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새 CEO 신원근, "초심으로"
증권업 안정 이어 보험사 준비 잰걸음

카카오페이 신임 신원근 대표(제공-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신임 신원근 대표(제공-카카오페이)

작년 한 해 핀테크 금융의 화려한 등장이 일단락 나고, 올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들 핀테크 금융이 마이데이터 원년을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레거시 금융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주요 회사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분당에서 진행된 카카오페이 제5기 주총장에 신원근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 내정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주 앞에서 왜 신원근 후보가 대표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카카오측은 “카카오페이를 한국을 대표하는 테크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하고, 기업공개에 이르기까지 카카오페이의 내적, 외적 성장을 이끌어온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주총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된 신원근 대표는 카카오페이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낯선 얼굴이 아니다.

77년생으로 서울공대 졸업 후 콜럼비아대 MBA를 거친 신 대표는 지난 2018년 2월 카카오페이 전략담당 부사장(CSO)로 합류하기 전까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과 베인&컴퍼니 한국사무소 부파트너를 거쳤다.

합류 이후엔 회사 비즈니스 성장 전략 구축, 해외 파트너 협력 주도 등 작년 11월 상장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도대체 카카오페이가 하는 일이 뭐에요?

카카오페이는 형제회사 카카오뱅크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해 기존 금융회사들을 위협하며 이른바 ‘플랫폼 금융’이 무엇인지 상징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카카오뱅크는 그래도 은행이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지만, 카카오페이가 무슨 회사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무슨 회사인지 묻는 질문에 사람들이 ‘금융’을 바로 떠올리지(Top of Mind) 못하는 것이 고민 아닌 고민”이라고 전했다.

아주 단순화해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를 런칭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결제(2014년 9월), 송금(2016년 4월), 전자문서(2017년 6월), 투자(2018년 11월), 대출 및 보험(2019년 10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매출 순으로 보면, 결제서비스가 3039억 원(66.27%), 금융서비스(투자, 대출, 보험)이 1313억(28.63%), 기타가 234억 원(5.10%) 순이다. 한마디로 결제를 기본으로 증권, 보험, 대출 등 금융 비즈니스를 키우며 기타 서비스까지 발을 넓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불과 2019년까지 91.06%의 비중을 차지했던 결제서비스가 2년간 배 이상의 규모로 커졌음에도 전체 비중은 66.27%로 낮아지고 그 자리를 고스란히 금융서비스가 차지할 만큼 금융의 역할이 커지는 중이다.

카카오페이 주요 서비스 현황(출처=카카오페이 사업보고서)
카카오페이 주요 서비스 현황(출처=카카오페이 사업보고서)

◆카카오페이의 걸어온 길은

카카오페이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건 지난 2017년 4월이다. 이제 정확히 5년 된 회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5년된 회사라고는 하나 ‘치트키(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후광)’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5년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

독립법인 출범 3개월 전인 2017년 1월 이미 누적 가입자 2000만 명을 안고 시작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말 기준 연간 거래액 20조 원 달성에 이어, 2019년 8월 누적 가입자 3000만 명 돌파 기록을 세운다.

카카오페이가 단순히 금융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에 가치를 더 인정받는 다는 것은 이 회사가 다양한 확장성과 광고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부여된다. 인구 5000만 명에 불과한 대한민국 활동인구의 대부분을 이용자로 확보하고 이들이 플랫폼 안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서비스에 연계하고 이를 통한 광고 수익을 얻는 점은 강점이다.

2019년부터는 다양한 서비스 확장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2019년에만 통합조회, 카카오페이앱, 영수증, 카카오페이 배송, 신용조회, 간편보험 광고, 대출광고, 내 차 관리 서비스가 붙었다.

2021년 말 현재 카카오페이 주요 수치(출처=카카오페이 사업보고서)
2021년 말 현재 카카오페이 주요 수치(출처=카카오페이 사업보고서)

◆카카오페이증권의 선전

2020년에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 증권으로 이름을 바꿔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금융서비스에 시동을 건다. 본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이용자 활성화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히는 ‘동전모으기’, ‘페이포인트’, ‘미니금고’ 서비스 등이 모두 2020년에 나온다.

2021년 들어 카카오페이는 상장 준비에 본격 뛰어들면서 동시에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은 원장개발 등에 나서면서 MTS개발에 속도를 높인다.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은 IB 기능만 있을 뿐 소매금융 부문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증권사를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 자회사로 편입돼 MTS를 내놓을 때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카카오페이증권은 펀드서비스를 통해 결제 후 남은 잔돈들을 대표 펀드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자산관리서비스로 재미를 봤다.

이런 아이디어가 가능했던 건 초대 CEO를 맡은 김대홍 대표의 역할이 컸다. 김대홍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의 창립멤버로 IT개발과 온라인마케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초기 세팅에 미래에셋 출신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 것도 김대홍 대표의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상원 COO다. 고려대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이 COO는 미래에셋증권 공채 출신으로 김대홍 대표와는 미래에셋증권 e-biz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에 김대홍 대표가 박현주 회장의 일을 맡아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등에서 일할 때도 함께했던 멤버다.

카카오페이가 작년 11월 상장하기 전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금융 확장성을 증명해야 했을 때 카카오페이증권이 계좌개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작년 8월 500만 계좌를 돌파하고, 이들 중 40%가 펀드투자 경험을 했다는 것은 핀테크 금융회사로서 카카오페이의 가능성을 증명해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3월 28일 해외주식 소수점거래를 새롭게 선보이며 고가의 해외주식을 단돈 1000원에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번엔 보험이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1월 손해보험사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같은 해 6월 디지털손보사 예비인가를 획득한다. 이어 7월에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인가 획득을 통해 플랫폼 금융사로서의 확장성에 불을 지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펀드투자 누적 1조 원 달성, 2022년 2월 MTS 런칭, 3월 해외주식 소수점거래까지 마친 카카오페이증권이 안착하자 카카오페이는 보험 서비스에 집중하고 나섰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종합손해보험사로 올라서기 위해 인력 확충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1년 이상 장기보험 판매 인력 채용을 마치고 마진폭이 크지 않은 1년 미만 단기 상품에서 차차 장기 상품으로 확장해 간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아직 본인가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디지털 보험사 본인가를 득하게 되면 카카오 메인 플랫폼과 연계한 자동차보험, 인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거란 기대다. 보통 보험 상품은 모집 인력이 직접 고객을 만나는 대면 영업이 중요하지만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가 전체 보험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 90% 이상을 통신수단으로 모집해야 하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페이 관계자는 “상장하기 까지가 카카오페이의 시즌1이었다면 신원근 대표 체제인 시즌2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상장 이후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을 택해 블록딜로 지분 일부를 매도하며 투자자에게 심려를 드린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새롭게 뛴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신대표 선임일인 3월 28일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14만 원에서 4월 1일 종가 14만3500원 을 기록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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