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스텝 추가 논의 전망…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불가피"

미국이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고 몇 차례의 추가 빅스텝(0.5%p 인상)까지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상승률이 거의 5%까지 치솟은 물가 위험에 대응할 뿐 아니라,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에 따른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 미국, 빅스텝에 양적긴축까지…"몇차례 회의서 빅스텝 더 논의돼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지시간으로 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0.50%포인트 인상 결정은 2000년 5월 회의(6.0→6.5%) 이후 약 22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빅스텝 뿐 아니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계획도 공개됐습니다.

연준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국채, 정부기관채권, 정부기관 MBS(주택저당증권) 보유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입니다.

양적긴축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데, 처음 월 감축 상한액은 국채의 경우 300억달러, MBS 등은 175억달러로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는 상한액이 각 600억달러, 350억달러로 늘어나 더 큰 규모로 양적긴축이 이뤄집니다.

더구나 연준의 빅스텝은 이번 한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은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 빅스텝 두번이면 한미 금리 역전…자금유출·원화절하·물가상승 위험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크게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수 개월 내 미국의 두 번째 빅스텝만으로도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거의 없어지고, 세 번째 빅스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될 것"이라는 언급 등을 반영해 연준이 5, 6, 7월 세 차례 빅스텝 이후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2023년 2분기 최종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3∼3.25%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전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자본 유출의 경우 금리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 심리,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방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금통위 5월 포함 연내 3∼4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

우려했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피했지만, 결국 연준의 빅스텝이 시작되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불가피해졌습니다.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JP모건의 경우 한은이 5월을 포함, 추가로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뿐 아니라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만으로도 오는 26일 금통위가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당장의 물가 급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이미 지난달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물가상승 기대 심리(기대인플레이션) 불안,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근거로 추가적 통화완화 기조 축소(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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