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명분 내세운 머스크, 정당한가
웹3(Web3), 진정한 탈중앙화 Vs 단순 마케팅 용어 ‘대립’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지분 9.2%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이 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지분 9.2%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이 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다. [사진=로이터]

트위터와 일론 머스크로 인해 떠들썩한 한 주였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9.2% 확보소식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확보한 트위터 주식은 창업자인 잭 도시는 물론 기존 최대주주인 뱅가드그룹의 보유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트위터의 주가가 요동쳤음은 물론, 트위터에 정책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최근 발언이 재조명되고, 머스크의 참여가 불러일으킬 트위터의 변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사회 참여를 거절한 일론 머스크의 행보는 이제 기업(트위터) 인수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CNBC 등 주요 외신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완전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주당 54.20달러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해 비상장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규모는 약 43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의 이번 제안은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머스크는 제안 금액이 트위터에 투자하기 하루 전 주가의 54% 프리미엄, 공식적인 투자발표 하루 전 주가의 38% 프리미엄임을 강조했으나 트위터의 주가가 지난해 2월 77달러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1년 전에는 72달러를 상회했던 점을 고려하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도 대응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일론 머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인 ‘포이즌 필’을 시행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대상이 된 기업이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적대적 M&A에 나선 측을 제외한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시가보다 싼값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미리 부여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기존 주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릴 수 있으나 M&A에 나선 쪽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일론 머스크도 온라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회사를 떠난 뒤 이사회는 전체적으로 이 회사의 주식을 거의 소유하지 않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사회의 경제적 이익이 주주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이사진을 비판하는 네티즌의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과 느낌표를 달며 호응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내세운 “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SNS 구현”…정당할까?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예견됐던 행보 중 하나다. 최근 트위터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관련 업계에 관심을 표명했던 까닭이다.

일론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을 인수 목적으로 꼽았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가 전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잠재력을 믿고 투자했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적 필수요소라고 믿는다”면서 “현재의 형태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우며, 비상장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를 인수 목적으로 둔 머스크의 언급도 논란거리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가짜뉴스의 확산, 혐오선동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 혐오발언 확산의 온상이 된 SNS의 자정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페이스북(메타), 트위터 등이 악성계정의 강제 차단에 나선 배경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한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사건사고로 SNS의 자정능력이 의심받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 전 근무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의 내부고발에서 드러났듯 오히려 수익을 위해 가짜뉴스 배포나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의 확산에 SNS 기업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이러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강력한 정책 적용에 나서고 있다.

돌발적인 트윗을 올리며 다양한 이슈를 야기했던 머스크이기에 강화되는 규정에 계정 차단의 위험을 크게 느껴 트위터 인수에 나섰다는 견해도 있다. 머스크는 8,0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파워트리터리안이다. 

트위터를 활발히 사용하는 머스크는 테슬라 등 본인이 투자, 혹은 경영하는 기업의 주가를 요동치게 하는 돌발트윗으로  규제 당국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적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정다툼까지 이어졌던 테슬라의 비상장사 전환 여부를 다룬 트윗이 대표적이다.

당시 소송은 금융관련 결정 등 중요 사안들은 게재 전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거치는 방안으로 합의를 이뤄냈지만, 여전한 돌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과 관련한 돌발 트윗으로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변하는 원인을 만들기도 해 비난받기도 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
테슬라와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잭 도시 모두 탈중앙화 ‘웹3(Web3)’ 비판자 ‘눈길’
물론, 머스크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가짜뉴스의 폐해와 혐오범죄, 폭력선동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긍정적 가치의 위축을 가져올 위험성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트위터 인수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머스크가 탈중앙화를 기치로 둔 ‘웹3(Web3)’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트위터의 창립자인 잭 도시 또한 웹3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웹3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플랫폼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탈중앙화를 기치로 한다. 초기 인터넷(web1.0)에서 이용자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렀다면, 웹2.0은 이용자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자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유튜브, 틱톡 등의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가 웹2.0의 대표 서비스로 인터넷의 주체를 사용자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웹2.0의 한계는 플랫폼에 종속됐다는 점이다.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플랫폼을 벗어나면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려운 플랫폼 종속이 발생하며, 이것이 현재 플랫폼 기업이 빅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콘텐츠나 계정을 임의로 삭제하는 커다란 권한을 가져간다. 야후, 구글 등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포털사이트로부터 탈주했지만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에 종속(lock-in)된 것이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온라인 생태계를 의미인 웹3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아닌 사용자가 권한을 온전히 가져가는 탈중앙화를 꿈꾼다.

기술적 기반은 블록체인으로 중앙 시스템이 없는 분산화된 블록체인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고 신뢰성을 보장하며 암호화폐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통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콘텐츠 이용 도중 취향, 선호도 등이 노출돼 플랫폼 기업의 자산화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생산자로서 갖는 콘텐츠 권한은 물론 이용자로서의 개인정보까지 각 개인이 완벽한 권한을 가져간다는 점도 웹3의 장점이다.

웹3.0과 웹3가 혼용되기도 하지만, 이 둘은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시맨틱 웹’으로도 불리우는 웹3.0은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1998년 기술적 관점에서 살핀 웹의 진화 개념이다.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해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가공할 수 있는 지능형 웹을 말한다.

반면 웹3는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중 하나인 개빈 우드가 주장한 개념으로 주체와 권한의 관점에서 웹의 진화를 정의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트위터 오피스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트위터 오피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는 웹3에 대해 논리적이지 않으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마케팅 용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립자 역시 “웹3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벤처캐피탈(VC)을 살찌우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머스크와 도시 모두 웹3의 기반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반의 웹3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웹3 진영이 트위터를 플랫폼 권력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대립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최대주주가 된 후 트윗 ‘편집(Edit)’ 기능 추가에 대한 설문을 올리는 등 사용자권한 강화에 대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트위터는 대화 투명성을 이유로 트윗의 삭제만을 허용하고 수정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웹3 진영은 편집 기능 설문이 콘텐츠 권한이 사용자가 아닌 트위터에게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서도 트위터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플랫폼-사용자간 불평등을 나타내는 에피소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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