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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인' 갑질 고객도 거절 못한다고?...배달주소 가리기에 라이더 선택권 vs 개인정보 보호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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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인' 갑질 고객도 거절 못한다고?...배달주소 가리기에 라이더 선택권 vs 개인정보 보호 '충돌'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2.03.29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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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들이 배달을 수락할 때까지 배달앱 측에서 고객 상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라이더들은 갑질 피해를 겪게 했던 고객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5일부터 앱 업데이트를 통해 배민1 일반 배차 시 고객 주소지 표시 방식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라이더들이 배차를 수락하기 전에 전체 주소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마스킹 처리돼 층이나 호수 등의 세부 주소를 알 수 없다.

쿠팡이츠,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에 앞서 이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 갑질 등의 피해를 입은 곳에 또 다시 배차됐을 경우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럴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게 라이더들의 주장이다. 이전에 문제가 있었던 고객이라는 것을 배달 수락 이후에 알게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배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곳들은 일명 ‘천룡인’ 아파트로 불린다. ‘천룡인’은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왕족의 후예를 일컫는 단어다. 라이더들은 자신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의미로 이 같은 단지들을 ‘천룡인’ 아파트로 부르고 있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천룡인' 아파트를 공유하는 글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천룡인' 아파트를 공유하는 글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입구부터 오토바이 진입을 막기 때문에 라이더들이 걸어서 배달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강남과 용산, 한남 일대의 아파트들이 귀중품을 맡겨야 출입시켜준다거나 오토바이로는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화물 전용 승강기나 계단만 이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높은 층수에서 들어온 주문을 꺼려하기도 한다. 라이더들은 ‘천룡인’ 아파트 단지 정보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배차 수락 전 상세주소가 보인다면 거절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반강제로 수락하게 만든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라이더들은 "상세주소까지 마스킹 되면 천룡인 아파트에 갔을 때 엘리베이터도 이용하지 못하고 갑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라이더들이 높은 층수를 직접 올라가기 꺼려하니 일부러 가려놓기 시작한 것 아니냐", "라이더들이 콜 거절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일명 '천룡인' 아파트를 꺼려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일명 '천룡인' 아파트를 꺼려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쿠팡이츠나 요기요는 이전부터 시행해왔지만 배달의민족(배민1)까지 가세하면서 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라이더들의 호소다. 현재는 배민1 배차 서비스 중 일반 배차 서비스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AI 배차 서비스에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 플랫폼 업계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으로 15일부터 고객들의 상세 주소를 마스킹 처리하고 있다”며 “주소를 다 가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라이더들의 불편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요기요 관계자는 “라이더가 배차된 후 픽업지(음식점) 주소가 노출되고 픽업 후 고객 주소가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앱 플랫폼의 역할 중 하나가 음식점, 고객, 라이더들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다. 한 쪽의 의견만 들어주면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면서 “이번 건 같은 경우 고객의 개인정보를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같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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