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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전환(轉換)의 시대 (上)] 서울대 이강재 교수 "학문후속세대 단절이 핵심"

이강재 교수 "인문학 그 자체의 위기'가 아닌 '학문후속세대 단절'이 핵심적인 문제"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첫 번째는 서울대학교 이강재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서울대 이강재 교수 “학문후속 세대 단절이 핵심”

(中) 인문학을 위한 정책 효율 제고...제도 차원 전환 주목 

(下) "학문후속세대는 학문동행세대"..."공존은 인문학 위기 전환의 초석"

 

 

【 청년일보 】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의 이강재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 활약하고 있는 '활동형 학자' 중 한 명이다. 현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장과 국가교육회 고등직업교육개혁전문위원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이 교수는 치열한 논의가 오가는 현장에서 인문학의 역할과 사회적 필요성에 관해 꾸준히 강변하고 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을 역임하며 한국 학계 내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역량을 끌어 올리고 후속학문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 많은 지위를 역임하고 있는 이 교수지만, 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멈추지 않고 활동하고, 발언하며 인문학에 대한 구체적인 국가·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는 후속연구세대 양성에 관한 의지와 학문적 열정으로 청년일보의 '인문학의 위기' 현상에 대한 취재에 흔쾌히 응했다.

 

◆"'인문학 그 자체의 위기'가 아닌 '학문후속세대 단절'이 핵심적인 문제"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학 내 그리고 사회에서는 공공연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문학계는 당장이라도 무너질듯 쌓인 석재탑과 같이 90년대를 지나며 위기의 시대를 맞는 모양새였다.

 

지난 8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의 물결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오늘날 소위 '운동권'으로 칭해지는 기성 세력과 인물들은 거리에서, 학교에서 '정의'를 외치며 경찰서를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던 청년 시절을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문학은 한국 사회에서 바로 이 시기 '전성기'를 구가했다.

 

누군가 투쟁과 민주화를 외치지 않더라도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물결은 일반 시민과 학계 등 대부분의 사회적 구성원을 치열한 사상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논의는 바로 이와 같은 논의에 지속적으로 '땔감'을 던져줬다. 좌·우 할 것 없이 수많은 사상가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수요 속에서 인문학은 '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시간이 지나 국민 정부가 들어서고 이와 같은 수요가 점차 사그라들자 인문학계에서는 비로소 '위기'라는 외침이 제기됐다. 가시적 수요와 산출이 없는 학문이 들어설 곳은 소멸이라는 종착지로 향하는 냉기 가득한 일방통행로였다. 

 

그러나 이 교수의 관점은 조금은 달랐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개념에는 애초에 본질적인 어폐가 자리하고 있다며 운을 땠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그가 청년일보의 취재에 응답한 가장 첫 번째 답변이었다.

 

이어 그는 "'과연 역사적으로 인문학이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며 "사람은 이익을 위해서 달려가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인간성의 상실을 염려하는 것은 언제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그것이 조금 더 심화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위기'라는 말로 결론짓는 것에는 조심스럽다"며 "물론 성장중심사회, 과학만능주의와 인문학 후속학문세대의 단절, 그리고 이에 따라 인문학자의 위기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인문학의 위기' 현상이 당장의 특징적인 위기 현상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그는 현대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과학만능주의 등의 사상이 인문학 연구의 '세대'를 끊는 위기감이 후세대에 고조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의 위기'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교수는 "역으로 인간성의 위기 속에서 진정으로 인문학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조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하며 현 세대가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인문학계의 무조건적인 '위기 호소'가 아니라, '후속세대의 단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다만 우리가 느끼는 위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에 대한 염려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대 사회 모두가 성장과 발전, 그리고 과학만을 중시하면서 그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인간의 문제에 대해 갈수록 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학령인구의 감소·대학 재정의 악화·취업 중심의 대학의 모습이 이 같은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라고비판하며 "창의력과 상상력, 비판정신을 길러주는 인문학을 당장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교수는 "인간의 삶이 점차 성장중심·과학만능주의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며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지 않는 현상은 인문학의 위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원광대학교에서는 사학과·철학과 등 4개 과가 폐과되거나 다른 과로 흡수 되는 내용을 담은 안을 입법예고 했다. 당시 관련 학과의 재학생들은 학교의 조치에 맞서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며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입학한 신입생들은 '사기 입학'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거나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강력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원광대 측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학과들을 '구조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의 실체가 무엇이 되었든, 이 교수의 '인문학의 위기' 현상에 관한 원인 분석이 설득력 있게 실제적인 현상에 투영되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문화강국으로서의 모습은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이뤄진 인문학의 연구, 학습, 교육의 결과"라며 인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는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결과로 도출될 수 있음을 어필했다.

 

이어 그는 "문화적 도약에 관한 인문학의 역할과 업적을 잊는다면 대한민국의 문화강국의로서의 전성기는 지금으로 끝을 고하고 쇠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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