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가능성에 집중
가정∙사무실 폐기물 수거 후 재활용 업체에 전달
6개월 만에 누적 2만 회 이상 수거

사진=어글리랩
사진=어글리랩

[스타트업투데이] 덴마크 동화 <미운오리새끼>의 미운 오리는 자라서 백조가 된다. 어글리랩은 사람들이 필요 없어서 버린 쓰레기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글리랩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버린 쓰레기들로 멋진 것들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멋진 것들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해 쓰레기 배출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모바일 폐기물 문전수거 서비스 ‘오늘수거’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쓰레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존중하고 연구한다는 어글리랩 서호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효율적 이타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창업

서호성 대표(사진=어글리랩)
서호성 대표(사진=어글리랩)

서호성 대표는 어글리랩 창업 전 군인이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유학 시절, 수학을 공부하며 적정기술과 소셜 벤처에 관심 갖는 학부생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추상적인 문제 해결보다 실생활의 문제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효율적 이타주의’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효율적 이타주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은행, 스타트업 등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삶을 통해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어요. 주도적인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선 창업이 해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던 서 대표는 미군들을 대상으로 비영리 배달음식 주문 대행 서비스를 운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부대 밖 실생활의 문제들을 생각하던 그는 지금의 오늘수거 서비스를 떠올리게 됐다. 

“전역 직후 제가 머물던 오피스텔에서 테스트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8월, 강남구 일부 지역에서 베타 테스트 중이던 오늘수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어글리랩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그릿(grit) 정신으로 무장한 8명의 팀원과 다양한 배경의 오퍼레이션 크루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모바일 폐기물 문전수거 서비스로 쓰레기 배출 문제 해결

문 앞에 쓰레기를 두면 어글리랩이 수거해간다(사진=어글리랩)
문 앞에 쓰레기를 두면 어글리랩이 수거해간다(사진=어글리랩)

서 대표는 오늘수거 서비스를 ‘무엇이든 문 앞에 두고 수거 요청하면 끝’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이용자는 세척이나 분리가 번거로운 배달 음식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등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어글리랩이 제공하는 웰컴키트에 담아 문 앞에 두고 수거를 요청하면 된다. 

문밖에 놓인 쓰레기는 밤 11시 이후에 일괄적으로 수거돼 강남구에 위치한 간이 선별장에서 간단한 세척∙선별 작업을 거친 후 재활용 업체에 전달된다. 웰컴키트 안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가 큰 박스나 스티로폼은 무상으로 수거가 진행된다. 

어글리랩은 현재 서울시 강남∙서초∙송파∙관악∙동작 5개 구 전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법인 설립 6개월 만에 누적 2만 회가 넘는 수거를 진행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편리하고 꼭 필요한 서비스라면서 주변 지인에게 소개하는 이용자가 많아요. ‘살면서 가장 감동한 서비스’라는 후기를 SNS에 공유한 한 인플루언서는 아직도 오늘수거 서비스를 이용 중입니다.”

그는 쓰레기 배출의 번거로움은 모두가 가진 공통적인 문제인 만큼 고객층 역시 다양하다고 전했다. 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이용자는 1인 가구 30대 직장인 여성이다. 

오늘수거 서비스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정기구독할 수 있는 월정액 요금제와 필요할 때마다 사용 가능한 1회 이용 요금제로 나뉜다.

고객 문제에 집중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성장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사진=어글리랩)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사진=어글리랩)

어글리랩은 법인 설립 1달 후, 오늘의집∙스타일쉐어 등에 초기 투자한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4달 후에는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첫 번째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팀 전원이 직접 수거를 진행했습니다. 테스트를 시작한 후 6개월 동안은 주말을 포함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수거를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운전을 못 해서 버스를 타고 수거하기도 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걸어 다녔어요. 낮에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저녁에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밤에는 수거하는 삶을 살았어요.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수거가 밤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7시에 끝나는 날이 많아졌고, 물리적∙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그는 테스트를 시작했던 오피스텔 옆 건물에 전단지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우연히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한 투자자가 거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투자자가 전단지를 SNS에 공유하면서 많은 투자기관의 연락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어글리랩 팀의 비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글리랩 팀(사진=어글리랩)
어글리랩 팀(사진=어글리랩)

그는 어글리랩이 쓰레기 오퍼레이션에 특화된 팀이라고 말한다. 팀원 전원이 지저분함을 견디는 수준이 상당하며, 필요시 오퍼레이션에 투입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저희는 어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을 때 린(Lean)한 태도를 추구하는 DNA가 내재해있습니다. 오늘수거 테스트를 시작한 후 1년 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없이 서비스를 진행했어요. 서비스 신청은 노코드 웹빌더 ‘아임웹’을 사용했고,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별도의 개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서비스의 수정이 유연했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었어요. 점차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고객 니즈가 커졌고,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해 보다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처럼 어떠한 테스트나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가장 가볍고 빠르게 테스트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창업 시, 완성도 있는 제품 개발과 출시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최대한 린하게 테스트하면서 당장 시장의 수요를 검증하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리배출 필요 없는 세상 만들고파”

쓰레기 선별장(사진=어글리랩)
쓰레기 선별장(사진=어글리랩)

“저희의 목적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레기를 버리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은 ‘분리배출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분리배출이 필요 없다는 것은 분리배출 없이도 높은 재활용률을 유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어글리랩의 두 가지 핵심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선 고객의 요구사항에 관해선 절대 타협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전했다. 나아가 어글리랩의 임직원 또한 어글리랩의 고객이라고 생각하면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합의점을 찾아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글리랩과 비슷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런드리고’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으며 고객을 생각하는 서비스의 깊이와 섬세함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어글리랩 자체 세척∙선별장(사진=어글리랩)
어글리랩 자체 세척∙선별장(사진=어글리랩)

환경을 대할 때는 효율적 이타주의 방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막연하게 ‘환경에 좋아 보이는 솔루션’보다는 구체적이고 타당한 근거와 추론을 기반으로 환경에 실제로 좋은 행위인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저희는 일부 수익금을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 중 하나인 CFRN(Coalition for Rainforest Nations)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CFRN은 전 세계 현지 정부, 원주민들과 긴밀하게 협업해 효과적으로 불법 벌목을 막습니다. Founders Pledge의 2018년 환경 단체 보고서에 의하면 CFRN에 평균 420원을 기부했을 때, 1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어글리랩은 올해 중순경 서비스 고도화 작업 및 서비스 지역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어글리랩의 비전에 공감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고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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