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쿠팡이 쏘아 올린 ‘대기업집단 지정제’ 논란 해법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4.29 05:00 ㅣ 수정 : 2022.04.29 05:00

쿠팡,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등장
학계 "동일인을 내국인으로 제한해야 할 근거 없어" 지적
전경련 등 경제단체, 대기업집단 지정 폐지 주장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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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2022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공개했다. 과연 올해는 어떤 기업이 대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는지, 기업 순위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산총액 기준 1위는 역시 명불허전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그런데 반도체 매출 증가, 석유사업 성장에 힘입어 SK그룹이 현대자동차를 꺾고 재계 순위 3위에서 최근 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업체 두나무가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대기업 집단에 새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밖에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얽힌 여러 화젯거리 가운데 쿠팡도 이름이 올랐다.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불거졌던 ‘대기업집단 지정 폐지’ 논란이 최근 재점화 됐다. 

 

쿠팡이 쏘아 올린 대기업 집단 지정 폐지 주장과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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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창업자이자 대주주 김범석 의장 [사진 = 쿠팡]

 

■ ‘총수 없는 대기업’이 뭐길래

 

우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처음 시행됐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취지에 따라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해마다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71개곳(소속회사 2612개)을 선정했는데 그 대상에 쿠팡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선정 발표가 있기 전부터 쿠팡는 대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공정위는 최종 선정에 앞서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동일인을 지정한다. 동일인 기준은 해당 기업집단의 최상위 회사 혹은 그룹 소유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와 최상위 회사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등이다. 

 

이에 따라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 김범석 의장이 쿠팡 동일인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그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어 공정위는 외국인에게 큰 법적 책임을 물 수 없다는 이유로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는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이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이 아닌 국내 회사나 친족이 가진 국내회사가 전혀 없는 점, 이에 따라 동일인으로 쿠팡 법인을 지정하거나 개인 김 의장을 지정하거나 계열 집단 범위에 전혀 변화가 없는 점, 사익편취 규제 행위도 현 시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점을 종합 검토한 후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실상 총수인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며 대주주로 권한을 자유롭게 누리고 총수 일가 대상의 여러 규제들은 면제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논란이 뜨거웠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불거진 상황에서 쿠팡이 올해도 총수 없는 대기업 신분을 이어가게 돼 공정위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을 내국인으로 제한해야 할 근거는 없다”며 “기업집단의 국내 매출 비중, 동일인의 국내 거주 여부, 국내 소속회사에 대한 지배력 행사 정도 등을 검토해 필요에 따라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동일인 확정이 대기업집단 규제의 전제이자 준거점인데 현행법 상 그 개념이 모호하다”며 “규제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그 정의와  요건규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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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집중도 추이 (전체 매출 대비 10대 및 30대 그룹 매출 비중) [사진 = 전국경제인연합회]

 

■ 전경련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갈라파고스 규제'로 폐지해야"...제도 보완 목소리도  

 

쿠팡 논란 이후 일부 경제단체는 대기업집단 지정 폐지 주장을 들고 나왔다.

 

전국경제인엽합회(이하 전경련)는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집중 억제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세계적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1986년 처음 도입했을 때 상위 3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까지 상승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던 폐쇄경제였던 점은 맞다. 하지만 이제 시장개방도가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하고 FTA를 체결한 국가가 50곳이 넘을 정도로 개방경제로 바뀌어 대기업 집단 지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게 전경련 주장이다.  

 

즉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일부 국내기업의 시장독점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감소하는 점도 같은 이유다. 30대 그룹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감소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 또한 같은 기간 28.8%에서 24.6%까지 줄어들었다.

 

전경련은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M&A(인수합병) 등을 저해한다”며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계열사 지원도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논란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우리 기업만 세계적인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력 집중이 여전히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고 사익편취를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대안 마련 없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일부 미흡한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다만 이를 폐지하기보다는 현재 경제 여건을 반영해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향후 자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4년도부터는 자산총액 10조원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이 기준이 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명목 GDP는 2057조4000억원이며 확정치는 2023년 6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또 공정거래 관련 정책의 개선을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동일인 지정에 관해 언급했다.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 범위를 기존 ‘혈족 6촌, 인촉 4촌’ 보다 좁게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내부적으로 친족 범위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대안 없이 무턱대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동일인은 윤 당선자 공약처럼 범위를 좁히는데서 시작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 외에 여러 사안이 있겠지만 아직은 설익은 논의"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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