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라 제공) 
(사진=테라 제공) 

[핀포인트뉴스 강주현 기자] 지난 10일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루나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가 1달러와 연동(페깅)이 깨지면서 연일 폭락하고 있다.

이에 비트코인 폭락을 촉발한 원인으로 루나와 테라USD 디페깅이 언급되고 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앞날에까지 암운이 드리워진 상태다. 

11일 오후 4시 57분 기준 테라USD는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보다 60.02% 급락한 461.92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8위 떨어진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루나는 전일보다 85.74% 급락한 5698.61원을 기록하며 38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일까지만 해도 시총 9위였는데 하루만에 29위나 하락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는 테더, USD코인 등과 달리 담보가 없다. 테라USD는 1달러라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토큰을 소각하거나 투자자에 의존한다. 테라USD가 발행될 때마다 테라 루나에서 1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 소각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만일 테라USD의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테라USD를 소각하거나 루나에서 1달러와 교환해 테라USD 유통을 중단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테라USD 토큰 공급량이 줄어 토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테라USD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하면 투자자들이 테라USD에서 1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루나를 소각한다. 이에 토큰 공급량은 늘고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테라USD와 1달러 페깅이 깨진 배경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 가상자산 커뮤니티 중심으로는 공격자가 10억 달러 상당의 테라USD를 장외거래로 매수한 뒤 3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출한 뒤 이를 덤핑하기 시작하며 페깅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테라USD 이자준비금을 관리하는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가 4pool(아발란체, 테더, USD코인, 테라USD 등 이자준비금 마련을 위한 금고) 런칭을 위해 커브 풀에서 자금을 출금할 타이밍에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 인해 1달러 페깅이 깨졌고, 디페깅이 시작되자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가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격자는 비트코인 숏 포지션을 청산한 뒤 테라USD를 매도하면서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도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해 비트코인이 폭락했다는 설명이다. 

펀드스트랫 분석가 션 패럴은 "테라USD의 페깅이 깨진 이유는 취약한 구조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패럴에 따르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지난 토요일 2건의 거래로 2억 5000만 달러 상당을 커브에서 출금했는데, 1차 거래 직후 한 매도자가 커브에서 8500만 달러 상당의 테라USD를 USD코인으로 바꾸어 3pool의 균형을 깨뜨린 뒤 이를 계속 매도해 테라USD 가격을 0.98 달러로 낮췄다.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준비금을 통해 15억 달러를 대출해 테라USD의 가치를 1달러로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매도세는 월요일에도 계속했고 매도자는 커브에서 스왑을 계속했으며 테라USD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에도 테라USD는 1달러 페깅이 깨진 바 있지만 이미 68차례나 페깅이 깨졌다가 복구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당일에는 0.9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디페깅된 이후로 테라USD 가치는 1달러를 회복하기는 커녕 0.5달러 이하로 추락하면서 루나와 함께 급속도로 폭락하고 있다. 

루나와 테라USD가 1달러 페깅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테라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페깅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시장에서는 해시드가 테라폼랩스의 초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라USD는 그동안 불황이었던 가상자산 시장에서 연 이자율 20%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려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량이 늘면서 급등했다. 그런데 1달러 페깅이 깨지면서 40% 이상의 하락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어 1달러를 복구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매수세가 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테라USD의 후광을 누리고자 출시된 트론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DD, 니어프로토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N 등 후발주자들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리츠랩스 김동환 이사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더 이상 주류 크립토 시장에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전반에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단순히 루나가 망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은행으로 취급하고 은행과 동일한 규제(예금보험 등)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나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등을 통해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하고 그 액면가를 1:1로 보증하도록 강제시키는 법을 만드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2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스테이블 코인인 UST 가격이 개당 1달러에서 0.6달러선까지 폭락하자 바로 '올해 말까지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옐런은 한 달 전인 4월 7일에도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거론한 바 있다.

그는 2021년 6월 터졌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아이언(IRON)과 그 담보 토큰 타이탄(TITAN)을 언급하면서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스테이블 코인이 1달러 페깅을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0원이 되는 과정을 '뱅크런'이라고 표현했다.

김 이사는  "미국에서 이 표현이 가지는 중량감을 읽을 필요가 있다"며 "규제가 현실화되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만 터지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USDT(테더)나 USDC(USD코인)같은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들도 곤란해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USDT의 경우 현재 예치금이 환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성으로 짜여져있기 때문에 상당 규모의 충당 혹은 코인 소각이 불가피하다. USDT를 공급하는 테더 사는 예치금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2021년 11월 CFTC에서 4100만달러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는 "요즘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이 진행되는 중인데 이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병행된다면 크립토 시장 전반에 일시적으로 상당한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코인 거래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비트코인 거래액의 80% 이상이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법정통화 중 가장 비중이 높은 US달러는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이사는 "통상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서 거래소에 들어가있는 스테이블 코인 수량은 매수 대기 물량의 성격이 있다. 가상자산시장 크기가 지금처럼 확장된 상황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유동성이 하락할 경우, 매수 압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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