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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는 할머니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강수연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향년 55세의 나이로 하늘의 별이 됐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향년 5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진은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고인의 모습이다.
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향년 5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진은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고인의 모습이다. ⓒ뉴스1

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향년 55세의 나이로 하늘의 별이 됐다. 과거 인터뷰에서 ‘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연기 잘하는 할머니 배우가 되고 싶다”던 고인의 바람은 이제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꿈으로 남게 된 것이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5시 1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고,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숨을 거뒀다.

4세의 나이에 집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한 강수연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1986)로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가 된 데 이어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는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품에 안았다.

이 밖에도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여인천하’와 ‘문희’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지난해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SF 영화 ‘정이’에 주인공으로 발탁돼 10여 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특히 고인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로도 유명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는 비구니 역할을 위해 삭발투혼을 선보인 것은 물론, ‘고래사냥2’에서는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한겨울에 소복만 입은 채로 얼음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과거 인터뷰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연기 잘하는 할머니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굉장한 일이다. 나는 아역에서 청소년을 거쳐 20대 30대 40대를 다 해봤는데 각 고비를 넘길 때마다 힘들었다.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고 강수연의 고정된 이미지가 있어선지 배우로서 힘든 게 많다. 그래도 줄기차게 연기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관객과 나이 먹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갑작스런 고인의 별세 소식에 영화계에서는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집행위원장으로 강수연과 인연을 맺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의 사진과 글을 올리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BIFF 측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긴 인연을 이어왔던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으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하셨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고인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날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는 고인의 출연작 ‘경마장 가는 길’을 상영했다. JIFF 측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하며 그와 인연을 맺었던 임권택 감독과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 역시 애도의 마음을 전해왔다”며 “한국 영화의 빛나는 별이었던 故강수연 배우의 영면을 추모한다. 그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유산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고인의 유작 영화 ‘정이’의 공개 플랫폼 넷플릭스 역시 “한국 영화계의 개척자였던 빛나는 배우 강수연 님께서 금일 영면하셨다”며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 보여주신 故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감독 이우석·임권택·정진영, 배우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안성기 등은 고문을 맡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시장 2층 17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이다.

 

서은혜 프리랜서 기자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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