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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내과 박원장' 이서진, "나는 이제 박원장, 이산은 준호 것"

  • 입력 2022.02.08 08:1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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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이서진의 파격 코믹 변신 ‘내과 박원장’이 시트콤 버금가는 큰 웃음으로 순항 중이다. 이서진은 누리꾼들의 반응 중에 ‘전 재산을 탕진한 이서진의 현재 근황’이라는 감상평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7일,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연출·극본 서준범, 제공 티빙(TVING), 제작 싸이더스·엑스라지픽처스)’에서 박원장 역할로 출연 주인 배우 이서진이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원작 웹툰 ‘내과 박원장’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 이서진의 대머리 포스터는 공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평소 댄디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이서진이 적자에 허덕이는 초짜 원장으로 변신했다. 뽀글 파마에 양 갈래 땋은 머리까지 기존에 볼 수 없던 이서진의 파격 변신이다. 라미란, 차정화, 김광규 등과 더불어 코믹 열전을 벌이는 중이다. 다만, ‘앞광고’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 ‘내과 박원장’은 30분 정도 분량에 온갖 PPL을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아예 CF처럼 광고를 해주는 등의 연출은 작품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품 자체가 성공적이든 아니든, 이서진의 파격 변신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원작 속 박원장과 자신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제작진도 알 터인데 자신을 왜 캐스팅하려 하는지 궁금했다고. 원작과 다르게 가발은 제작진의 설정이었으나 일단 보여주자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서진이었다.

 

“저도 대본을 받고 이 사람이 이걸 왜 나한테 줬는지 궁금했거든요. 웹툰을 찾아봤더니 그 사람은 외모도 완전 민머리에 저랑 너무 다르고, 이런 경우에는 제가 한다고 해봤자 되려 사람들이 ‘왜 비슷하지도 않은 사람을 캐스팅했냐’면서 욕만 먹을 것 같아서, 이 사람이 무슨 의도로 나한테 이걸 보냈는지, 그런 사정을 그 사람도 다 알 테니까, 그래서 한번 만났죠.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의외성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어도 봤어요. ‘괜히 나를 캐스팅했다가 외모 문제로 욕먹고, 이럴까 봐 두렵다’. 그 얘기도 제가 했죠. 그런데 자기들은 의외성이 되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머리 설정을 어떻게 할 거냐 했더니 그냥 가발을 쓴 설정으로 하고, 대신 중년이 되면서 오는 고혈압과 관절염, 이런 불쌍한 것들을 표현하겠다고 해서 제가 그러지 말고 일단 한번 보여주자. 그 사람(박원장)의 상징적인 모습을 좀 보여줘야, 사람들을 일단 이해를 시키고 가야 하지 않겠냐 해서 집어넣고 대본을 수정하고, 그렇게 됐죠.”

의외성에서는 최고의 캐스팅이다. 포스터 한 장만으로 이미 그 역할은 톡톡히 했다. 욕을 하는 장면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이서진은 배우로서 남다른 경험이었다며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도 그 부분을 꼽았다.

“저는 결과에 상관없이, 어쨌든 ‘박원장’은 굉장히 재미있게 했거든요. 촬영하는 동안 굉장히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당연히 저한테는 잘했다고 생각하죠. 촬영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한 것 자체가 제가한테 복이거든요. 석 달 가까이 우울한 신이 한번 없고, 항상 즐거운 신을, 마음대로 소리 지르고 마음대로 욕하고, 이렇게 재미있게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편집본보다) 욕을 더 많이 했죠. 편집돼서 많이 안 나간 것 같은데 더 심하게 하는 것도 있고, 그리고 이렇게 PPL을 시원하게 대놓고 한 적도 처음이고.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맨날 감추려고 노력하잖아요. 근데 이렇게 대놓고 렌즈를 보고 하니까, 더 자신 있게 하게 되고 그런 점들이 좀 다른 점이고, 다른 건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자유로운 거 빼고는.”

 

이서진은 평소 연출자 감수성이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데, 작품에서는 절대적으로 연출을 믿고 간다고 한다. 그동안 운이 좋았다는 자평도 있었다.

“사실 배우가 자기 것만 보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저도 처음에 볼 때는 제 것만 봤다가 몇 번 더 읽다 보면 그냥 전체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흐름이나 구성이나 이런 것도 좀 배우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불만이 있다 하면 얘기도 하고(웃음). 저는 촬영할 때 연출을 믿고 가는 편이거든요. 일단 제가 하자고 결정했으면 그 연출자를 믿고 가는 게 저도 편하고 서로 그게 좋다고 생각하죠. 그래도 가장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연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쨌든 제가 데뷔하고 크게 힘들지 않게, 빠른 시간에 일들이 잘돼서 저는 스스로 굉장한 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막 실력이 좋았다, 이런 게 아니라 좋은 연출자도 만나고 좋은 배우들도 만나고 해서 작품이 잘된 것들이 많다 보니까, 제가 굉장히 운이 좋았구나 싶고,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예능도 갑자기 잘 되고 이러니까, 이런 건 정말 운이 아니겠나 싶어요.”

평소 ‘원픽’으로 꼽는 배우 라미란과 코미디로 만나게 됐다. 연예계 절친 김광규도 함께다. 차정화, 신은정 등 비슷한 또래의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이 단연 으뜸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라미란은 독보적인 배우라는 극찬도 있었다.

“이렇게 같은 동료, 선배들끼리 같이 하면 되게 편안함이 있거든요. 촬영장에서도 그렇고 그런 편안함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라미란 씨나 차정화 씨, 신은정 씨, 광규 형이 다들 잘 알고 하니까, 그렇게 다 친한 사람들이 동네에 모여서 그냥 노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냥, 라미란 씨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라미란 씨가 하는 역할은 다른 누가 와도 할 수가 없는 역할입니다. 그만큼은 라미란 씨는 자기만의 그런 독보적인 위치에 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실 제가 (박원장을) 거절하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라미란 씨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이 그걸 못 채울 것 같아요.”

 

지난해 안방극장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준호가 이산을 연기한 바 있는데, 원조 ‘이산’의 주인공 이서진은 “이제 이산은 준호 것”이라고 못 박아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준호가) 정조를 연기한 그냥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지금 저는, ‘이산’을 했는데 이제 기억도 거의 가물가물하고요. (‘옷소매 붉은 끝동’을) 다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준호가 너무 훌륭하게 잘 소화해서, 이제는 ‘이산’하면 준호죠. 저는 그냥 박 원장입니다. 앞으로 제가 보기에는, 저한테 조금 박 원장이라고 불리는 시간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전에 이산으로 불린 시간이 좀 있었다면 이제는 박 원장이 된 것 같거든요. 그때는 역사적인 인물이고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에 좀 무거웠다면 이제는 박 원장이라는 가벼운 사람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제 이산은 준호 거고(웃음), 이제 저는 그냥 박 원장이 된 거죠.”

이서진은 굳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장르물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

“바꾸고 싶은 고정적인 이미지는 전혀 없고요, 어쨌든 전 새로운 장르는 계속 좀 해보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해보고 싶고, 선한 탈을 쓴 악마 같은, 사람은 선과 악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역할이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고, 대신 제가 좀 피하는 역할은, 가정이 있는 역할은 좀 잘 안 하려고 하거든요. 홈 드라마 같은 경우는 제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좀 피하려 해요. 이번엔 개성이 독특하고 재밌는 가족이다 보니까 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뜨거운 부성애를 느끼고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겠다(웃음). 그리고 또 이제 나이도 있다 보니까 제가 막 멜로 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막 역겨워할 것 같아서(웃음), 그런 거는 좀 피하려고 하고, 장르물 쪽을 요즘 좀 선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서진은 드라마로 특정 메시지를 담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내과 박원장’이 담고 있는 메시지로 ‘누구나 똑같은 사람’을 꼽았다. 

“저는 진짜 메시지 같은 건 던지고 싶지 않고, 코미디가 메시지 주는 거 너무 싫어하거든요. 그냥 재미있고 웃겼으면 좋겠거든요. 무조건 재밌고 웃겼으면 좋겠는데, 연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욕심이 있잖아요. 메시지는 그런 것 같아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삶이, 어떤 직업을 가졌다 해도 다 비슷비슷하고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거 모르셔도 되고 그냥 재밌게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제가 아는 감상평이 딱 두개인데, '이서진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봐주자', '전 재산을 탕진한 이서진의 현재 근황'. 어쨌든 후자가 더 센 것 같아요(웃음). 그게 저는 제일 마음에 드는 감상평입니다. '내과 박원장'이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관심 가져주시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은 티빙에서 금요 드라마로 공개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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