나 이탈자 발생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학생을 관리하는 이런 방법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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