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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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논의되는 빅테크 규제론을 보면 애플이나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테크 기업들이 주요 조준 대상이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반독점 위반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는데, 스마트폰 중심으로 IT판이 바뀐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으로 걸고 넘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애플이나 구글, 메타, 아마존 수장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나가 질타를 받을 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부분 '열외'였다.

하지만 좋은 시절(?)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최근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비즈니스와 관련해 구사하는 전술이 불공정하다며 규제 당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업계 차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현지 규제 당국도 기초 조사를 시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좀더 신경을 써야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한 견제구는 윈도나 오피스 같은 간판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라이선스 방식을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플랫폼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꿨다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기업 사용자들 선택폭은 줄었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와 오피스 등 라이선스로 판매하는 자사 주요 소프트웨어들 라이선스 규정을 변경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라이선스 규정을 바꾼 후 달라진 것은 윈도나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AWS나 구글 클라우드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돌릴때 비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최근 보도를 보면 일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규정은 애저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쓰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현지 클라우드 업체인 OVH가 다른 기업들과 연합해 "마이크로소프트 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해 유럽 규제 당국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라이선스 정책 이슈는 수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3월 유럽 경쟁 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과 파트너들을 상대로 OVH가 소송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돌릴 때 요금을 바싸게 부과한 것이 아니라 애저에서 쓰기로 선택한데 따른 할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AWS나 구글 클라우드도 고객을 확보하고 싶다면 할인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AWS, 구글,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 오피스 일부 버전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는 건 확인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라이선스 정책을 공개하면서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서 돌리려고 할 때 보다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는 규정을 타사 클라우드 들 뿐만 아니라 애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하이브리드 배너핏(Azure Hybrid Benefit,)이라는 할인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애저 하이브리드 배너핏은 이미 라이선스로 구매한 기존 윈도 서버나 SQL 서버를  클라우드로 옮길 때 할인을 제공했다. 경쟁 클라우드에서 이같은 혜택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써야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 최고법률책임자(CLO)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사장은 "라이선스 정책 목표는 경쟁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분명히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유럽 클라우드 회사들과 대화하고 그들 우려를 해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떤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존과 OVH가 지원하는 유럽 클라우드 기업 정책 그룹인 CISPE는 스미스 사장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유럽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들은 모호한 말로 하는 약속이 아니라 시급한 행동을 원한다"고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블룸버그 기사는  6개월 간 마이크로소프트 고객 5곳, 소프트웨어 리셀러 업체 3곳과 나눈 대화에 기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포춘 10대 기업에 들어가는 모 회사가 구글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을 도운 한 컨설턴트를 인용한 내용을 전했는데, 이 회사는 구글 클라우드로 옮기면 윈도 라이선스 비용이 5년간 5000만달러까지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사하는 전술이 규제 대상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펜실베니아대학교의 허버트 호벤캠프 반독점법 교수는 "윈도의 시장 지배력을 애저 같은 다른 상품에 연결해 고객에 대한 지렛대로 삼거나 경쟁 서비스에 덜 좋게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묶음(tying)으로 불리는 반독점 위반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제품 중 하나를 보다 많이 쓰도록 하기 위해 번들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같은 묶음이 합법적이라고 성공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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