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성차별·혐오 아직 사회에 잔재…단순 폐지로 해결 불가
여성가족부, 권한 및 기능 강화돼야 인구·자살 정책 효과 ↑
정부 전체 예산 중 단 0.23% 사용…그마저도 가족·돌봄 중심
윤석열 정부, ‘정치 전략’으로 활용…유예, 결국 눈치보기 행보

여성가족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논란과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평등사회’라는 존재의 목적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이 거세던 시기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이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았다. 

이렇듯 여가부는 남녀평등이라는 목적보다는 남녀갈등의 본거지이자 정치적 기구로 돼버린 모양새다. <투데이신문>은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부터 폐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바라볼 수 있는 [존폐 기로에 선 여가부]를 기획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오세라비 작가,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신 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가족부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미래를 직접 들어봤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2년 5월, 대한민국은 정권교체의 시기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내세워 당선을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며 폐지를 유예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언제, 어떻게 ‘폐지 카드’를 꺼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가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 기로 앞에 섰다.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제4차 세계 여성회의에서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에 발맞춰 국내 여성 단체들은 여성 권리를 위한 부처 설치를 촉구했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당시 15대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여성 권리를 위한 부처를 만들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대와 달리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여성과 관련한 부처가 아닌 대통령직속위원회인 여성특별위원회가 신설됐다. 그렇게 3년이 지난 후 2001년, 고용노동부의 여성 주거 업무, 보건복지부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 성매매 방지 등을 넘겨받은 ‘여성부’가 탄생했다. 이후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여성가족부’로 개편됐다.

위기는 금세 찾아왔다. 지난 2008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고, 국회의원 130인이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에 이관시켜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하자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여성단체들과 여러 당의 반대로 무산, 다시 ‘여성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후 지난 2010년 업무의 불균형의 문제로 다시 보건복지부의 청소년·가족 업무를 이관받으며 여성 정책과 더불어 다문화가족과 아동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로 돌아오게 됐다.

복잡한 역사를 담은 긴 시간 동안 여가부는 대중들의 왜곡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말에는 항상 ‘폐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여가부는 출범한 이래 부처의 기능과 목적보다는 ‘존폐’에 초점이 쏠린 채 아슬아슬하게 버텨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43)는 “아직 한국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들이 잔재해있다”며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권한, 예산 등 역할 강화를 통해 여성을 비롯한 인구·자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현시점에서 양이현경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선 여가부를 여성들이 긴 시간 동안 지키려고 했던 이유와 이들이 마주 하고 고뇌하는 ‘성평등’과 ‘젠더 갈등’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어말하기 집회 현장. [사진제공=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어말하기 집회 현장. [사진제공=한국여성단체연합]

Q.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어떤 단체인가.

여성연합은 지난 1987년도에 출범했다. 과거 성폭력 사건 등 여성 권리가 저하된 사건 등을 다룰 때 여성 단체들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연대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여성연합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전국 7개 지부, 26개 회원단체가 활동 중이다.

Q. 여성연합 공동대표를 맡게 된 배경이 있다면.

배경은 따로 없다. 그동안 계속 여성단체 활동을 오랫동안 한 게 배경이라면 배경이다. 대학교 4학년때 여성단체에 들어갔고, 이후 휴학 하면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약 20년 가깝게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대표를 역임할 기회가 찾아왔고, 맡게 됐다. 

Q. 현재 여성연합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 했으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 반대다.

한국 사회 속 여성 차별이나 혐오는 아직 잔재한다. 이미 관련 통계, 지표가 많이 나와 있고 실제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회 구조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성차별 해소를 위해 많은 시민단체와 세계 여러 국가 등이 오랜 시간 동안 애쓰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이 역사 자체를 부정한다. 또한 안티 페미니즘은 여러 가지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로 나타나고 있는데, 단순히 여가부 폐지를 한다고 해서 이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부처는 국가가 돌아가기 위해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여기고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여가부에게만 이유를 묻는다. 여가부가 탄생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가부를 폐지하고 난 후 성평등이나 차별, 폭력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제안한 적 없다. 이는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강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Q. 여가부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여성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그동안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개인 서명을 1만명에게 받았다. 그 다음, 약 600개 이상 단체들과 함께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여러 차례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그리고 국제 여성단체와 연대해 함께 성명을 내고 토론회도 진행했다.

여성가족부 현판.[사진제공=뉴시스]
여성가족부 현판.[사진제공=뉴시스]

Q. 그동안 여가부는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 태도, 정부 부처로서의 실효성, 남성 차별적인 예산 편성 등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권력형 성범죄 관련해서 여가부가 잘못 대응한 적도 분명 있었지만, 이후 경질 등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한 정부 부처가 미흡하다고 해서 그 부처를 없애자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데 여가부만 예외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도 국토교통부 없애자는 말은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부처가 잘못하면 개선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여가부는 계속 폐지해야 된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오랫동안, 여러차례 시달렸다. 

여가부에 대한 편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과거 온라인 상에서 여가부가 과자 죠리퐁의 판매를 금지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온라인 글에 따르면 여가부가 과자의 모양이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이유로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해당 이야기는 온라인 상에서 거의 기정 사실화됐었다. 진위여부는 기사만 검색해봐도 사실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여가부 폐지가 온라인에서는 사실상 성차별 등 문화에 대한 모든 발화체로, 이른바 ‘동네북’으로 통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관련 없어도 여가부 폐지라는 말이 거론되는데, 이런 온라인 문화가 폐지까지 이르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여가부의 예산은 정부 부처 전체 예산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여가부의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예산 607조7000억원 중 0.23%에 불과하다. 이 중 가족 정책 9063억원, 청소년 정책 2716억원, 권익 정책에 1352억원, 여성‧양성평등 정책에 105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여가부 예산 90% 이상이 가족·청소년 정책, 돌봄에 사용된다. 여성정책에 대한 예산은 여가부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다. 오히려 여성연합에서는 여성정책에 관한 예산과 조직을 계속 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을 늘리라는 주장은 단순한 여성 권익 증진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 등이 점차 세분화되고, 심화되는데 그에 비해서 예산은 한정적이다 보니 지원 범위가 작을 수밖에 없다. 

남성 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반문하고 싶다. 실제 남성 차별을 야기한 여가부의 정책이 뭐가 있냐고 말이다. 이름이 ‘여성’가족부다 보니 여성만 우대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상 여성만 우대하는 것이 아니다. 여가부는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는 분야들을 해소해 평등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부처다. 최근 차별로 자주 언급된 남성의 군 의무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징병과 관련된 사안이다. 과거 징병 대상을 남성으로만 제한한 것은 당시 국가가 여성을 시민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군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군 의무를 여성에게 요구하는 등 성별 대립으로 번질 것이 아니라 정부, 즉 국방부가 해결해야할 문제다. 

Q. 일각에서는 여가부 폐지 찬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실제 여러 여론·설문 조사에서도 찬성 결과가 높게 나온 바 있다.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지난 3월 말 서던포스트알앤씨가 CBS의 의뢰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여가부 폐지 찬성이 47.8%, 반대가 47%로 나오는 등 찬반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사실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서 그렇지 자세히 살펴보면, 여가부 폐지 찬성 측도 완전한 폐지가 아닌 개편 혹은 강화 방식을 원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의미도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여성들이 차별 및 폭력을 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 지원자들의 합격률을 낮추고자 평가등급을 조작한 국민은행 사건의 관계자들은 몇 년 동안 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받기도 했다. 실제 여성들은 직장 내에서 채용뿐만이 아니라 고용 이후 퇴직까지 차별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하게 성차별이 깔려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관장하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부처가 더 강해져야 여가부의 실효성이나 필요성을 잘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가부는 너무 작은 권한을 부여받았고, 예산도 현저히 부족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부처에 현 상황만 보니 일부 시민들이 폐지를 요구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중 젠더갈등으로 이어질 정도로 남성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 목소리 높이고 있다. 현 사회 속에서 젊은 남성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공감한다. 과거와 달리 취업, 주거 등 여러 벽이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이 자신보다 차별받거나 어려움을 겪어온 여성들을 위한 정책 때문에 힘들다고 지적하는 행보는 맞지 않다. 이러한 갈등이 잠재워지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보다는 남성 청년들의 주거, 경제, 일자리 문제 등이 해결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이 위치한 여성미래센터 전경. ⓒ투데이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이 위치한 여성미래센터 전경. ⓒ투데이신문

Q. 여가부 폐지 찬성 측에서는 여가부가 여성친화도시 선정 및 수상·여성 박물관 설립 등 남녀 편향적인 정책, 인구정책·자살 등 다양한 어젠다를 다루지 못한 점, 여성을 사회적 특권 계층 혹은 약자로의 규정, 권력 남용 등의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여가부는 여성 외에도 취약계층, 소수자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올리고 보호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그중 일부였던 친화도시나 박물관 정책이 다른 것들보다 주목받았을 뿐이다. 현재 한국은 많은 성장을 했지만, 과거 여성은 교육, 보건 등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여성들이 일어섰고, 그래서 여가부가 탄생했다. 그렇게 사회 속으로 여성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가부가, 여성정책이 만들어졌다. 

여성 전용 주차장이 대표적인 예다. 주차장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일부 여성들이 두려움을 호소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고자 전용 주차 구역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을 과연 완전한 해결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여성 전용 주차구역이 출입구와 가깝게 설치돼 있어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시적인 조치는 됐다. 하지만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주차장 이용자 ‘전체’가, ‘누구나’ 상관없이 안전해야 되는 게 맞지 않나. 국가는 취약한 계층을 사회 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친다. 남녀 편향적이라고 거론되는 정책들은 여성의 지위나 혹은 폭력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정책들이다.

또한 여성 친화 도시는 그 안에 아이, 노인을 위한 정책도 같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시적으로 다친 사람한테도, 다리가 아픈 노인들 한테도 적용될 수 있다. 단순히 이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책 내부를 들여다보면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지 편향적인 정책들이 아니다. 사회는 노인이나 아동 정책에 대해 편향적이라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정책에만 ‘성별’이라는 기준을 두고 편향적이라 답한다. 사실 여가부의 정책은 일반적인 여성보다는 취약계층, 한부모, 저소득층 등에 해당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더 많다.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여가부에서 내놓은 정책은 일반 여성이 대상이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구나 자살 등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 맞지 않다. 여성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자살률은 점점 높아지는데 국가 부처 어디에서도 실질적인 정책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여가부에만 해당 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실제 여가부에서는 성평등 정책 중에 하나로, 부처별 성별 영향평가를 진행하거나 여가부는 20대 여성의 자살이 높아짐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관련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아닌, 여가부는 예산 등으로 인해 권고밖에 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드러지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 

여가부가 여성을 사회적 특권 계층, 약자라고 규정한다는 건 맞지 않다. 나는 비장애인인 ‘일반’ 여성이며, 소수성이 없다. 이런 나에게 여가부의 정책이 실직적으로 적용되는 건 거의 없다. 여가부는 여성 중에서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그리고 가정에 지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다만 여가부가 있음으로써 다양한 법률이나 정책들이 만들어진 건 맞다. 양성평등기본법이 대표적인 예로, 우리 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준 것이다. 이러한 기본법만이 평범한 일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는 직접적인 수혜는 없다. 정부가 도움을 주는 이주, 폭력 피해 여성 등이 특권 계층이라 분류되는 건 맞지 않다.

하지만 언급한 여성들 외 대다수의 여성들도 아직 차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직장 내 차별을 겪고 있다. 차별이라 하면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서 바라보지 않는 거다. 그러니까 회식 등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라’, ‘술 따라봐라’라는 말을 듣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들에게 여성은 동료가 아니라 여자인 거다.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성적으로 대상화되기도 한다. 이미 사회에서 ‘약자’로 대하고 있는데 과연 여가부가 여성을 약자로 만드는 것이 맞는지 반문하고 싶다.

권력 탐욕은 아마 여성할당제와 연결된 부분인 것 같다. 국회의원 중 80%가, 대기업 임원의 대다수가 남성인데 그렇다면 남성이 오히려 권력을 더 탐욕하는 것이 아닌가. 여성 또한 정치인도 되고 싶고 기업의 임원도 되고 싶을 수 있다. 여성이 어느 위치에 올라갈 때마다 항상 우리 사회는 그 여성을 나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돈 밝힌다, 뭐라도 해보려고 그런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성별을 넘어 누구나 임원도 되고 싶고, 최고위원도 되고 싶지 않냐. 여성이 열심히 하는 것을 두고 탐욕이라 적용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아직 사회에 남아있다.

Q. 또한 폐지 찬성 측에서는 반대 측을 ‘급진적 페미니스트’라고 수식어를 붙였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여성주의, 여성학 학문 중에 관련 이야기가 있다. 여러가지 페미니스트 중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국가 내 성별 이분법을 해체하는 등 빠른 방식의 개혁을 선도하는 페미니스트를 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사실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로 국내 여성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중 온라인상에서의 여성 운동이나 혹은 성평등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이 쓰던 과격한 표현, 문화들이 남성 혐오로 번졌다. 그런 문화들이 강렬하게 인식된 과거 사례가 있어, 이제는 단순히 지향성을 얘기했을 뿐인데도 ‘급진적 페미니스트’라고 규정되고 있다. 

사실, 급진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성별 대립이 일어날 때, 남을 비하하고 욕하는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까지 변질돼 수식어가 붙여진 것 같다.

Q.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일명 이대남의 선택이 승패를 결정했다고 평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사실 윤 대통령은 60대 남성한테 가장 많은 투표를 받아서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정치적 전략으로서 ‘20대 남성 혹은 일명 MZ 세대가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라는 설정을 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일명 ‘이대남 선호’ 프레임을 전략으로 사용했다면,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현재는 남녀 평등한 정책을 해야하는 것이 맞는 행보다. 

이 때문인지 일부 남성단체 혹은 남성들은 이를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20대 남성 전체를 싸잡아서 평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여가부 폐지를 원치 않는 다른 남성들도 통으로 묶이게 된 것이 안타깝다. 그들은 순식간에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집단이 돼버린 셈이다. 사실 모든 남성이 다 그러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20대 여성도 마찬가지다. 모든 20대 여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차별한다고 혹은 성평등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경향성인 거다. 이렇게 세대나 남성으로 갈라 집단화해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진제공=한국여성단체연합]
[사진제공=한국여성단체연합]

Q. 그렇다면, 여가부는 정부 부처로서 어떤 기능과 권한을 갖기 원하는지.

현재 한국 사회 속 성차별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가정과 노동이다. 먼저 가정에서 돌봄이라고 일컫는 육아, 노인 요양 등은 사실상 여성들에게 다 전가돼 있다. 최근 들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1차적 책임은 아직 여성들에게 있다. 더욱이 노동시장에서의 채용부터 임금, 승진에 대한 차별 또한 남아있다. 아직까지 사회 속에 잔재하는 여성 차별을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가부는 아주 최소한의 여성, 그중 가장 어려운 여성들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작은 수준의 정책만 이행하고 있다. 이제는 보편적으로 깔려 있는 한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차별과 가족 내 평등을 조정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와 돌봄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국내 여성들은 지원금이 나와도 결혼과 임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본인이 육아도 하고 집안일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직장생활까지 겹쳐있다. 이렇듯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이나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여성들은 결혼도, 출산도 안 한다. 과거 여성들은 누군가의 배우자, 양육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해서 직업, 미래 등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후 여성들은 근로를 유지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결혼 이후 경력 단절, 노동 시장 재진입의 어려움을 느껴왔다. 이것을 안 현재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을 미뤘고, 그러다 보니 저출생 문제가 야기된 것으로 본다. 아직 사회에 잔재해 있는 차별을 타파해야 한다. 여가부가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고충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정책을 내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이 결혼하고 출산할 것이다. 

또한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구 정책은 다 1인 이상의 가족 단위로 설계됐는데, 여가부가 빠르게 변하는 가구의 형태를 반영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가부는 더욱 강화된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Q. 새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정부는 현 사회 속에 남아있는 성차별이나 혐오,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민이 어떻게 하면 적절한 임금, 노동, 휴식을 취하면서 살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일·성장 중심의 체계에서 감염병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돌봄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 육아 등 돌봄이 여성에게 전가돼있는 것을 해소해 보편적인 돌봄 사회로 진입해야 한다.

특히 자취하는 젊은 세대층, 독거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 그중 여성 독거인이 가장 경제적으로 취약한데, 이와 관련한 정책도 추가적으로 제정돼야 한다.

Q.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가칭 ‘미래가족부’로 이름 등을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사실 맨 처음 인수위에서는 ‘미래가족부’가 아닌 ‘인구가족부’로 부처 개편을 제시했다. 인구가족부 이름의 유래는 과거 1970년대 정부가 국가 통제 하에 출산을 장려하거나, 혹은 제한했던 인구 조절 정책을 펼친 데에서 시작됐다. 앞서 해봤듯 정부는 과거의 정책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으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인구가족부는 과거의 취지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는 현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정책이다. 현재 출산시 지자체 차원에서 출산하면 보조금, 장려금 등을 주는데도 현재 여성들은 출산하지 않는다. 이제 인구학적으로 여성의 출산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의 차별이 해소돼야 결혼,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미래가족부는 영어로 하면 ‘퓨처 패밀리(Future Family)’다. 영어로 전환됐을 때 그 의미가 제대로 통용되지 않는다. 정부 부처의 이름으로 사용되기에는 방향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보여주기 식 보다는 여가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여성연합에서 주장하는 여가부 ‘강화’와 정부가 주장하는 여가부 ‘개편’은 현재 정치적으로 의미가 다르긴 하나 실제로는 같다. 여가부는 ‘강화’식으로 개편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개편은 여성 정책 등을 없애고 인구·복지 쪽으로 중점을 둔다는 건데 근본적으로 여성 정책이 올바르게 정립이 돼야 인구·복지가 정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Q. 또 일각에서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나, 보건복지부에서 분산 운영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른 부처로의 분산, 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여가부 업무를 각 부처끼리 나눠 분담했다가 한계가 존재했고, 이에 여가부가 탄생했다. 당시 각 부처는 여성, 가족에 대한 업무가 주요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는 낮은 성평등 인식으로 이어졌다. 다른 부처로 분산시키겠다는 말은 몸만 두고 팔, 다리를 다 찢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의 특성을 살펴보면, 각 부처마다 칸막이가 굉장히 높다. 관련한 정책을 총괄로 하는 부처가 없으면 여성 정책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연합은 여가부도, 각 부처에 존재하는 양성평등 정책실도 강화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 조직 구조상 위원회는 집행력, 입법권이 없다. 각 부처의 힘은 예산과 조직에서 나오는데, 부처 자체를 없애고 위원회로 개편되면 관련 법이 입법되고 집행되는 힘은 지금보다 더 낮아지고 약해진다. 여성을 넘어 인구, 복지 등 현 정책들이 더 만들어질 수도, 발전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과거 여성특별위원회도 있다가 정부부처로 확대된 역사가 버젓이 있는데 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새 정부의 두 안 모두 역사적으로 이미 다 해본 것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건데,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진제공=뉴시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진제공=뉴시스]

Q. 일단 여가부의 폐지가 유예됐다. 이 행보가 유지될 것 같나.

유예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여가부 폐지를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6.1 지방선거, 용산 집무실 반대 등 논란 발생 직후이다 보니 전략적이고 일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정신없는 와중에 당장 폐지를 결단하기는 쉽지 않아 잠시 연기한 것 같다. 

Q. 윤석열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김현숙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가 내정됐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현숙 후보자는 과거 윤 대통령 정책 특보였다. 여가부의 다른 부처 분산, 미래가족부로 개편하기 위한 기반이 아닐까 한다. 여가부를 정리하러 온 느낌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이도 물론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지만, 김현숙 후보자가 개편된 여가부에 장관직을 맡을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해 시한부 장관이라며 폐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여가부 폐지는 기정 사실이다. 

Q. 앞으로 여가부 존치를 위해 계획 중인 운동이 있다면.

여가부 폐지를 막기 위해 기존에 진행했던 운동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실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필리버스터 형식의 집회인 이어 말하기 대회를 기획했다. 이외에도 서명 운동, 기자회견,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정부의 행보에 따라 국회 일정을 잡을 생각이다. 그리고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 등도 생각하고 있다. 최대한 여성연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하고 있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Q. 여성연합이 생각하는 ‘2030 젠더갈등’과 ‘성평등’은.

젠더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늘 그래 왔듯 갈등을 통해 조정하고 협력해 결국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성향 차이라고 ‘당연하게’ 인식하는 반면 왜 젠더갈등은 당연하지 않고 사회적인 큰 문제로 다루려는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세대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너무 사회 문제처럼 다루면 부정적인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 중 젠더갈등은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현저히 부족하다. 특히 젠더갈등의 경우,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곳이 온라인인데 텍스트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적나라하다. 그런 온라인 상의 오해와 대립을 풀고, 남녀 서로가 혐오한다고 단정 짓기보다 같이 소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여성연합이 약 35년 동안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초기 여성 운동이나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에서 소수의 운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중들이 젠더 이슈, 성평등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처럼 갈등과 불평등 문제는 의식이나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들도 우리가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하면 격차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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