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말고 ‘거점 오피스·메타버스 오피스’로 출근한다, 서울시민 65.1% 일터보다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싶어
휴가지에서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워케이션’ 도입 기업 속속 등장…직장인 85.2% 긍정평가
신현옥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 “메타버스 등장으로 근로 형태, 직업 선택에 영향 끼칠 것”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메티버스 시대에 인재들이 물리적 이동할 필요 없어”
지역 대학 생존방안 ‘엠브리-리들 항공대학’…메타버스 강좌 개설로 전 세계 학생들 모집한 성공사례 ‘주목’
메타버스 미래교육 선도 위해 본격 시동 걸은 전문대 57개교…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협력 체계 구축

메타버스가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메타버스가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요즘 메타버스로 난리다. 아직은 낯설은 이 용어가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 부동산 기업 ‘직방’ 직원 300명은 2021년 2월부터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했다. 강남역에 있는 오프라인 일터로 출근하다가 이제는 직접 지은 가상건물 메타버스 폴리스로 출근한다. 직원들은 PC로 아바타를 설정하고 메타폴리스에 로그인해 업무를 수행한다. 아바타가 가까이 가면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멀어지면 얼굴이 사라진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감소했고, 제3의 지역에서 근무가 가능한 점에서 만족감이 높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eXp Reality’도 모든 직원이 eXp World에서 근무한다. PC로 접속해 일하는 직원들은 메타버스 사무실에서 아바타로 모여 회의한다. 

영구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메타(Meta)다.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는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메타의 직원 수는 지난해 3월 기준 6만654명으로 이들은 전 세계 80개가 넘는 도시에서 근무 중이다. 메타는 지난해 6월에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직원들이 계속 재택근무할 수 있는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메타 직원들은 기존에 메타에서 개발한 Work Place를 활용해 일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계기업인 ‘PwC’도 2021년 10월부터 영구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PwC는 고객 서비스 부문 근로자 4만 명 전원에게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올해 1월 3400명의 직원에게 영구 재택근무를 허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업무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업무 방식으로 전환에 나선 것은 메타버스가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직방 직원 300명은 2021년 2월부터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했다.(사진=직방 제공)​
​직방 직원 300명은 2021년 2월부터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했다.(사진=직방 제공)​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은 오프라인이 아닌 메타버스 일터로 출근하는 것을 선호했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지난해 8월 서울시민 4476명을 대상으로 출근방식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916명(65.1%)이 ‘만약 출근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로 출근하겠다’고 답했다. 그중에서 1549명(53.1%)이 메타버스 출근을 선택한 이유로 ‘가상세계에서 근무하면서 동시에 집안일과 육아 등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응답했다. 신현옥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은 “최근 메타버스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출근하는 기업도 등장하는 등 업무환경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인해 관련 산업이 성장하며 근로 형태와 직업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역설했다. 

■ 휴가지 원격근무? 메타버스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 메타버스는 우리나라 ‘워케이션’ 업무 형태의 단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상근무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다양한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이 등장·고도화된 터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오랜기간 휴가지에 머무르며 일하는 형태를 말한다. 지난달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휴가지 원격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를 통한 신규 국내관광 수요 창출을 위해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워케이션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CJ ENM’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화된 비대면 근무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제주도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는 워케이션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7월부터 리모트 워크플레이스(Remote Workplace)를 도입해 강원도 양양의 호텔에서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토스’도 지난해 11월 경상남도 남해군과 협업해 유휴공간 한 곳을 숙소 겸 사무실로 활용 중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워케이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직장인 9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서’(65.5%)가 가장 많았다. 이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51.8%) △업무 집중도가 올라갈 것 같아서(31.8%)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 같아서(8.7%) 등이 뒤따랐다.

사실 워케이션은 코로나19 이전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이뤄지던 업무 트렌드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캠핑지인 타호 마운틴 랩의 경우 여행자의 25%가 스키나 하이킹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며 “일본에서는 워케이션 시장이 급성장 중이며 일본항공(JSA)은 2017년 7월 1일부터 연간 최대 닷새간 해외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일본 워케이션 시장 규모는 2020년 699억 엔에서 2025년 3622억 엔으로 6배 이상 성장한다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 메타버스 시대, 지역 인재 떠날 필요 없다 = 오프라인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노트북만 있다면 그곳이 업무 공간이 되는 시대가 왔다. 즉 지역에 상관없이 업무가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은 지난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2차 지역경제 웨비나’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메타버스 시대에는 인재들이 물리적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지역이 가진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경제활동 인구의 지속적인 도시유출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에는 지역을 떠날 필요가 없다. 그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며 “일례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렌지’는 제페토 아바타 옷을 팔아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고 최근에는 제페토 내 회사를 차렸다”고 밝혔다. 덧붙여 “메타버스가 MZ세대만 관련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메타버스 공간을 지역이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방대학의 위기도 메타버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은 핵심 교육 분야인 항공 사고와 안전 조사에 대해 ‘가상 충돌 연구소’를 메타버스에 구현해 강의를 듣는 전 세계 학생들이 사고현장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사고 원인을 스스로 분석하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고 생존자와 인터뷰도 가능하다. 이는 메타버스 강좌 개설로 전 세계 학생들을 모집한 성공사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인재 유출과 지역대학의 위기다. 학생들을 오게 만드는 방법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고 첨언했다. 우라니라에서는 포항공대가 선도적으로 메타버스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위로 대학 캠퍼스를 확장하는 메타버시티(Meta-versity·가상과 현실을 융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에 제약없이 실제 현장보다 더 실감있는 메타버스 현장을 구축한 대학)를 구축 중이다.  

최근 전문대 57개교가 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인재양성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사진=한명섭 기자)
최근 전문대 57개교가 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인재양성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사진=한명섭 기자)

■ 전문대 57개교, KT와 손잡고 메타버스 미래교육 나서 = 일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학 분포가 지방에 집중돼 있는 전문대는 메타버스 교육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전국 전문대 133개교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전문대는 고작 9곳, 인천은 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전문대 57개교는 메타버스 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동단결했다.

이들 대학들은 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인재양성에 대한 협약을 맺고 메타버스 교육을 위한 동력확보에 나섰다. 협약식은 지난달 31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주최로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혁신 메타버스 공유대학 세미나’에서 진행됐다. 당시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은 “메타버스 기반 교육체계와 캠퍼스 구축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지역과 공간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어려운 환경이 또다시 닥치더라도 고립이 아닌 소통과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 대응과 상생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57개교는 △가톨릭상지대 △강릉영동대 △강원도립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경민대 △구미대 △군장대 △기독간호대 △대구보건대 △대원대 △대전보건대 △동강대 △동남보건대 △동서울대 △동아보건대 △동양미래대 △동원과학기술대 △동의과학대 △마산대 △명지전문대 △ 목포과학대  △문경대 △배화여대 △백석문화대 △부천대 △삼육보건대  △서울여자간호대 △서일대 △서정대 △선린대 △세경대 △수원여대 △순천제일대 △신성대 △아주자동차대 △여주대 △연성대   △연암공대 △연암대 △오산대 △용인예술과학대 △우송정보대 △울산과학대 △원광보건대 △유한대 △인천재능대 △전남과학대 △전주비전대 △제주관광대 △조선간호대 △춘해보건대 △충북도립대 △충북보건과학대 △충청대 △한국승강기대  △한양여대 등이다. 

당시 협약식에 참석한 신수정 KT Enterprise 부문장도 전문대의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신 부문장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교육 플랫폼인 ‘Metaversity’ 내에서 KT의 혁신적인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이라며 “KT AI 자격증 제도의 공동 활용을 지원하는 등 전국 전문대학과 KT가 AI융합 인재양성 컨소시엄을 구성해 선도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함으로써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기반의 AI 융합교육과 인재양성에 KT가 큰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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