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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고 공경하는 마음 싹 틔우는 세상 모든 존재가 아름다워

기자명 법보

포교사단장상 - 양일옥

낡은 생각의 편견 벗어나 진리로 다가가는 연습 중
남편 함께 같은 길 향해 걸어가는 진리의 여정 행복
근본 자리 돌아가기 위해 게으름 없이 늘 정진할 것

그림=정은주
그림=정은주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낡은 생각과 편견에서 벗어나 치우친 오류의 틀을 깨는 것이다. 나는 낡은 믿음을 걷어내고 진리의 믿음으로 다가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망상과 망념을 내려놓고 끊임없는 정진으로 오랫동안 훈습되어 왔던 묵은 때를 씻고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나사를 단단히 조인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도와 내 삶에 대한 반성과 통찰. 이를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로 삼는다. 끊임없이 내려놓는 훈련을 통해 거칠고 질긴 오랜 습성들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는 훈련이다. 그것은 인내와 역경을 견뎌내는 피눈물 나는 고난과 고통을 수반한다. 기도 중 흘린 뜨거운 눈물은 그동안의 회한, 집착, 분별, 욕심, 화, 분노, 어리석음을 덜어주었다. 

처음 1년은 그야말로 거친 생각의 조각이었고, 2년 차는 조금은 덜 거친 생각의 조각들을 걷어내며 조금씩 자신의 본성을 알아가는 단계였다. 3년 차는 그 본성을 개발하며 키워가는 단계다. 수많은 눈물 속에는 내가 잊고 살았던 나의 본마음을 속속들이 끄집어내어 잘 관찰해야 했다. 3년 차가 되니 더 이상 눈물은 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욕심을 거두고 화를 가라앉히며 어리석음을 줄여주었다. 마음의 양식인 경전은 나의 마음을 안정되도록 도와주었고 자비와 연민을 갖게 했다. 욕심을 버리니 기도의 힘은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다. 기도할 때 느껴지는 전율은 업장을 녹였다.

팔정도를 본 후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찾던 진리의 갈증이 나를 봉녕사로 향하게 했다.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바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팔정도는 내가 찾던 길이었기에 잘 수용해 따라가겠다고 나와 약속을 했다. 가족이 걱정할 만큼 잠을 줄여가며 불서를 통해 불교를 알아갔다. 시간이 아까워 2~3시간 쪽잠을 자다 보니 얼굴이 많이 초췌해졌다. 이제는 습관을 바꿔 5시간은 자려고 한다. 혹독한 수행 후 중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체험과 경험으로 알게 됐다. 

봉녕사에서 어렵고 만나기 힘든 ‘능엄주’를 알게 됐다. 꾸준히 독송하면 분명 가피와 함께 내 마음에 꽃비가 내릴 것이라고 믿었다. 매일 꾸준히 한편씩 독송하다 보니 9개월쯤부터 입에서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어렵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힘들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어느새 내 것이 되었다. 능엄주의 위신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모든 부처님이 이 주문에 의해 깨달음을 얻었고, 마구니의 항복을 받았으며, 이 주문을 근거해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능엄주를 꾸준히 독송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개발되고 집중력이 개발되며 모든 악을 멀리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능엄주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며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는 힘과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또한 ‘금강경’은 나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기심과 아상의 틀을 깨뜨려 더 높이 더 넓게 세상을 향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희열을 안겨주고 위안을 준 청정수 같다고 할까. ‘금강경’을 독송한 후 한동안 눈앞에 나타난 경계로 졸음이 쏟아진 적이 있다. 그 또한 내 잠재의식 속에서 발동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경계가 나타나면 나타나는 대로 지켜봤다. 혼침에서 벗어나니 경계가 사라져 갔다. 뛸 듯이 기쁜 순간이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이루는 마음에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가르침이다. 일체 모든 것에 머무름 없이 행하여 무상에 대한 자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가 나를 이끌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경’을 권해 주시고 훌륭한 의사의 처방과도 같은 가르침을 주신 봉녕사 주지 진상 스님께 감사를 드린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주변 정리를 하고 법복으로 갈아입은 후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경전을 대하고 기도를 한다. 법복은 몸과 마음을 제어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모든 망상을 내려놓고 기도와 경전에 집중하면 효과도 빠르고 시간도 빠르게 지나간다. 여러 선어록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면서 선사들께서 행했던 수행의 묘미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배의 창고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 담아 회광반조(廻光返照)한다. 불법은 내게 가뭄의 단비가 되어 주었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데 충분한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피눈물이 나는 혹독한 시련의 과정은 쓰고 매서웠지만 그러한 과정이 아니였다면 지금의 나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고난의 열매는 달고 행복하기에 내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그 언덕을 향해 달려가지만, 결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남편도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남편이 퇴직을 했지만, 밀어붙이지 않고 오직 불연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도 같았다. 퇴직 후 소속이 사라져 스스로 초라하게 느끼지 않도록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도 그동안 가족을 위해 수고한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라고 인식시켰다.

남편은 집안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도 하는 등 나름 잘 적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면증으로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겠다고 했다. 함께 병원을 따라나서며 혹여 나 자신이 남편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되돌아보았다. 처방받은 약으로 그날 밤은 잠을 푹 잤는지 아침에 눈을 뜨고 나오는 기색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표정이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가만히 생각하면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원인이다. 걱정해 해결될 일이면 걱정을 하겠지만, 막상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사유하게 됐다.

걱정은 불안, 초조, 공포까지 만들어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병을 일으키고 암의 원인이 된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로 보는 훈련이 필요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108배를 같이 해보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내키지 않는 듯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 날 안방에서 부처님을 향해 108배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조용히 그 옆에서 함께 절을 하며 그동안 남편에게 잘못한 것들을 일배 일배에 담아 참회했다.

절을 통해 배운 것이 참 많다. 내려놓음으로써 하심하는 마음을 배웠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하심은 우리의 마음을 근본으로 되돌리는 듯하다. 공경하는 마음이 싹을 틔우니 세상 모든 것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절은 수행의 방편이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확신한다. 남편과의 108배는 매일 이어졌고 108일째 되던 날 회향했다. 남편은 절하는 것을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불연을 맺어줄 기회를 보다가 때가 된 것 같아 ‘법요집’을 안겨 주었다. 절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지금은 ‘천수경’과 ‘법화경’을 열심히 독송하고 있다. 어느새 도반이 되어 함께 같은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게 신기하고 즐겁다. 조금씩 불자로 거듭나는 남편의 모습에서 환희심을 느낀다. 어느 날은 남편이 운동을 나갔다 들어와 양동이를 들고 장갑을 준비하더니 집 근처 산 아래 버려진 막걸리병을 주우러 가자 했다. 남편의 제안에 흔쾌히 따라나섰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버려진 막걸리병들이 눈에 띄었다. 다 줍고 나니 김장용 비닐봉투로 2자루나 됐다. 재활용 수거함에 가져다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누군가는 양심을 버린다. 왜 그곳에 버렸을까. 그 누군가에게도 불성이 자라기를 바란다.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꿈을 이뤘다. 10년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남편과 상의 후 사직서를 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용기가 필요했다. 생활하는데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우선은 가진 돈으로 생활해 보기로 했다.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퇴직이 살아가는 데 걸림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공부할 시간이 주어진 건 정말 대단한 행운이였다. 나의 열망을 알고 기회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명예퇴직 신청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도 다니고 있을 직장이었다. 그것마저도 감사하게 여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직장생활은 참고 인내하는 참 좋은 수행처였다. 퇴직하던 날 모든 분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구내식당에도 들려 그동안 따뜻한 식사를 해준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금껏 많은 사람이 떠났지만 구내식당까지 찾아와 작별인사를 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제 가야 할 분명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동국대 학점은행제에 등록해 강의를 듣고 있다. 요즘엔 코로나 시절이라 줌으로 강의를 듣는다. 나이 들어 무언가를 한다는 건 시간과 용기,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희망이 있어야 하고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근본 자리가 있다. 근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게으름 없이 늘 정진하는 노력의 자세가 필요하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쉼 없이 정진한다. 부처님 품으로 나아가는 행복의 길을 결코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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