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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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이 집착은 유별나다. 조금만 친해지면 나이를 먼저 묻기 일쑤다. 한 살 차이로 높임말과 반말 서열이 갈린다. 그런데 나이를 따지는 계산법은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세 가지로 들쑥날쑥이다.

먼저 ‘세는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친다. 새해 첫날마다 한 살씩 더 먹기에 12월 31일 태어난 아기도 하루만 지나면 두 살이 된다. 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한다. ‘연 나이’는 출생 때를 0살로 하되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진다. 병역법 등 법 집행 편의를 위해 쓴다.

예를 들어 2020년 5월생이면 한국식 나이로는 세 살, 연 나이로는 두 살, 만 나이로는 한 살이다.

▲이같이 나이 셈법이 혼용되면서 혼란도 작지 않다. 평소 공공기관 서류 작성이 헷갈리는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만 나이 계산기’를 찾곤 한다. 최근엔 정부가 백신 예방접종과 청소년 방역패스 지침을 발표하자 기준 나이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나이를 두고 모 기업 노사가 법적 다툼도 벌인 적도 있다. ‘정년은 만 60세로 하며 56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문구가 쟁점이었다. 사측은 1년이라도 빨리, 노조 측은 1년이라도 늦게 적용해야 한다며 맞선 결과 ‘만 55세’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 나이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고유의 세는 나이를 5200만명이 한날한시에 한 살을 더 먹는 ‘코리안 에이지’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인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국의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비효율을 걷어내자는 취지다.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생명과 전통문화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하는 것도 의의 깊은 행보일 것이다. 10명 중 7명이 만 나이 통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나이는 태어난 지 몇 년 몇 달 됐다고 하는 게 합리적이다. 만 나이로 통일되면 지금보다 1~2살 낮아져 국민들이 젊어지는 심리적 효과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세는 나이로 형과 동생을 정하던 서열 관념까지 바뀔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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