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검은 재·탄내만 가득’...청량산 화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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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검은 재·탄내만 가득’...청량산 화재 현장
  • 장은기 기자  jangeungi15@gmail.com
  • 승인 2022.04.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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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숯으로 변해버린 청량산 속살 들여다보니
갈참나무·외소나무·잣나무 등 수만 그루 소실
‘진달래나무 수백여 그루, 불길 닿아 고사 위기’

4일 저녁 발생 산불, 약 7㏊ 이상 임야 불태워
하남 위례신도시 뒤편 ‘청량산 줄기 일대 현장’
수령 60년쯤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철갑을 두른 소나무들의 철갑옷은 이미 흰 재와 검은 숯으로 변해버렸다. (사진=장은기 기자)

| 중앙신문=장은기 기자 | 9일 낮 1230분께 산불이 발생했던 하남 위례신도시 뒤편 청량산 화재 현장. 하남시 학암동 산 8-3번지 하남시상수도시설에서 약 300미터 정도에 떨어진 산불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봄철 올라온 파란 새싹은 사라지고 불에 그을려 시커멓게 변해버린 흉측한 모습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현장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였다.

현장을 자세히 보기위해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신발에 밟힌 불에 탄 재들이 순간 시커먼 먼지를 일으켰다.

산에 바람이 불자 시커먼 재들도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나무 탄 냄새들이 심하게 코를 찔렀다. 꼭 숯을 생산해내는 숯가마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주변엔 불 냄새로 그득했다.

9일 낮 12시30분께 찾은 하남 위례신도시 뒤편 청량산 화재 현장. 사진 우측 대부분이 화재 현장이다. (사진=장은기 기자)

불은 하남시상수시설에서 약 400미터 들어온 지점부터 유일천약수를 앞에 두고 오른쪽 등산로를 이용해 돌아 나오면서까지 약 7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4일 저녁 743분께 발생한 이 산불은 소방대원, 하남시청 직원, 시민 등이 동원돼 약 3시간57분 만에 진화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화재 당시 일부 언론보도엔 하남 위례신도시 아파트와 약 200여미터 떨어져 위험했다고 보도됐지만, 현장에 있는 산에 붙은 아파트와의 거리는 약 400여 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이 400여 미터의 거리에 있는 아파트는 아직 공사 중으로 입주 전으로 확인됐다.

이날 등산로엔 주말 산행에 나선 시민과 등산객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60)불에 탄 면적은 정확히 잘 모르지만, 꽤 많이 탔다숲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진압 후 행정기관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산에 오를 때 탄내가 많이 나고, 바람이 불면 재들이 바람에 날려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저기 곳곳에 서있는 나무 밑(목대) 부분은 검은 숯으로 변해있었다. 수령 60년쯤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철갑을 두른 소나무들의 철갑옷은 이미 흰 재와 검은 숯으로 변해버렸다. 인근에 있는 외소나무, 오리나무, 꽃나무 등 다른 나무들도 불에 타긴 마찬가지였다.

불이 난 곳 일대엔 유독 도토리가 달리는 갈참나무가 많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바닥엔 온통 도토리 천지였다. 갈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는 산에 사는 다람쥐의 훌륭한 먹이였겠지만, 이젠 그 다람쥐들의 먹이가 사라진 건 아닐지 살짝 걱정됐다. 당분간 산림이 울창해질 때까지 이 산 생태계에 혼란이 생기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봄철을 맞아 군데군데 활짝 얼굴을 내밀고 있어야 할 진달래꽃이 불에 타고 그을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장은기 기자)

또 시기상 봄철을 맞아 군데군데 활짝 얼굴을 내밀고 있어야 할 진달래꽃이 불에 타고 그을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꽃송이에 검은 재가 묻어 검댕이 꽃송이가 상당수였다.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하고 아쉬운 마음에 꽃송이를 만져보자, 금방 기자의 손에서 가루가 돼 바서졌다. 불에 탄 채 나무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불에 탄 다른 꽃송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부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봄철 이곳을 찾는 시민과 등산객에게 봄꽃 소식을 알려줬을 수백여 그루의 진달래나무들이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산을 둘러보던 중 약 140분께 인근에서 나무를 새 부리로 쪼아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딱따구리또는 오색딱따구리의 서식지인 듯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등산객들은 한 동안 푸른 숲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 숲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남시가 산림복구에 나서 푸른 숲을 시민들에게 빠르게 돌려줄 때이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화재발생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글에 “(이번 청량산 산불과 관련) 등산로 연접지로 사람 접근이 기능한 점, 야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실화내지 방화로 추정된다며 하남 위례 산불 합동감식 결과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향후 하남시와 경기도 산불협회, 경찰서가 함께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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