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육성하는 일터로 바꾸는 방법은?
인재를 육성하는 일터로 바꾸는 방법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5.13 00:07
  • 수정 2022.05.13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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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만들기, 교육훈련 체계 구축부터 시작한 '에타', '공간종합건축사무소'
노사발전재단, 2022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 공유 포럼 열어
노사발전재단이 14일 오후 '2022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 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 아닌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도래했다’

대퇴사의 시대. 코로나19로 퇴사를 하거나 일을 멈춘 후 다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포착해 미국의 어느 경영학자가 만든 말이다. 노동자들이 원치 않는데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길 결정하는 경우도 많아 생긴 말이다.

이러한 대퇴사의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의 최근 화두는 ‘인재 붙잡기’ 혹은 ‘인재 육성’이다. 어찌 보면 기업에 사람이 중요했는데, 더 중요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일터를 바꿔볼 수 있을까.

노사발전재단이 14일 오후 서울 R.ENA 컨벤션에서 ‘2022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 공유 포럼’을 열고 ‘인재 육성을 통한 조직역량 강화’를 주제로 일터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사례로 발표된 기업은 ‘(주)에타’와 ‘(주)공간종합건축사무소’로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받았다. 두 곳 모두 컨설팅 직접 수행은 시앤피컨설팅그룹에서 진행했다.

[에타] 교육훈련 시스템,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단계적 접근

에타는 정수기 부품 전문기업으로 2003년 설립돼 충북 진천에 자리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고용규모를 꾸준히 늘려가며 2021년 기준 노동자 수는 135명이다.(2019년에는 85명) 

에타의 컨설팅 추진 배경은 생산직 노동자 중 58.4%가 1년 미만 경력자인 이유가 컸다. 고용 규모가 커져 신입 직원이 많아지기도 했고, 직원 이탈도 있어 비숙련 노동자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안정적인 생산과 혁신적인 정수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련 노동자, 즉 인재 양성이 시급했다.

에타는 회사 비전(긍정성‧적극성‧정확성)을 근간으로 인재육성전략을 수립하고 필요한 교육훈련체계를 수립했다. 회사 비전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훈련 참여와 학습 결과를 KPI와 연계하는 학습-보상 시스템을 꾸렸다.

에타 사례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컨설팅을 통해 중장기 인재육성 로드맵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2030년까지 8개년 계획을 3단계로 나눠 세웠다. 올해까지인 1단계는 교육훈련 시스템 구축과 개선에 중점을 두고, 2단계부터는 전략 인재를 양성한다. 안정화된 교육훈련 시스템 속에서 숙련 노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2단계가 완숙기로 접어드는 시점을 2026년으로 보고 이때부터 3단계인 독자적인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확보의 길에 들어선다. 모범적인 숙련 노동자를 통한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고도화된 체계를 갖춘다는 생각이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는
일하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는 1960년 설립돼 서울에 자리하고 있다. 건축설계, 도시설계, 건설관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내에는 105명, 해외에는 20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이 건축설계 직무를 맡고 있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의 컨설팅 배경은 축소된 교육훈련으로 조직의 역량과 분위기를 떨어뜨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는 2012년 대내외 환경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교육훈련 규모를 줄였다. 기초적인 교육과 법정의무교육만 진행해왔는데, 구성원들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정체감을 느꼈다. 중간관리자 이탈 현상도 발생했다. 인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보고자 컨설팅을 진행했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가 새로 교육훈련 체계를 정립할 때 구성원들의 참여를 가장 중요시 한 지점이 독특하다. 직급별 모범이 될 만한 구성원들을 선정해 그들이 직접 각 직급에 맞는 직무역량을 도출하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직원들 스스로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중심으로 교육훈련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예를 들어 건축설계 역량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며 조율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구조, 소방, 전기, 환경 등 다양한 협력업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했고 만족도가 높았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조직 내 학습 분위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습조 제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학습조는 직무 역량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취미 활동을 나누는 동호회까지 포함하는 말로 사내에서 여러 가지 교류와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제도다.

다양한 학습 동기 촉진,
일상적인 학습의 발생도 중요

두 곳의 사례 발표 이후에는 지정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지정 토론자로는 반가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사회정책연구센터장, 최영섭 직업능력심사평가원 원장이 참여했다.

반가운 센터장은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해 보상 및 승진 등 인사체계와 연관시키는 설계에는 장단이 있다고 전했다. 적절한 보상은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보상받는 수준 혹은 보상 이후의 학습 촉진은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한 역량을 활용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런 경험을 축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반가운 센터장의 입장이다. 학습한 역량과 내 성장이 동료 혹은 조직에 도움을 주고 그것을 인정받았을 때 계속적인 학습 촉진이 일어난다고 봤다.

최영섭 원장은 “학습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데 형식화되고 체계화된 교육훈련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형식화와 체계화가 경직화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직화로 빠지게 될 경우 정규 교육훈련 이외에 동료들과 일상적인 학습에서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게 최영섭 원장의 설명이다.

두 지정 토론자 모두 일터 안에 학습 체계가 지속적이고 발전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 동기 촉진과 일상 학습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자율성이 극대화된 교육훈련 시스템에서 더 많은 인재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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