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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파이어족, 그 달콤한 희망에 대하여(上)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5.0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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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 회사는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다.

한 중견기업 임원이던 김만일(가명)씨는 얼마 전 퇴사를 통보받았다. 그가 이끌던 부서에 문제가 발생하자 회사에서는 빠르게 부서를 개편했고 A씨가 맡던 본부는 해체됐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신호인가 고민했지만, 아직 앞날이 구만리인 자식들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려 했으나 회사 판단은 달랐다. 마침내 회사를 떠나는 날 그는 눈물을 보이며 후배들에게 말했다. “20년을 왜 이렇게 애썼는지 모르겠다”고.

고령자 고용법에서는 근로자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체감하는 정년퇴직 시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예상 연령이 51.7세로 나타났다. 법정 정년보다 8년 이상 이른 것이다.

거기다가 지난해 발표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년이다. 향후 의료기술의 진전과 발달이 없어 기대수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은퇴 후 30년을 어떻게든 먹고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연금이 충분히 놀 만큼 넉넉지도 않다. 그들은 앞날을 걱정하며 급하게 노후준비를 시작한다. 평생직장이 없다는 말은 예사소리가 아니다.
 

■ 파이어족이 뭔가요?

하지만 은퇴에 가까운 나이가 아닌데도 미리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매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과 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일찌감치 노후 대비를 한다. 세상은 그런 젊은이들을 파이어족이라고 부른다.

파이어족의 파이어(FIRE) 운동은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의미한다. 즉 파이어족은 빠른 은퇴를 위한 방법으로 극단적 소비 절감과 저축을 통해 40대 전후 조기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파이어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퍼졌다. 파이어족이 밀레니얼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한 배경에는 금융위기가 있다. 당시 엘리트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선배들이 직장을 잃고 삶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일의 연속성에 대한 위기를 느꼈다. 그 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 하에 두고 싶다는 목적으로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그 바람은 국내로까지 넘어왔다.

직장인들이 퇴사할 때 쓰는 이미지로 유명한 '이누야샤 가영이 퇴사짤' [이미지 = 블로그 캡처]
직장인들이 퇴사할 때 쓰는 이미지로 유명한 '이누야샤 가영이 퇴사짤' [이미지 = 블로그 캡처]

파이어족에 대한 열망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강렬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MZ세대에 해당하는 만25~39세 25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9%는 조기 은퇴를 꿈꾼다고 답했다. 이들은 51세에 은퇴하길 희망했는데 이는 조기 은퇴를 꿈꾸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은퇴연령 62세보다 11년 더 빠르다.

이들 파이어족이 답한 목표 은퇴자산 분포는 20억원 이상(40%), 10억원(25.9%), 15억원(12.1%)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목표 은퇴자산은 13억7천만원이다.

그렇다면 13억7천만원으로 은퇴 후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개인의 소비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월 100만원으로도 살 수 있지만, 월 500만원은 돼야 ‘사는 것처럼 산다’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은퇴에 필요한 자산을 측정하기에 앞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파이어족은 우리가 아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파이어족을 단순히 부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 후 편하게 골프를 치거나 해변에서 여행을 다니는 일상을 꿈꾼다.

하지만 의외로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건 ‘적은 소비’로 ‘자유롭게 살기’에 가깝다. 여기에는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소비를 많이 하려 할수록 은퇴 시기는 더 늦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소비는 그들의 목적과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 얼마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을까?

은퇴할 시점에 갖고 있어야 할 자산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 본인의 소비패턴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세후 연간 얼마를 버는지, 자산은 얼마인지, 쓰는 돈은 얼마인지 인식한다. 특히 연말정산 때마다 확인되는 ‘카드 사용액’에 깜짝 놀라는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단계다.

대충 수치를 확인했다면 계산기를 두드리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에 ‘조기은퇴 계산기’를 검색하는 것이다. 여러 개 사이트 중 선택해 항목을 채우면 된다. 대부분 △연간세후소득 △연간저축액 △연간생활비 △현재 순자산 △투자기대수익률 △인출률 등이 들어간다.

여기서 기대수익률은 당연히 세금 등의 비용을 감한 금액이다. 인출률은 조기 은퇴 후 은퇴자금에서 매년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10억원을 갖고 은퇴를 했을 경우 3% 인출률을 설정한다면 매년 30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세후 연소득이 1억이라고 하자(그러면 좋겠다). 연간생활비로는 5000만원이고, 모아둔 돈도 1억원이 있다. 자산 배분은 투자 70%, 현금 30%로 가져간다. 투자수익률은 주식에 장기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현실적인 기대수익률 8%로 잡았다. 인출률은 대략 4%를 잡는다. 은퇴 후에는 지금과 똑같이 5000만원을 쓰고 싶다.

이 경우 당신이 필요한 은퇴자금은 15억, 예상 은퇴 시기는 약 14년 후가 된다. 은퇴 후에는 월 417만원을 소비할 수 있다. 어떤가, 만족스러운가? 14년이면 나쁘진 않다. 하지만 1억원이라니, 한낱 삼십대 초반 직장인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소득금액이다.

돈 없는 사람은 파이어족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래서 아주 현실적인 수입을 준비했다.

[이미지 = 밀레니얼 재테크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 밀레니얼 재테크 홈페이지 캡처]

만약 당신이 세후 3600만원을 버는 사람이다. 소비는 아끼고 아껴 월 100만원으로 줄였고, 현재 보유 자산은 없다. 투자와 현금 비율은 7:3으로 가져가고 투자에 서툴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은 5%로 잡았다. 이럴 경우 당신은 10년 만에 은퇴할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필요 은퇴자금이 3억이라는 점이다. 이 돈으로 은퇴 후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월 100만원씩만 써야 한다. 만약 당신이 가족이라도 이뤄 은퇴 후 가구 월평균 지출액(2021년 기준) 249만원이라도 쓰려고 한다면, 예상 은퇴 시기는 21년 후가 된다.

현실을 파악했으면 그것이 주는 암담함과는 별개로 단계별로 실천할 차례다. 1단계는 목표를 세우고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이다. 2단계로는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3단계,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직장인일 경우 몸값을 높이거나 부업, 창업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한다. 4단계는 투자다. 꾸준한 공부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것도 단시간에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또 세금혜택이 있는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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