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이 공약(空約) 되는 순간에 직면
1기 신도시 재건축 발표 놓고 오락가락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 폐지로 가닥
단기적 집값 상승과 장기 정책 사이에
부동산 정책 실패하면 지방선거 타격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 [사진제공=뉴시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게 하는 일등공신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정책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을 사용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부동산 민심이 표심으로 발현됐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공약 상당수가 후퇴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았는데 부동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것이다.

부동산 표심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규제완화를 기대했던 부동산 민심이었지만 공약은 폐지하거나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을 구사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오르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에 따라 정권교체에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았고, 부동산 민심은 환호를 했다. 꽉 막혀 있던 부동산 경기에 활로를 뚫어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난 후 부동산 정책의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분당이나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다. 이것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재건축 규제완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중장기 대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들리면서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인수위 공식 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안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역부족이다.

분당-일산 아파트값 격차 확대. [사진제공=뉴시스]
분당-일산 아파트값 격차 확대. [사진제공=뉴시스]

오락가락한 정책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간 한시적 배제 공약도 1년 한시적 배제로 전환됐고,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공약은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공약 등도 일부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수위는 민간 등록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4년 단기 임대사업은 부활하기로 했지만 아파트 매입임대는 현행대로 폐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종합부동산세 폐지 역시 힘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때도 인수위 시절 종부세 폐지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결국 폐지는 물 건너갔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종부세 폐지를 내세웠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라고 해서 달라질 것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과감하게 내놓은 공약이지만 인수위를 거치면서 대폭 수정되면서 사실상 부동산 표심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상태이다.

사실 인수위 입장에서도 고충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따지면 규제 완화가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그렇게 추진을 해야 하지만 그러자면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껑충 뛸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1기 신도시의 경우 윤 당선인이 당선되자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해 올해 대선 후인 3월 10일부터 2개월 동안 0.26% 오르며 상승폭이 3배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들썩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되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그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인수위로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다. 종부세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종부세 폐지를 윤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종부세가 폐지 되면 그에 따라 집값이 들썩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숙제를 떠안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부세 폐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 당시에는 해당 공약을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즉,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수많은 부동산 공약이 장기적인 비전과 단기적인 가격 상승 속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과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것이 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발표를 해서 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에서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하루에도 몇 가지씩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서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채널에서 종합적이면서 체계적인 부동산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빨리 열리고 난 후 부동산 정책 수립을 위한 행보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회 인준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인수위가 끝날 때까지 계속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대구 수성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사진제공=뉴시스]
분당-대구 수성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사진제공=뉴시스]

부동산 정책 발표는 언제

그러면 시장은 불안하면서 집값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오락가락한 윤석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은 1기 신도시에 대한 윤 당선인의 생각이 무엇이냐고 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부동산 정책은 정권을 흔들 정도로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단기적인 집값 상승 문제와 장기적인 정책 사이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단기를 포기하면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장기를 포기하면 집값이 들썩이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는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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