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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50억대 종심제, 평가 세부내역 부랴부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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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04 05:00:26   폰트크기 변경      
[공정한 경쟁 건설강국을 만듭니다]


기술평가 전후로 심의위원 명단 및 총 점수만 공개
심의위원별 평가 세부내역, 본지 취재 이후 공개 전환
심의위원명, 심사평, 평가항목 등 세부내용은 없어 ‘깜깜이’


[e대한경제=백경민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50억원대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기술평가에 대한 공개 범위를 두고 입장을 번복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당초 심의위원들의 평가 세부내역을 쏙 빼놓은 채 총 점수만 기재한 결과를 공개했다가, 본지 취재가 본격화되자 슬그머니 내역을 끼워넣은 것이다.

하지만 채점총괄표란 이름으로 재차 공개한 내역에도 심의위원 이름은 물론, 평가항목, 위원별 심사평 등 세부내역은 여전히 밝히지 않아 하나마나한 공개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수자원공사와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고덕일반산단(2차) 용수공급시설 건설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3건ㆍ1~3공구)’에 대한 기술평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심의위원들의 평가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9일 해당 사업과 관련한 참여사들의 종합기술제안서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1공구는 도화엔지니어링(한국종합기술ㆍ대한콘설탄트)이 100점을 받아 승전고를 울렸다. 경쟁사인 삼안(건화ㆍKG엔지니어링)은 97.7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2~3공구 역시 한국종합엔지니어링(유신ㆍ동부엔지니어링)과 건화(삼안ㆍ홍익기술단ㆍKG엔지니어링)가 각각 100점으로 기술평가 우위를 점했다. 2공구 경쟁사인 한국종합기술(도화엔지니어링ㆍ대한콘설탄트)은 96.604점, 3공구 유신(한국종합엔지니어링ㆍ동부엔지니어링)은 97.063점을 받았다.

총 점수를 기재한 결과는 평가 당일 한국수자원공사 전자조달시스템상 공개됐다. 그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심의위원 명단도 밝혔다.

심의위원은 상하수도를 비롯해 토목시공, 토질 및 기초, 토목구조 분야 등으로 나뉘었다. 구체적으로는 △낙동강유역관리처 홍준영 △포항권지사 김준용 △물종합진단처 신수용 △충주권사업단 박필구 △여수권지사 김제희 △대전대학교 배병욱 △충남대학교 김윤용 등이다. 총 7명 중 5명은 내부위원, 2명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다만, 심의위원별 세부 평가내역은 당초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참여사별로 열람을 요구하지 않는 한 그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게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내놓은 답변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열람을 요구하더라도 평가 점수가 낮은 업체일 테고, 기사화라도 되면 그 출처가 뻔히 드러나지 않겠나”라며 “업체 입장에서는 취재 요구에 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에 참여한 업체는 사실상 결과에 따른 이의 제기를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는 곧 평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결국 다음번 수주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국가철도공단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해양수산부 등 주요 발주처는 건설엔지니어링 종심제 기술평가 후 내역을 공개한다. 세부내역상 심의위원 이름을 가리는 등의 행태로 지적을 받고 있지만, 발주처별로 홈페이지 또는 참여 업체에 심사평을 비롯한 항목별 세부 점수 등을 담은 결과를 밝힌다.

이는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일환이다. 참여사별로 당락을 좌우한 이유를 알아야 다른 새로운 사업에 참여할 때 이를 토대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심사형 건설사업에 투명한 평가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기존에 공개한 평가 결과(총 점수)에 더해 채점총괄표를 추가했다. 여기에는 심의위원별 정성평가(64점) 및 정량평가(36점)에 대한 점수가 담겼다. 심의위원별 점수에는 차등점수 5%, 최종점수 차등폭은 1%를 적용했다.

다만, 세부내역인 심의위원별 이름은 A, B, C 등으로 비공개 처리했다. 심의위원들이 어떤 항목들을 평가했는지, 어떤 근거로 해당 점수를 부여했는지 등 세부적인 내역은 알 길이 없다.

기술평가 우위를 점한 곳들은 모두 심의위원들의 몰표를 받다시피 했다. 3공구 A위원만 유일하게 다른 쪽 손을 들어줬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원래 평가 세부내역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업체별로 열람을 신청할 경우에만 공개했다”며 “익명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평가 내용을 더 보여드리고자 채점총괄표를 추가로 올렸고, 추후 이런 식으로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민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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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백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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