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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한진리 기자] "대구가 타 지역보다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습니까. '어디서 미분양이 많이 나왔다더라'하면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되겠죠. 비공개 처리는 건설사 재산권 보호를 고려한 일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미분양 낙인' 찍히는 것이 우려 될 테니까요."
'전국 미분양 물량 최다'로 대형건설사 브랜드 대단지도 '줍줍(무순위청약)'이 나온다는 대구광역시.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매월 대구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공동주택 미분양 정보 현황'을 살펴보던 중, 미분양 가구 정보가 공란으로 '블라인드' 처리된 것을 확인했다. 분명 미분양 정보 공시인데, 정작 해당 정보가 가려져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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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광역시청 주택과 담당 공무원에게 질문했다. 그는 매월 공개하는 건설사 미분양 정보를 일부 비공개 처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기자는 두 귀를 의심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가린 이유 중 하나가 건설사의 사업 악화를 고려해서라니.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대구시는 정보 공개 목적으로 매월 공동주택 미분양 현황을 발표한다. 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의거, 별도의 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건설사의 비공개 요청이 있을 경우 미분양 가구 정보를 쏙 뺀 채 정보를 공시해왔다. 정보 공개 목적이 국민 알 권리 보장인 점을 고려한다면, 그 목적이 유명무실해진 자료를 매월 발표한 셈이다. 공공기관이 정보 공개 외피를 두르고 핵심은 가린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정보를 공개해온 것이다.
물론 비공개 처리가 비단 대구시만의 일은 아니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일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비공개 처리해 발표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현행법상 건설사의 비공개 요청을 거부할 수 없고, 공개를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공무원의 태도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더는 '내 집 마련이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비유에 그치지 않는 시대다.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10년 재당첨 제한이 있는 청약통장을 '던질지 말지' 고민하는 국민들의 간절함을 고려했다면, 이토록 무책임하게 일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국민의 권리보다 기업 비호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은 더 큰 문제다. 대구시 관계자는 미분양 가구수를 비공개하면 정보 공개 투명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 "공감한다"면서도 관련법상 공개 강제 의무가 없고, 이해가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법 제9조1항7호에 따라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한해서는 비공개가 허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전국 최다 미분양' 꼬리표로 골머리를 앓아온 대구시 입장에서 미분양 가구수 공개가 자칫 '벌집을 들쑤시는 꼴'이 될까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닌 기업의 사업성 악화를 더욱 걱정해주는 모습은 무책임을 넘어서 무지성 행동으로 비춰진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 조치다. 특히 부동산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들은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하다. '집값 안정화'를 1호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내 집 마련'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 단위부터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도록 챙겨야 할 것이다.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청약통장을 쓸 기회를 헛되이 소진하는 국민이 새 정부 들어서는 더는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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