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C카드
사진=BC카드

창립 40주년을 맞은 BC카드가 B2B(기업 대 기업) 사업구조를 B2C(기업 대 고객)로 전환,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BC카드는 결제 프로세싱이 치우쳤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역량 강화 및 관련 상품·서비스 출시를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의 순이익은 2017년 1471억9000만원에서 2018년 955억400만원, 2019년 1155억8300만원, 2020년 696억6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015억7800만원으로 전년대비 45.8% 늘었는데, 지분투자한 케이뱅크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반영된 영향이다.

BC카드의 순이익 감소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간편결제 시장 확대 속에서 결제 프로세싱 중심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BC카드는 자체 결제망이 없는 금융사의 결제업무를 대행하고 받는 수수료가 전체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신한·KB국민·하나카드에 이어 최근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 구축을 선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BC카드의 영업수익 3조5249억원 중 매입업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9.5%(3조1547억원)에 이른다.

이에 BC카드는 방대한 규모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 픞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자체 카드 발급을 늘리는 등 결제 프로세싱 중심의 B2B 사업구조를 B2C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3월 BC카드의 신임 사장에 취임한 최원석 사장은 조직개편을 단행, 빅데이터 관련 부서를 AI빅데이터 본부로 격상하고, 간편결제 관련 부서는 페이북 본부로 통합하는 한편, 마이데이터 본부를 신설해 조직의 데이터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최 사장은 에프앤가이드를 성장시켜 금융정보유통업을 개척하고, 금융과 IT를 결합한 에프앤자산평가를 설립해 국내 최초 금융상품 통합 평가 엔진을 개발한 금융·데이터 융합 전문가다. 또한 2015년부터 6년간 BC카드 사외이사를 지난 바 있어 회사를 고객 가치 우선의 데이터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해 디지털 결제와 금융사업의 혁신·성장·수익을 실현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최 사장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변화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BC카드는 작년 8월 기업 맞춤형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BC IDEA(BC Intelligence Data for Enterprise Advance)’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BC카드가 보유한 320만 가맹점, 3600만 고객 데이터와 월 약 5억건에 이르는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채널 ▲상권 요소를 세분화해 심층 분석하고, 마케팅 등 비즈니스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또한 10월에는 금융사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로부터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이하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결합전문기관은 서로 다른 개인정보처리자들이 보유한 가명정보를 결합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기관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업과 비금융업간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가명정보 결합은 빅데이터 및 AI 산업 발전에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계기로 BC카드는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원하는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KT그룹에는 또다른 금융사인 케이뱅크가 있고, BC카드는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만큼 KT그룹 내 데이터 결합 사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해서 BC카드는 올해 2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데이터전문기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기업간 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사업자로, 여러 영역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어 다양한 사업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5월 예비인가를 거쳐 6월 중 3~4곳을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지난해 3월 이마트24, 닐슨컴퍼니코리아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데이터 동맹’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금융사(소비)와 유통사(판매) 데이터 결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상품 분류 데이터를 추가해 초개인화 시대 ‘기업별 맞춤형 데이터 제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비즈니스와 함께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최 사장이 집중한 것은 자체 카드 발급을 늘리는 것이다. 회원이 늘어나게 되면 신용판매 수익 증가에 더해 카드론 등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BC카드는 국내 최초 아티스트 제휴카드인 ‘블랙핑크 카드’와 BC카드의 첫 번째 PLCC(상업자표시카드) ‘케이뱅크 심플카드’를 출시했고, 9월에는 인기 웹예능 ‘워크맨’과 손잡고 MZ세대 직장인들을 위한 신용카드 ‘시발(始發)카드’, 11월에는 유명 인플언서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디비주얼(Indi-visual) 카드’를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국내 첫 단일게임 특화 PLCC ‘로스크아크 카드’를 출시했고, 2월에는 블록체인·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 3월에는 크립토닷컴·Visa와 메타버스 및 NFT가 연계된 PLCC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C카드의 이같은 노력은 회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과 2월 BC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각각 17만8000명, 18만4000명으로, 협회에 등록된 9개 카드사의 신규 회원 수 중 가장 많았다.

아울러, 지난달 14일에는 자사 생활금융플랫폼 ‘페이북’에서 대출 비교 서비스를 시작, 고객이 본인 인증 만으로 1분 안에 금융사별 신용대출, 햇살론 등 각종 상품 금리, 한도 등을 신용등급 영향 없이 확인할 수 있고, 비대면 심사를 통해 당일 대출 실행도 가능하도록 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올해도 자체 카드 발급을 계속해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페이북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강화해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위원회에 데이터전문기관 신청을 한 상태고, 작년에는 과기부로부터 결합전문기관 지정을 받았고, 과기부 주도의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시작한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면 그것을 강화시켜 올해는 성과를 내려고 하고, 좋은 사업 기회가 있다면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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