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글로벌 의류업계에는 업체 종사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패스트패션이라는 전문용어가 하나 있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 신속하게 제작한 후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식음료 업종과 비교하자면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분야의 업체들은 짝퉁을 만들어야 하는 운명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때문에 짝퉁 대국 중국에서 이 업종의 극강 기업이 탄생하지 못한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있다. 주인공은 바로 최근 들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용 패스트패션 업체 시인(希音. 영문명 쉬인Shein)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일반적인 짝퉁 기업과 다른 점이라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짝퉁 의류 B2C 업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난징 소재의 시인 물류 창고. 자라나 H&M도 두손 든 글로벌 기업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

하지만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무엇보다 2008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출범한 이후 매년 거의 평균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실적이 진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 2021년의 매출액을 훑어봐도 좋다. 의류업체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1200억 위안(元. 23조4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마무시한 세부 스펙 역시 예사롭지 않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일단 기업가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무려 1000억 달러(121조2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중국 내외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해도 좋다.

이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베이징쯔제탸오둥(北京字節跳動)과 미국 우주개발사 스페이스X에 이은 세계 3번째 규모로 향후 이들을 추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 패스트패션 업체인 자라(Zara)와 H&M 등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온라인 쇼핑 앱 다운로드 양이 미국 아마존을 웃도는 현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이는 앱 추적회사인 앱애니와 센서타워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TC)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 앱 다운로드 1위 기업은 아마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은 단연코 시인이라고 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마존이 아무리 기를 쓰더라도 시인이 극강의 압도적 패스트패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면서 시인의 현재 위상을 설명했다.

해외 진출 현황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22년 4월 초를 기준으로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을 포함한 230여 개 국가에 진출, 60만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들의 평균 가격은 자라나 H&M에 비해 무려 50%나 낮다. 경쟁력이 없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시인의 극강 경쟁력의 원천은 저렴한 가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라와 H&M도 자포자기하게 만들 만큼의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요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우선 짝퉁 기업답게 신제품 출시가 너무나도 빠르다. 여기에 연구,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것 역시 시인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 시장에 출시된 의류 패턴을 신속하게 분석 및 디자인하는 동물적 능력도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의 젊은 여성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고객 심리를 파악하는 데 유달리 뛰어난 중국 기업답게 파격적 서비스에 눈을 돌린 행보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인 코드나 바우처 제공 행사를 항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지 않나 싶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할 경우 제공하는 무료 배송 서비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나름 상당히 괜찮은 제품의 질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성비가 경쟁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특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얘기도 된다. 또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신상품을 쏟아내는 것도 자라나 H&M이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시인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스페이스X와 아마존까지 발밑에 두고 볼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시인이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할 까닭이 없다. 최근 들어 더욱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앱으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특히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더욱 그렇다. 무려 60% 정도가 쇼핑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현실을 분명히 파악하고 나선 시인의 앱트래픽이 자라나 H&M보다 최대 3배나 높다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놀랍지도 않다고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인은 상품 페이지에 비디오 추가, 플래시 세일 기능, 트렌드와 의류 카테고리 등에 대한 의식적 분류를 통해 앱을 자주 업데이트하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유명 가수 케이티 페리가 모델인 시인의 글로벌 광고. 공격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하는 행보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케이티 페리 같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을 동원, 젊은 여성들을 혹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빨리 개선해야 할 약점들도 없지 않다. 딱 하나만 꼽으라면 짝퉁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거나 “꿩 잡는 게 매다.”라는 결과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짝퉁 기업이라는 딱지가 완전 주홍글씨가 되면서 장기적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참담한 결과를 마주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장밋빛 미래는 마음만 먹을 경우 언제든지 막대한 자금의 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엔젤 투자자들도 줄을 서 있다. 상장할 경우 어느 곳에서든 당장 대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 역시 시인의 향후 탄탄대로를 의심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업계 관계자들이 자라나 H&M이 조만간 시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항복 선언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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