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 도입으로 간신히 봉합되나 싶었던 구글과 개발사 간의 갈등이 다시금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수수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돌연 구글과 애플에서 퇴출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트나이트가 외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규정 및 약관을 어겼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앱마켓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불만으로 외부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었다.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인앱 결제 수수료가 절감되면 그만큼 유저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걸 증명한 거였다.

비록, 포트나이트는 구글과 애플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에픽게임즈의 이러한 과감한 행보는 많은 것들을 바꿨다. 가장 큰 변화로는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前 구글 갑질 방지법)'이 시행된 점을 들 수 있다. 해당 법안은 구글 및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수단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다. 지난 11월 해당 법안이 발의면서도 구글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법을 준수하겠다며, 자체 인앱 결제를 허용한 것이다. 그렇게 구글과 개발사 간의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외부 결제로 촉발된 갈등이 마침내 결과를 맺은 순간. 법안이 통과될 당시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SNS를 통해 "나는 한국인이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당시만해도 개발사마다 당장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것만 같았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수수료 때문이다.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 때문에 촉발된 사태이건만, 해당 법안에서 수수료에 대한 얘기는 빠졌다. 그리고 그 결과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도 구글이 수수료를 가져가는 모순에 빠졌다. 심지어 수수료도 큰 차이가 없다. 최대 26%.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고작 4%만 인하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4%로는 개발사와 유저 모두에게 어떠한 이득이 되지 않는다.

▲ 수수료가 적다면 유저들은 더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다

개발사로서는 고작 4%의 이득을 더 얻기 위해서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여러모로 계륵에 가깝다. 시스템을 만들고 도입하는 비용부터 유지 관리하는 비용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면 4%의 이득을 보기는커녕 더 많은 돈이 나갈 수도 있다. 소위 대기업이라고 할만한 개발사도 그럴진대, 중소기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도 마찬가지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 외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수수료가 줄어들면 그만큼 유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로는 어불성설이다. 현실적으로 구글 인앱 결제인지 개발사가 넣은 자체 인앱 결제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 유저에게는 혜택이 안 돌아갈 공산이 더 크다.

물론, 이를 우회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넣는 걸 들 수 있다. 인앱 결제를 통해 구매하는 게 아닌 외부 홈페이지로 연결해서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앱 결제가 아니니 당연히 수수료도 적다. 전자지불대행서비스(PG) 수수료 1~3% 정도가 전부다.

문제는 이 방법이 곧 막힐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구글은 최근 플레이 콘솔 고객센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공지했다.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못한 개발자는 2022년 4월 1일부터 중요한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업데이트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앱이 정책을 준수할 때까지 앱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게 됩니다. 2022년 6월 1일까지도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은 Google Play에서 모두 삭제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구글 플레이를 통해 앱을 유통하려면 무조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4월 1일부로 업데이트가 금지되고 6월 1일부로는 앱이 내려가니 개발사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전혀 바뀐 게 없는 모습이다.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의 또 다른 이름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었다. 아마 많은 개발사가 이 법안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뀐 건 없어 보인다.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 한 모습인데다가 외부 결제 시스템을 금지하는 등 법안을 우회하려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법안 시행과 동시에 진통을 겪고 있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이다. 인앱 결제 강제를 둘러싼 싸움은 이제 수수료를 둘러싼 2라운드로 넘어가고 있다. 플랫폼 홀더로서 구글의 공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안드로이드라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들인 공이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생태계가 커진 데에는 개발사들의 공 역시 있다. 즉, 개발사들은 구글에게 있어서 동업자인 셈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싸움에 앞서 구글 역시 이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