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을 아시나요? 보통 자동차 오너들이 차를 이리저리 개조하다가 "결국 순정이 최고였다"며 후회하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죠. 제조 기술이 발달한 요즘 웬만한 완제품은 굳이 손 댈 필요가 없을 만큼 잘 만들어져서 나옵니다만, 휴대폰은 예외입니다. 종일 손에 쥐고 쓰는 물건인데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쓸 수 있다면 좋겠죠. 오늘 이야기할 '런처'를 잘 알고 활용하면 사용자는 큰 수고 없이도 휴대폰을 개인 맞춤형으로 훨씬 만족스럽게 튜닝할 수 있습니다.

런처는 기기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아이폰과 달리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공유하는 제조사들은 기기 간 차별화를 위해 각 제조사만의 콘셉트를 적용한 런처를 기본 탑재해 출시하곤 하죠.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One UI(원유아이)'라는 전용 런처가 기본 설치돼 제공되고 있습니다.

▲ OneUI 4 소개 영상 갈무리. (자료=삼성전자 유튜브)
▲ OneUI 4 소개 영상 갈무리. (자료=삼성전자 유튜브)

여담이지만 '순정 안드로이드는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면 잊어도 좋습니다. 정말 기본에 충실하거든요. 짧은 비교를 위해 순정 안드로이드와 One UI 탑재 갤럭시 스마트폰의 토글·설정 화면을 갈무리해봤습니다. 딱 봐도 One UI 쪽 디자인이 더 유려하고 편의기능도 많이 갖고 있죠.

과거엔 제조사 기본 런처들이 주로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했던 터라 정작 사용성은 좋지 않았는데요. 이후 편의기능 지원 중심의 사용자경험(UX) 차별화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면서 요즘 제조사 런처는 굳이 서드파티 런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빠르고 편리한 편입니다. 일례로 샤오미의 MIUI(미유아이)는 안드로이드 초기 아이폰을 닮은 런처로 유명세를 탔다가 스마트폰 제조로까지 이어진 케이스죠.

▲ 왼쪽부터 첫 번째, 세 번째 이미지가 안드로이드 순정 런처의 모습. (자료=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갤럭시 스마트폰 갈무리)
▲ 왼쪽부터 첫 번째, 세 번째 이미지가 안드로이드 순정 런처의 모습. (자료=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갤럭시 스마트폰 갈무리)

사실 런처라고 무언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런처의 개념을 알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의외로 편리한 기능들이 숨어있다는 겁니다. 휴대폰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상단바를 내렸을 때, 앱 서랍을 열었을 때 보이는 설정 아이콘들을 클릭해보세요.

한 예로 갤럭시 스마트폰 앱서랍 화면 내 설정 페이지를 열어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공간인 '홈화면' 관련 다양한 옵션이 제공되고 있네요. 기본 세팅보다 한 화면에 더 많은 앱을 보이게 하거나, 아예 앱을 숨길 수도 있습니다. '홈 화면 구성 잠금'의 경우 앱이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삭제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부모님들은 종종 "앱이 사라졌다"며 당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기능만 체크해도 비슷한 일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 휴대폰 내 설정 메뉴들을 살펴보면 꽤 유용한 기능들이 숨어있다. (자료=갤럭시 스마트폰 갈무리)
▲ 휴대폰 내 설정 메뉴들을 살펴보면 꽤 유용한 기능들이 숨어있다. (자료=갤럭시 스마트폰 갈무리)

다음으로 상단바 설정을 보겠습니다. '빠른편집'에선 취침모드, 빅스비루틴, 무선배터리 공유 등 유용한 기능들을 원터치 토글창에 추가할 수 있고 '상태표시줄'에서는 각종 알림 설정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요즘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 알림창 하단에 '네', '그렇군요', '헉' 같은 원클릭 자동답장 기능이 추가돼 불편하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상태표시줄 옵션 내 '알림에 액션 및 답장 기능 표시'를 비활성화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 런처만 잘 설정해도 이전보다 훨씬 취향에 맞는 휴대폰 세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점은 자유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디자인은 제조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영역으로,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게끔 하죠.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개별 제조사들이 만드는 서드파티 런처입니다.

앱마켓을 열고 '런처'라고 검색하면 정말로 다양한 런처가 뜹니다. 이어 다른 앱처럼 설치 후 실행하면 전혀 다른 폰이 되죠. 이런 서드파티 런처들은 주로 독특한 테마나 기본 런처에 없는 편의기능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합니다.

▲ 구글플레이 '런처' 검색 결과(왼쪽)과 GO런처 테마샵. (자료=앱 내 갈무리)
▲ 구글플레이 '런처' 검색 결과(왼쪽)과 GO런처 테마샵. (자료=앱 내 갈무리)

예를 들어 'GO런처'의 경우 스마트폰 대중화 초기부터 널리 쓰인 서드파티 런처입니다. 누적 다운로드 수만 무려 1억회 이상인데요. 테마 제공에 최적화된 특성상 남들과 다른 아이콘이나 화려한 배경, 화면전환 효과 등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노바런처' 역시 누적 다운로드 수 5000만회 이상의 인기 런처입니다. 유료 버전에서만 지원되지만 화면에 특정 형태를 그려 기능을 빠르게 실행하는 '제스처' 기능이 강력합니다. 홈화면 가로세로 칸 수를 최대 12줄까지 넓혀 100개가 넘는 앱을 한 화면에 띄울 수 있는 옵션도 압권이죠. 전반적으로 심플한 휴대폰 구성이 가능한 편입니다.

▲ 노바런처(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자료=앱 내 갈무리)
▲ 노바런처(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자료=앱 내 갈무리)

마찬가지로 5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 런처'도 있습니다. 이름처럼 윈도 운영체제 편의 기능들과의 연결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독특한 런처죠. 특히 PC 메모장으로 널리 쓰이는 '스티커 메모'를 휴대폰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은 PC 작업이 잦은 이들이 좋아할 기능입니다.

이 밖에도 런처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콘셉트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하나씩 설치하다 보면 취향에 딱 걸맞은 런처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죠. 전국민이 갤럭시, 아이폰만 쓰는 한국에서 독특한 런처 하나는 마치 자신만 다른 스마트폰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서드파티 런처도 쓰다보면 언젠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며 기본 런처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본 런처든, 서드파티 런처든 잠깐의 귀찮음과 수고만 감내할 수 있다면 밋밋하고 그저 주어진 대로만 쓰던 휴대폰에서 보다 능동적이고 나만을 위한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애초에 런처는 사람이 스마트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람에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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