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로 1980년대 PC시대 열어
점유율 밀린 2017년 모바일 포기
올해 블리자드 인수로 3대 게임회사 등극

윈도(Window)에서 클라우드, 게임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변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회사의 경영철학을 알아야 한다. MS가 1980년대 PC시대를 어떻게 열어젖혔고, 이 장점이 어떻게 회사를 망칠 뻔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MS의 시대를 끌어왔는지를 알 수 있는 열쇠는 과거에 있다. 

MS의 역사를 보면 게임회사를 인수한 배경을 엿볼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MS의 역사를 보면 게임회사를 인수한 배경을 엿볼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975년 22세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폴 앨런은 ‘포퓰러 일렉트로닉스’라는 잡지에서 개인용 소형 컴퓨터인 알테어 8800 키트가 출시됐다는 기사를 읽고 시애틀주 워싱턴에서 함께 자랐던 친구 빌 게이츠를 만나기 위해서 하버드대를 방문한다. 이들은 알테어 8800을 개발한 MITS에 연락해 알테어 8800을 위한 운영체제인 베이직(BASIC) 개발을 맡겨달라고 제안한다. 

두달 만에 운영체제를 완성한 폴 앨런은 MITS 본사로 가서 시연회를 연다. 이후 폴 앨런과 빌 게이츠는 MITS와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이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작이다.

빌 게이츠가 처음 한 일은 직원을 채용하는 일이었고, 자신이 다녔던 하버드대 출신 친구들을 대거 영입한다. 이때 합류해 MS의 CEO까지 지냈던 사람이 스티브 발머다. MS는 1980년 11월 IBM에 PC 운영체제인 베이직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다. 

MS는 1981년 시애틀컴퓨터프로덕츠(SCP)라는 회사가 만든 운영체제 QDOS를 5만 달러에 인수하고, 이를 MS-도스(DOS)라는 이름으로 IBM에 공급한다. MS가 운영체제(OS)의 라이선스 판매라는 사업모델을 세운 건 QDOS라는 핵심 상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구입했기 때문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었고, 승자독식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게이츠는 먼저 사업을 제안했던 어린 시절 친구 폴 앨런을 불과 3년 만에 회사에서 축출한다. 빌 게이츠는 친구의 지분으로 30%대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승자독식 세계관은 MS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MS는 MS-도스 OS로 PC의 시대를 연 만큼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고, 그 끝은 독점이었다. 문서편집 프로그램인 MS 워드는 1983년 처음 나왔다. 윈도는 1985년 공개됐다. 윈도 1.0은 도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소프트웨어와 같았다. 

도스는 시각적으로 친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작업(특히 그래픽 작업)이 불가능했는데, 이를 보완한 게 윈도 1.0이다. 사실 이는 애플이 맥OS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 방식이다. MS는 첫 대형사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애플과 디자인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디자인 표절 문제를 해결한다. 여러 창들이 겹치는 효과 등이 이때 구입한 기술계약에 포함돼 있다. 

기술이 없으면 사서 쓰더라도 사실상의 독점을 유지하려는 승자독식 세계관에서 시장점유율 하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17년 MS 윈도의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IT 관련 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MS 윈도의 2017년 1월 세계 PC용 OS 점유율은 73.72%였다. 애플의 맥 OS가 15.33%로 그 뒤를 이었다.

경쟁력 잃은 모바일 OS 시장서 철수 

2017년은 전세계 모든 기업이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지 10년이 돼가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MS는 2017년 모바일 OS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다.

당시 MS PC사업부의 조 벨피오레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MS는 윈도10 모바일의 버그 수정과 보안 업데이트 지원은 계속하지만, 신기능과 하드웨어에는 더 이상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6년 PDA용 윈도CE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MS는 애플이 2007년 아이폰과 iOS를 출시하고, 구글이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내놓으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2017년 당시 윈도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3%였고, 모바일용 윈도의 점유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구글이 인수한 안드로이드는 공개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서 MS는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MS는 2019년에는 기존 윈도폰이나 모바일용 OS에 대한 기술지원도 중단했다.   

언급했듯 데스크톱 OS 시장 전체로 보면 2017년에도 윈도는 막강한 세계 1위가 맞다. 하지만 데스크톱ㆍ모바일 등을 포함한 전체 OS의 시장 점유율은 다르다. 스탯카운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4월 기준 전체 OS 시장에서 윈도의 점유율은 46.44%였다. 안드로이드가 29.9%, iOS가 11.12%였다. 하지만 1년 후인 2017년 3월 윈도는 1위 자리를 놓친다. 안드로이드가 37.93%, 윈도는 37.91%였다.

MS가 모바일 OS 시장 철수를 선언한 것은 OS 시장 전체에서 2위가 되는 것이 사업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가 윈도를 추월했다’는 문장은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4월 스탯카운터의 오드한 쿨렌 CEO는 “1980년대 이후 OS 시장에서 MS의 리더십은 끝났다”고 말했다.

MS는 결국 윈도10 모바일과 윈도폰 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했고, 다시 PC용 OS 시장 부동의 1위 기업이 됐다. 2021년 8월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윈도는 국내 데스크톱 OS 시장에서 점유율 90.1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맥OS가 6.06%, 리눅스가 0.65%, 크롬OS가 0.03%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데스크톱 OS 시장에서 윈도는 76.13% 점유율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맥OS 16.15%, 리눅스가 2.40%, 크롬OS는 1.70%다. 

그런데 OS 시장에서 애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20년 애플이 자체생산한 ARM 설계 기반의 M1 프로세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애플은 M1이 세계 최고 성능의 CPU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M1은 데스크톱은 물론이고, 맥북과 아이패드에도 적용됐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얘기도 지난해 말 나왔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조직이 만들어져 있고 일하는 사람들 면면도 알려졌다.  

모바일을 합친 국내 데스크톱ㆍ모바일ㆍ태블릿ㆍ콘솔 등 OS 합산 점유율은 윈도가 41.14%, 안드로이드가 38.92%, iOS 15.27%, 맥OS가 2.76%, 리눅스가 0.30%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가 42.61%로 이미 1위를 차지했다. 윈도는 30.66%, iOS는 16.55%, 맥OS는 6.50%, 리눅스는 0.98%다.

구독형 서비스 강화 위한 선택 

이같은 통계간 격차는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PC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 등이 직접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전기차용 OS 시장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MS는 윈도가 데스크톱 OS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친다면 어떻게 할까. 모바일 시장에서처럼 철수할 수 있을까. MS의 가장 최근 대형 딜이 이 질문을 풀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MS는 그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올해는 MS가 기업용 클라우드 업계에서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는 원래 사용자들이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빌려쓰는 개념이다. MS는 여기에 게임패스 등 구독형 서비스를 접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MS는 2001년 11월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출시했다. 2005년 엑스박스 360, 2013년 엑스박스 원, 2020년 엑스박스 X를 출시했다. 2017년 MS의 게임패스 출시 이후 소니를 비롯해 EA 등 여러 게임회사들도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내기 시작했다.

MS는 2014년 이후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했는데, 이를 콘솔 게임에 도입한 것이 게임패스다. 2017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클라우드 게임 시장 매출은 37억 달러였다. MS 게임패스는 이중 60%를 점유하고 있다. 

MS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쌓기 위해 ‘게임회사’를 인수했다.[사진=뉴시스]
MS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쌓기 위해 ‘게임회사’를 인수했다.[사진=뉴시스]

올해 1월 대형 인수ㆍ합병(M&A)이 성사됐다. MS는 지난 1월 18일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MS는 “이번 인수로 MS는 텐센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 게임회사가 됐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1월 14일 종가 65.39달러에 45% 프리미엄을 붙여 결정됐으며, IT업계 M&A 사상 최고액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 지명도가 높은 게임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다음날인 1월 19일 “기존 게임 부문과 이번에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합쳐 MS 게이밍이라는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MS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게임 부문을 총괄해오던 필 스펜서가 CEO를 맡을 예정이다.

스펜서 CEO 내정자는 2020년부터 여러 게임 개발사를 M&A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성도 언급해왔다. 구독형 서비스이자 클라우드 서비스인 게임패스가 잘되려면 더 많은 게임 타이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장 자신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회사를 인수해 여러 게임을 확보했다. 인수, 시장점유율…, 이 두 가지 경영철학을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윈도 든 다른 어떤 제품이든 두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 전략에 예외는 없어 보인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Investing.com 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