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의 50bp 빅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에 서울 외환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1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이후 50bp 금리 인상에 대한 질문에 빅스텝 인상 배제를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는 (빅스텝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것을 고려할 수 있냐 없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할 시점이기 때문에 우선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과 7~8월 경제 물가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5bp 인상 가능성이 없는 것을 못 박았지만, 우리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빅스텝 인상을 배제할 수 있냐를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앞으로 물가 상황과 성장률을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빅스텝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은 이 총재 발언에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만 일부 가능성으로 떠돌던 50bp 금리 인상이 이 총재의 발언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인사말하는 추경호-이창용




다만, 환시 참가자들은 물가 수준이나 펀더멘털 면에서 한은이 실제로 50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물가를 우려한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한은 총재의 발언에도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75bp 인상에 나선다면 한국도 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자체가 다르고, 한국은 외풍에 더 많이 흔들리는 나라라 성장 둔화 우려 등에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이달 금통위에서 25bp 금리 인상이 시장에 반영됐는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2.0%, 2.5% 이상 빅스텝 인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상황"이라며 "시장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물가 수준이 높아 한은 총재 입장에서는 시장에 약간 경각심을 주기 위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 상 빅스텝 인상을 따라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환시가 이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원화 강세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빅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은 환시에는 큰 반응이 없을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국내 기준금리보다 대외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은 만큼, 지금까지 한은의 금리 인상에도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빅스텝 언급이 이례적인 만큼 반짝 반영하는 재료가 될 수는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1,270원대로 하락 출발한 데 대해서는 지난 금요일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위험회피 심리 완화의 영향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총재의 빅스텝 발언이 시장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5월 물가 지표가 5% 이상 나와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처럼 할 수 있을지는 다음 달 물가 지표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3.0% 이상 기준금리를 보기엔 대외 불확실성이나 물가나 경기를 봤을 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투자심리를 위협하는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환율 반등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전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위험회피 심리가 누그러지며 위험자산이 반등하는 흐름인데 단기적으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통화정책 결정과 북한 핵실험 가능성,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 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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