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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개방된 중고차 시장..SK그룹, 다시 뛰어드나

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6년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 참여가 제한 돼 왔던 중고차 시장이 시간이 지체되다 결국에는 미지정 판정이 나게 되며 진입 불가가 해소됐다.

지정 기간이 2019년 2월 끝나며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매매 업종(오프라인)을 생계형 적합 업종과 관련해 미지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기업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입이 가능해지자 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는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25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이에 현 중고차 판매 업체는 반발했고 정부는 중고차 상생 협력 위원회를 만들어 업체간 협의를 이끌었다. 그러나 3년여가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전체물량과 관련해 중고차와 완성차 업계가 합의를 보며 일단락 됐다.

완성차 5개사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진행이 가장 빠르다.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5년,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치는 중고차 도매사업을 해온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과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SK그룹도 다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과거 SK엔카는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있다가 지금은 SK와 무관한 K카(케이카)로 바뀌었다. SK엔카는 당시 국내 최대 중고 자동차 유통 브랜드였다. 2016년 당시 전국 26개 직영점을 통해 6만8000대의 중고차를 거래했다.

SK그룹은 4년 전 중고차 시장을 주도하다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철수했던 바 있다. 당시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케이카와 엔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SK그룹은 자동차 분야를 새 주력 산업으로 삼아 집중 투자에 나선지는 오래됐다. 자동차와 관련한 SK그룹의 사업은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SK그룹의 기존 주력사업들이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올릴 수 있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차용 고성능 감지 장치인 라이다 기술을 가지고 있고 SKC는 특수 플라스틱 등의 차량용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자동차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SK그룹의 중고차 시장 재진출과 관련해 SK렌터카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되고 있다. 현재 SK렌터카는 B2B 방식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풀리며 중고차 판매 범위를 일반 소비자로 까지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관계자는 29일 재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도 저희의 재진출에 대해 언급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고 이제는 대기업도 사업해도 된다고 하니, 스타트를 해야되는 것 아니겠나. 고객도 원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가능한 빨리 진출하기 위해 검토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건 제한적이긴 하다. 대기업이 업계에 들어와 자정작용을 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출 시점, 컨텐츠 등에 대해 논의될 것인데, 과거 SK엔카에서의 노하우가 있고 또한 SK그룹은 모빌리티와 관련해 시너지를 낼 것들이 많다. 주유 충전의 에너지 계열이 있고 반도체, 스피드메이트 경정비도 있으며 티맵 모빌리티도 있다"면서 "SK렌터카는 그룹 관계사로서 SK그룹의 가치 철학인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운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상황을 보면, 해당 업계에는 국내 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도 영업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수입차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1개인데, 이중 메르세데스-벤츠가 23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BMW가 20개, 아우디가 11개다. 중고차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는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 신차 대비 가격 하락 비율이 더 높다. 국산 중고차가 수입차보다 경력쟁이 떨어지는 문제로 형성평 문제가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 연간 중고차 거래액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중고차 이전등록 대수는 395만대로, 신차 등록대수(191만대) 보다 2배 더 많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9일 재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소비자인데 지금까지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 보호는 외면 당했고 대기업과 영세 상인의 밥그릇 싸움이었다고 했다.

그로인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76.4%가 중고차 구매 후 불쾌하고 불투명한 경험을 했다는 응답이 나왔고 이에 51.6%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지출에 대해 찬성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차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해당 업계 진출에 대해 좋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현대차 내부에서는 "하지 말자"라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완성차 가지고도 많은 컴플레인을 받고 있는데 누군가가 탔던 중고차는 새차와는 달리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것이고 감성 품질 면에 있어 소비자가 대기업이 파는 중고차라는 인식 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 골치아픈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건 상생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안은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매매센터 옆에서 대기업이 인증 중고차를 파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영세상인들도 큰 매매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기아차가 옆에 건물을 짓게 해서 그 곳에서 인증 중고차를 팔게 되면 사람들은 한번 방문으로 인증 중고차를 구경하고 견적도 받아볼 수 있다. 비싸면 옆 중고 매매센터에 가볼 수도 있게 된다"며 "같은 자리에 이처럼 있으면 영세 상인들도 현대·기아차의 합리적인 중고차 판매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학습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자본력을 무기로 별도로 센터를 건립하고 고객을 그곳으로 다 빨아들이는 것은 취지와 어긋나게 된다"며 "재래시장 옆에 이마트를 만들어 손님이 이마트와 재래시장 물건을 비교해 구매하게 하고 손님들을 모이게 하는 이와같은 집객효과를 만들어야 상생과 윈윈이 가능한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