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4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1월 인상 후 3개월 만에 0.25%p 올렸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네 번의 인상을 통해 1.5%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최소 2.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이미 6%대 진입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연말에는 7%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대였던 주담대 금리가 불과 1년 사이에 7%대 진입을 목전에 둔 것이다. ‘빚투·영끌’로 대출을 끌어다 자산시장에 투자한 차주들과 코로나19로 대출을 많이 받은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2~5.34%다. 지난해 말 연 3.71~5.07% 대비 하단은 0.29%p 낮아졌지만, 상단은 0.27%p 높아진 것이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경우 연 3.97~6.35%로, 작년 말 연 3.60~4.98%보다 하단은 0.37%p, 상단은 1.37%p 올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돼 채권금리가 빠르게 오른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공표된 3월 기준 신규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1.72%로, 한 달 사이에 0.02%p 인상됐다.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에는 1.55%에서 1.72%로 0.17%p 높아졌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한다.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최대 0.4%p 인상된 예·적금 금리를 적용하고, 하나은행도 최대 0.35%p 인상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9일부터 0.25~0.40%p 올린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예·적금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말 2.259%에서 지난 15일 3.428%로 1.169%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는 연 3.53~5.22%다. 작년 말 연 3.50~4.72%보다 하단은 0.03%p, 상단은 0.50%p 올랐다.

금리는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전을 예고했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한 수준인 미국은 3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를 1.75~2.0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공개된 3월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릴 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과 함께 양적긴축(대차대조표 긴축)도 예고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거나 심화되는 경우 향후 회의에서 50bp(1bp=0.01%p) 상승이 적절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는데,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8.5%를 기록, 4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다”며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에 달하는데, 판매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제외한 1755조8000억원 중 금리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은 76.1%다. 기준금리 인상분 만큼만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3조3404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2~3회 더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최소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가 7%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에 대한 상향 조정 가능성과 금융안정, 대외적인 통화정책 환경의 변화 요인 등을 감안할 경우 연간으로 2회 더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2년 말 한국의 기준금리는 2.00%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3일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는 3월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물가도 2분기에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상영 의장 대행은 한국의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인상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지만,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도 기존 2.25~2.50%에서 2.7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