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특수에 어울리는 편의점만의 톡톡 튀는 이색 행보

한 소비자가 GS25에서 와인을 고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한 소비자가 GS25에서 와인을 고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편의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선회 등의 신선식품이나 와인 주문도 가능해져 전날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 냉장 택배 보관함에서 찾아갈 수 있다. 또 출퇴근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거나 찾을 수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편의점이 세상에 없는 영역을 확대하면서 진화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거나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정도는 이제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편의점 주요 소비층은 20~40대지만 동네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 특성상 ‘서민의 친구’로 불리며 남녀노소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엔데믹(풍토병화) 특수에 따른 편의점의 톡톡 튀는 이색 행보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각지 편의점서 열리는 ‘와인장터’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맥주가 편의점을 점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캔에 1만원 맥주와 차별화된 수제 맥주는 편의점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였다. 이제는 와인으로 편의점 주류 시장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닌 전국 각지 편의점에서 특별한 와인장터가 열리고 있다.

GS25의 경우 이번 달부터 전국 620여점포와 온라인 주류 플랫폼인 ‘와인25플러스’에서 온·오프 통합 와인장터를 진행하고 있다. GS25는 각 지역의 점포별 주요 상권 및 공간적인 여건을 고려해 ▲플래그십 장터 20점 ▲미니장터A 100점 ▲미니장터B 500점 등 와인장터를 3가지 타입으로 구분해 운영키로 했다. 

플래그십 장터는 와인 전문 팝업 스토어를 콘셉트로 고가 와인부터 희귀한 위스키까지 약 100개가 넘는 주류를 판매한다. 미니장터A는 점포 내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며 30~50여개의 데일리 와인부터 프리미엄급 와인을, 미니장터B는 점포 내부 공간에 자리를 마련해 10~30여개의 베스트 와인을 판매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해당 행사 상품들은 온라인 주류 플랫폼인 와인25플러스에서도 동일하게 만나볼 수 있고 고객들은 수령하기 편리한 점포로 예약 주문할 수 있다”며 “전국 각지서 와인장터를 열게 된 배경에는 와인25플러스 데이터에서 비롯됐는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던 주류 인프라가 온라인을 통해 해소되면서 수도권 외 지역 주민들의 주류 구매 수요가 높았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2019년 첫선을 보인 후 현재 3600여개까지 늘린 주류특화매장이 근거리 와인 구매처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마트24는 ‘와인=이마트24’ 공식 굳히기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3600여개인 주류특화매장은 올해 4000개까지 확대해 온·오프라인 접근성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2019년 1월 서울·경기 소재 240여곳 매장을 대상으로 와인 O2O(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서비스를 시작한 이마트24는 지난해 5월 현재 전국 3000개 매장에서 와인을 수령할 수 있다. 이마트24가 지난해 와인 수령 가능 매장을 대폭 확대하면서 O2O서비스 이용건수는 2019년 대비 2020년 10배가 늘어났다. 올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와인 대중화에 따라 온·오프라인 구매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상품을 소싱한 것과 함께 ‘이달의 와인’과 같은 마케팅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도 와인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근거리 이마트24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U가 지난달 19일 멤버십 앱 ‘포켓CU’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CU가 지난달 19일 멤버십 앱 ‘포켓CU’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도 ‘유니버스’ 전쟁…온라인 플랫폼 강화로 구현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만화에서나 필요할 것 같은 ‘유니버스’ 구축이 이제 편의점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특유의 현장성으로 승부하던 편의점들이 이제는 자체 앱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이른바 ‘유니버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편의점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상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지난달 19일 멤버십 앱 ‘포켓CU’를 리뉴얼 오픈하며 ‘CU 유니버스’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포켓CU는 2018년 첫선을 보인 이후 핫이슈 상품찾기, 와인 주문, 예약구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지난해 말 기준 1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CU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포켓CU의 주요 기능은 ▲배달주문 ▲편PICK(편의점 픽업) ▲예약구매 ▲홈배송 ▲재고조회 ▲CU월렛 등으로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커머스의 연계성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먼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편의점 배달·픽업 서비스는 외부 채널과의 제휴를 강화하면서 포켓CU에서 자체적인 배달주문과 편PICK 서비스를 구현했다.

특히 포켓CU의 배달·픽업 서비스는 ‘+1 행사 상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담배 등 일부 상품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재고 현황, 거리 등에 따라 최적의 점포를 자동으로 매칭시켜 주는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기존 오프라인 CU에서 제공하는 키핑쿠폰, 구독쿠폰 등의 혜택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번 앱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주문해 점포에서 찾아가는 와인 예약구매 서비스가 전국 모든 점포로 확대 운영된다”며 “앞으로도 CU는 자체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 채널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고객 혜택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GS25도 온라인 플랫폼 강화를 통해 편의점 유니버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GS25는 ‘나만의 냉장고’ 앱에 보관함 기능을 시작으로 QR통합결제, 원플러스콘, 쇼핑몰, 예약주문, 와인25플러스, 구독 서비스 등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이 앱에 ▲보관상품 공유 ▲맛집 안내 ▲배달 ▲리워드 확대 등의 서비스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2020년 5월 각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멤버십 브랜드 ‘더팝’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나만의 냉장고 앱을 비롯해 ‘GS수퍼마켓’ 앱, 기타 멤버십 서비스를 통합해 더팝 앱을 출시했다.

GS25 플래그십 스토어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 전경. (사진=GS리테일 제공)
GS25 플래그십 스토어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 전경. (사진=GS리테일 제공)

픽업존과 배달 라이더 대기석…퀵커머스 친화형으로 진화

편의점의 최대 장점은 지역과 밀착해 있다는 것이다. 연중무휴, 24시간 심야영업, 식료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상품의 취급 등이 편의점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한마디로 상당히 편리한데 집 근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편의점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편의점이 이 장점을 더 집요하게, 그리고 더 고급스럽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GS25가 지난달 30일 부산 동래구에 주거특화형 플래그십스토어 4호점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을 오픈한 것이다. GS25는 해당 지역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20~40대 소비자가 많고 아파트 주출입구로 유동 인구가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배달 수요와 치킨·커피 등의 카운터FF(프레시푸드) 상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GS25에 따르면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은 기존 플래그십스토어 1~3호점의 매출 및 동선 데이터를 활용하고 주변 상권 및 유동·거주 소비자 데이터를 적극 반영해 점포 구성을 완성했다.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의 특징은 ▲업계 최초 퀵커머스 친화형 점포 구성 ▲업계 최초 변화하는 외부 파사드 도입 ▲업계 최초 도입한 치킨 조리로봇 및 디저트 하우스 도입 등 카운터FF 강화 ▲주변 주거 인구를 적극 반영한 주거특화형 매대 구성 등이다.

무엇보다 이 점포는 업계 최초로 픽업존과 배달 라이더 대기석을 도입했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퇴근하며 픽업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 지하철에 관련 안내 메시지를 전달하고 점포에서는 기다림 없이 바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또 라이더를 위해 별도 대기석을 마련해 배송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 점포는 인테리어도 기존 편의점과 다르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변화하는 외부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에 위치)는 편의점 방문자에게 재미 요소를 제공한다. 기존 간판 위치에 회전식 광고판을 설치해 변화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건물의 넓은 기둥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컬러 간접조명으로 GS25만의 컬러도 연출했다. 

카운터FF를 강화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치킨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배달 주문을 접수하면 즉시 자동으로 연계돼 조리가 된다. 일단 조리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근무자에게는 안전한 근무 환경, 소비자에게는 균일한 맛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점포 내에서 치킨 로봇이 작업하는 조리 과정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디저트 하우스존을 별도 구성해 다양한 냉장 디저트, 냉장 브레디크 상품, 싱글 오리진 커피 2종 등 다양한 디저트 상품이 제공된다.

김인중 GS25 개발기획팀 매니저는 “GS25는 고객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다양한 플래그십 점포 오픈으로 편의점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변화하는 간판, 인공지능 치킨 로봇, 퀵 커머스 시대에 적합한 점포 구성 등은 팬데믹 이후 편의점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점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