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1세대 1주택자들이 당장 6월 산정되는 보유세 부담을 덜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3일 과세 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집값 상승과 정부 정책으로 급격히 늘어난 실수요자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수요억제 기조는 유지돼 다주택자와 법인 사업자의 납세액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4년간 50% 오른 공시가, 올해는 '동결'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부담완화' 방안에 따라 1세대 1주택자(이하 1주택자)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전년 수치를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5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8~2020년에는 연간 5% 안팎의 상승률 기록한 뒤 2021년에는 19.05%로 급등했다. 올해에는 상승폭이 소폭 둔화됐지만, 17.2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0년 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발표된 데 이어, 지난 2년간 전국 주택 가격이 15% 가까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재산세는 지난해부터 적용돼온 특례 세율과 이번 조치로 전체 주택의 90% 이상이  2020년보다 세금을 덜 낼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하의 소유주에 대해서는 가격구간별 세율 0.05%포인트(p) 감면이 이뤄지는 중이다. 

종부세 또한 신규 과세대상이었던 6만9,000여명이 부담을 덜게됐다. 과세대상과 총세액은 각각 14만5,000명, 1,745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코노믹리뷰(DB)
그래픽=이코노믹리뷰(DB)

예컨대 지난해 송파구 잠실동 A단지 전용 84㎡ 아파트의 16억2,900만원이다. 지난해 이곳 한 채를 소유한 1주택자는 재산세 530만원과 종부세 212만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잠실 주택을 유지하는 데 보유세 742만원이 소요된 것이다. 올해 송파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인 14.4%를 적용하면, A단지의 공시가격은 18억6,500만원선으로 올라간다. 

만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상승분을 반영해 세금을 산정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총 1,024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37.95% 늘어난 수치다. 이는 부동산 세무 자동화 스타트업인 아티웰스가 개발한 '셀리몬'의 세금 계산기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그간 집값 상승폭이 컸던 중저가 지역의 경우에도 수십만원 수준의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노원구 중계동 B단지의 전용 84㎡ 아파트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8억200만원이다. 이곳을 보유한 1주택자가 내야 했던 보유세는 152만원 상당이었다. 올해 노원구(20.17%)의 공시가격 상승폭을 반영하면, 이 금액은 202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번 공시가격 부담완화 조치로 국토교통부는 15~30억원의 고가주택의 경우에도 1주택 보유자라면 보유세 증가율이 1.2~3.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가격구간은 세금 부담이 지난해와 거의 동일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이다. 

다주택자는 '그대로', 세금 회피 매물은?

반면 다주택자와 법인 사업자는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6.17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세부담 상한과 기본 공제가 폐지되면서 이미 부담은 급증한 상태로, 집을 두 채만 갖고 있어도 재산세와 종부세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다주택자라도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주택을 매각해 1주택자가 되면, 공시가격 부담 완화책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시적 2주택자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미 보유세가 한 차례 급등했고, 거래세인 양도세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잠실의 A단지 2채를 가진 경우를 가정해 보면, 올해 보유세 금액은 1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 2020년만 해도 보유세는 3,614만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8,713만원 대폭 늘어났다. 올해 송파구의 상승률을 반영하면 1억975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A단지 2채와 B단지 한 채를 가진 3주택자라면 수천만원 오른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2020년과 2021년 보유세가 4,804만원, 1억2,067만원이었다면, 2022년에는 1억5,493만원까지 늘어난다. 재산세 1,468만원과 종부세 1억4,025만원을 합한 급액이다.

기로선 보유세, 정부는 1주택자 완화에 방점 

보유세 제도는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현 정권이 수립 이후 세 부담을 강화한 것과 반대로,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전면적인 부동산 세제 완화를 공약했다. 2003년 참여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아예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어 주목된다. 새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개정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수적인 만큼, 국회 다수당인 여당과의 협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주택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부터 순차적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 여당의 이러한 조치가 일관성을 갖기 힘들다는 점이다. 올해에도 공시가격은 두 자릿수로 올랐고, 집값도 2~5% 수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내년에도 2021년의 공시가격을 빌려와서 과표 산정을 할 수는 없다"라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장기적인 방향성 수정이나 세법 개정이 필요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