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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은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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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은 '속빈강정'

고객이 금리 인하 요구할 수 있는 요구권이지만 68.4%가 거부당해
헐거운 법망에 징계도 실효성도 없어···추가개선작업 불투명

3개 시중은행 대상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미스터리 쇼핑 결과 [자료=윤창현 의원실, 금융감독원]이미지 확대보기
3개 시중은행 대상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미스터리 쇼핑 결과 [자료=윤창현 의원실, 금융감독원]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차주가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이 주목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제도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을 권하지만, 정작 해당 제도를 활용했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금융사의 설명이 미흡한 데다가 설령 신청한다고 해도 까다로운 심사 문턱에 막혀 10명 중 7명은 포기한다. 결국 금리인하요구권은 법제화 3년차임에도 허울 뿐인 제도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2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융사 미스터리쇼핑 실시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시중은행이 금융상품 판매절차 과정에서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안내나 사전 설명이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스터리 쇼핑이란 조사원이나 감독원 등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상품 판매 절차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또한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은 차주의 신용등급이나 수입 등이 개선됐을 때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세부적으로는 KB국민은행의 경우 44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판매절차 등을 평가한 결과 60.9점으로 '미흡' 등급을 받았다. 또한 콜센터를 대상으로 1차 조사(2020년 7월 7~31일)한 결과 39.1점으로 '매우 저조' 등급을 받았다. 다만 2차 조사(2020년 10월 26일~11월 13일) 에선 96.5점으로 '우수' 등급을 받는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20년 콜센터에서 66.6점으로 '미흡'을, 영업점에선 79.2점으로 '보통' 등급을 받았다. 또 같은 해 하나은행은 콜센터에서 83.2점으로 유일하게 '양호' 등급을 받았다.

당초, 금리인하요구권은 20년 전인 2002년에 도입됐지만, 형식적 약관 등에만 표기되는 등 실질적 효력은 미미했다. 이후 2019년 6월 법제화가 이뤄지고 나서야 비로소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로 격상됐다.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수용 지표 [자료=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수용 지표 [자료=금융위원회]

문제는 이같은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을 포함한 4개 업권의 금리인하요구권의 신청건수는 2017년 19만8000건에서 2020년 91만1000건으로 4.5배 이상 폭증했다. 반면, 수용건수는 같은 기간 12만2000건에서 33만8000건으로 2.8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리인하 수용률도 2017년 61.8%에서 37.1%로 절반 가량 줄었다. 특히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31.6%로 2금융권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양상도 보였다.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해도 10명 중 7명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금리인하요구권의 원인으로 금융권은 헐거운 규정을 꼽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과태료나 징계를 받은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행 규정상 금융사가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에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금리인하요구권의 법제화 이후 각 금융사는 대출서류에 금리인하요구권에 관한 설명을 기입했다.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금융사 직원의 안내나 설명 없다고 해도 금융사는 고지의무를 준수한 것이 된다.

KB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설명서'에 포함된 금리인하요구권 설명 내용 [자료=KB국민은행]이미지 확대보기
KB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설명서'에 포함된 금리인하요구권 설명 내용 [자료=KB국민은행]

금융사가 금리인하요구권을 거부해 제재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은행법 상 금융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인하 요구권를 거부하거나 지연시 이른바 불공정영업행위로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은행법 시행령 제 18조의4 2항에 따르면 금리인하 요구를 받은 은행은 해당 요구의 수용 여부를 판단할 때 차주의 신용상태 개선이 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은행업 감독규정 제25조4에 따르면 은행은 차주의 신용상태 개선이 경미해 금리 재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치 않을 수도 있다. 설사 금융사가 금리인하요구권을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할지라도, 정해진 내부 기준에 따라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판단시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 금리인하요구권을 금융사가 거부해도 수용하지 않은 사유에 대한 설명 의무가 없는데다가, 통계·운영실적이 공시되지 않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금융사가 거부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위는 올해부터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고객 안내·설명 기준'을 마련하고, 금융사가 차주들에게 연 2회 정기적으로 주요 사항을 안내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금융위는 상반기 중 금리인하요구과 관련,·심사기준을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소득은 없다.

윤창현 의원은 "금리인하요구권은 법률에 근거한 소비자의 법적 권리다"며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금융사의 수용 현황을 공시하는 등 소비자 권익을 보장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