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女子, 그리고 女子(26)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시즌도 아닌데 5월 초인 벌써부터 모기가 방안을 날아다니면서 잽을 날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

늘 접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늘 질문을 던진다. “모기는 왜 저렇게 똑똑할까? 저 작은 머리에서 어떻게 인간의 무자비한 공격을 다 피해갈까?” 하고 말이다.

아마 어린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프로그램이라면 단연 ‘짱구는 못 말려’가 으뜸이다. 비단 TV프로그램만이 아니다. 만화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옷, 과자, 음료수 등에도 진출해 브랜드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 ‘짱구는 못 말려’를 모르면 그야말로 이북에서 넘어온 ‘어린이 간첩’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바로 1년 전인 일곱 살의 주인공 짱구는 그야말로 온갖 짱구를 다 굴리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어린이 장수 인기 프로그램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 캐릭터. 머리가 큰 짱구는 사고뭉치이지만 지능이 높은 아이다.  

어린이 장수 인기 프로그램 “짱구는 못 말려”

우리가 흔히 들먹이는 `짱구가 함축하는 의미는 많다. 국어사전을 보면 짱구는 "이마와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뒤통수가 남달리 튀어나온 머리통이나, 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들 ‘뒤짱구’라고 하고 반대 경우를 앞짱구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짱구는 머리통, 다시 말해서 머리의 면적((brain region)이 큰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사람을 가분수(假分數)라고 부르며 놀리기도 한다.

머리가 큰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전해내려 온 이야기다. 머리통의 크기가 지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머리통이 감싸고 있는 뇌의 크기가 지능에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영장류의 뇌가 크며,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 가장 크다.

머리통이 커서 곤욕을 치러 재미있는 일화를 남긴 과학자는 닐스 보어(Niels Bohr)다. 덴마크 출신의 물리학자로 현대 물리학인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그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커서 짱구(bulging head)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도 자문역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그는 체구에 비해 머리가 너무나 컸다. 얄궂게 표현해서 짱구를 넘어 그야말로 ‘왕 짱구’였다. 그의 큰 머리를 둘러싸고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덴마크 출신 물리학자 닐스 보어, 머리 커서 산소마스크 못 써 죽을 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치 독일이 위세를 떨쳤다. 닐스 보어는 나치가 덴마크를 점령하기 직전까지 덴마크 과학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그의 연구소를 지켰다.

그러나 어머니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또 설사 유태인이 아니라고 해도 조국이 나치에 의해 점령당하면 할 수 없이 나치 과학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이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아 유명해진 그는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당시 독일과 연합군 사이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던 만큼 보어는 나치에 뺏겨서는 결코 안 될 아주 중요한 VIP 과학자였다.

머리가 커서 더욱 유명한 덴마크 출신의 양자물리학자 닐스 보어 

보어를 영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영국 특공대가 비밀리에 텐마크로 진격해 보어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전에서 특공대는 보어를 공군 폭격기에다 실었다. 폭격기의 경우 높은 고도에서 날아야 하기 때문에 그는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런데 보어의 머리가 너무 커 산소마스크가 맞지 않았다. 원래 산소마스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맞게 쓸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폭격기가 높은 고도를 날기 시작하자 보어는 상공에서 호흡 곤란으로 질식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 덴마크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동안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겨우 영국으로 탈출한 그는 동료들에게 자주 그 경험과 함께 넉넉한 이야기를 잊지 않고 동료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난 머리 때문에(머리가 좋아서) 유명해졌지만 그 머리 때문에 죽을 뻔했던 사람이야!"

머리가 얼마나 컸으면 산소마스크가 맞지 않았을까? 어쨌든 양자역학의 천재 보어의 일화를 보면 머리가 큰 짱구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예가 될 것 같다.

전해 내려오는 짱구 이야기 과학적으로 입증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머리통이 큰 짱구가 지능이 우수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이는 머리통의 크기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주장`에 무게를 실어 주는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개인 간 지능의 차이는 뇌의 어떤 특정 부위나 구조가 아니라 전체적인 대뇌피질(머리통)의 두께와 연관이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과 인지 능력을 둘러싼 개인 차이는 주로 뇌의 특정 부위가 구조나 기능과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능이 대뇌피질의 두께, 다시 말해서 단순히 머리통의 크기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다.

수년 전 캐나다 맥길 대학 몬트리올 신경연구소(MNI)의 정신과 전문의 셰리프 카라마 박사는 지능은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의 피질 두께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는 머리통 크기에 따라 지능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카라마 박사는 6~18세의 아이들과 청소년 500명을 대상을 여러 해에 걸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관찰했다. 동시에 지능, 신경 심리, 언어, 비언어, 그리고 행동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대뇌는 좌우 반구로 구분되며 피질과 수질로 나뉜다. 피질은 대뇌의 겉 부분으로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으며 회백색이어서 회백질이라고 하고, 수질은 대뇌의 속 부분으로 신경돌기들이 모여 있고 하얀색이어서 백질이라고 불린다.

카마라 박사는 지능과 대뇌피질 두께의 연관성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 대뇌피질은 많은 부위에서 감지되었으며 특히 뇌의 여러 부위로부터 정보들이 집중되는 다기능 부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정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대뇌피질이 두껍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그만큼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따라서 그것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것이 카라마 박사의 주장이다.

이 새로운 발견은 다발성경화증에서 정신분열증, 우울증, 정신지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이상 징후를 지닌 사람들과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특정 부위가 아니라 단순히 면적이 크면 인지기능과 지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 내려오는 짱구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사진=위키피디아]

물론 귀여워서 하는 말일 것이다. 어머니들은 머리통이 큰 짱구를 "큰 머리 때문에 너 낳으면서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라며 쥐어박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위대한 재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큰 사랑을 보낼 필요가 있다.

끈질긴 생존 능력을 자랑하는 모기의 IQ는?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모기의 뇌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아마 곤충 가운데 가장 지능이 우수한 곤충을 꼽으라면 바로 모기다.

그들의 재빠른 변신과 적응해 나가는 진화 능력, 한겨울에도 살아남아 인간을 공격하는 하는 끈질긴 생존 능력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

필자의 경험이다. 하루는 필자가 천장에 붙어 있는 모기들을 파리채로 일망타진했다. 그런데 그 후에 모기들은 결코 천장에 달라붙질 않았다. 그의 동료들이 천장에 붙어 있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건데 말이다.

모기는 정말 IQ가 높은 곤충이다.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가 자선 사업의 일환으로 말라리아, 뇌염 등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모기 박멸에 나섰다.

살충제 DDT에서도 말짱하게 살아남은 모기를 박멸하겠다는 게이츠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곤충학자들이 생각은 비관적이다. 박멸이 아니라 치료약이나 예방약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어쨌든 짱구도 아닌 모기의 지능은 정말 우수하다. 모기 시즌이 오고 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게 만드는 모기에게 멸종이나 멸종 위험 생물체라는 이름은 전혀 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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