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LCK에 프랜차이즈가 도입된 첫 해다. 사실 LCK의 프랜차이즈화는 늦은 감이 있었다. LCK와 함께 4대 리그로 불리는 LPL(2017 서머), LCS(2018 스프링), LEC(2019 스프링)는 진작에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했고, 마이너 지역인 LJL과 TCL도 2019년에 이미 프랜차이즈화가 됐다.

인기로 따지면 전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LCK였기에 프랜차이즈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LCK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다른 지역보다 약 2년 이상 뒤쳐진 2021년에 프랜차이즈를 맞이한다.

후발 주자가 가지는 장점도 물론 있었다. 프랜차이즈가 리그의 성장에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고, 각 리그의 다양한 프랜차이즈 모델에서 장단점을 분석해 LCK로 흡수하거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진행된 LCK 프랜차이즈,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리그와 팀에 안정감이 생기고, 각 팀들의 개성은 더욱 뚜렷해졌으며, 새롭게 만들어진 2군 리그 CK도 1년 만에 국내외 1군 선수를 다수 배출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반드시 좋은 결과물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변화나 대책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다.


멈출 줄 모르는 연봉 '인플레'
수익화는 아직인데... 너무 가파른 연봉 상승 곡선


프랜차이즈 제도의 이점은 다양하겠지만, 그 중 게임사와 게임단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당연하게도 수익화다. 프랜차이즈화가 되면 LCK와 게임단은 리그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 프랜차이즈화 발표 당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LCK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만큼, 수익 구조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스포츠에서는 중계권이 매우 큰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겨우 프랜차이즈 1년 차가 지나갔을 뿐인데,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에 '헉' 하던 시대는 진작에 지났다. 최저 연봉 6,000만 원은 1년 차 신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고, 2년 차에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하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이미 1~2년 전부터 일부 관계자가 '연봉 거품'에 대해 암암리에 언급할 정도로 금액대가 매우 높아졌는데, 그 거품은 여전히 부푸는 중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화가 오히려 선수들의 눈을 높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1년 전이었으면 중위권 이상의 로스터를 꾸릴 수 있었던 예산 규모가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는 그나마 꼴찌를 면할 정도였다. 또한, 스토브 리그가 되면 S급 선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OO억 원은 필요하다는 농담이 돌곤 하는데, 지난번에는 20억 원이었다면, 이번에는 30억 원이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팀은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스포츠에 투자하는 주요 목적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 및 홍보라고 하더라도, 매년 올라가는 선수들의 연봉을 무한대로 감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게 '샐러리 캡'이다.


샐러리 캡은 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상승해 구단이 적자로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멀게는 NBA, NFL부터 가까이는 V-리그, KBL 등 여러 종목에서 샐러리 캡을 활용하고 있다. KBO와 K리그도 내년부터 샐러리 캡을 도입한다.

하지만, 샐러리 캡은 선수들에게는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만약 LCK 내에서만 샐러리 캡이 운영된다면 타 리그로의 전력 유출 역시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샐러리 캡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처럼 샐러리 캡은 장단점과 그로 인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입는 쪽이 극명하기 갈리기 때문에 최선책이 될 수도 없고, 실제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자 간의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금 당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게임단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수익화 모델' 쪽이다.


수익화 모델 : 중계권과 스폰서십
유의미한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당시 라이엇 게임즈 리그운영팀장)은 프랜차이즈 참가 팀 모집 당시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수익 구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은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중계권과 스폰서십을 직접 유치해보니, 2년 동안 매출이 예상보다 굉장히 많았다. 또한, 생각 이상으로 사업의 기회가 많아서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중계권과 스폰서십 유치를 공격적으로 해나간다면, 앞으로 분명히 더 늘어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중략…

특히 LCK가 타지역과 비교했을 때 중계권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장점이 크다. LCK는 해외에서 뷰어십이 많이 나온다. 간단히 말하면 중계권을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략… 여러 스폰서십을 유치한 결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가성비가 좋았다고 보면 되겠다. 앞으로도 기존의 스폰서는 물론이고 더 많은 스폰서십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된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프랜차이즈를 진행하며 LCK의 수익 구조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일리있는 판단이었다. LCK는 LoL e스포츠 초창기부터 꽤 오래 최고 리그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 리그로 자리매김했다. 중계권과 스폰서십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 출처 : e스포츠 차트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프랜차이즈화 이전과 비교해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운영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는 게 외부적인 평가다. 일단, 여러 게임단 관계자들과 이야기 해본 결과, 그들은 아직 LCK가 어떻게, 얼만큼 수익을 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제는 1년이 지났으니 '어떻게 수익을 내겠다'가 아닌 '이만큼 수익을 냈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다음 단계를 제시할 차례다.

또한, 'LCK 팬들의 지갑을 열게 할' 매력적인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LCK는 팬층이 두터운 만큼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LCK 공식 경기장인 롤파크 내 굿즈샵 라이엇 스토어는 굉장히 협소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지 않다.

▲ 롤파크 내 라이엇 스토어

LCS에서는 코로나19로 무산되긴 했지만, 전 경기 입장 티켓과 지정석 혜택, 결승전 선예매권, 특별 제작 굿즈, 중계진과 사진 촬영 등 다양한 혜택이 담긴 '시즌 패스'를 도입해 판매한 적이 있다. LPL은 후원사 KFC와 연계해 포토 카드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LCK에서 맥도날드와 진행한 비슷한 이벤트와 완성도면에서 비교가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LCK만의 색깔은 어디에?
발전을 멈춘 LCK 콘텐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LCK 운영과 관련한 부분이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2019년부터 자신들이 직접 대회를 제작하고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OGN, 스포티비 게임즈 등 외부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이었는데, 라이엇 게임즈가 자체적으로 대회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사실 초반에는 잡음이 꽤나 많았다. 중계 화면 인터페이스와 관련해서는 셀 수 없이 많은 피드백을 거쳤고, 인터뷰어의 사전 지식 부재나 코치진의 밴픽 노트 노출, 옵저빙 미숙 등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에서 오는 실수도 나왔다. 티켓 예매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도 발생했다.

4년째를 맞이한 현재는 어떨까. 당연하게도 많은 것들이 개선됐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LCK 옵저빙은 어느 리그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발전을 멈춘 듯한 부분도 있다. 바로 LCK 콘텐츠다. LCK에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한데, 간단한 동영상 콘텐츠부터 대회 전후로 편성되는 프로그램, 각종 이벤트 등이 있다. 이 콘텐츠는 시청자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홍보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콘텐츠의 힘을 간과한 것일까. LCK의 콘텐츠 기획력은 언제나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 LCK가 지난 3년 간 선보인 여러 콘텐츠 중 성공적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는 화려한 썸네일을 자랑하는 유튜브 하이라이트, 성승헌 캐스터가 진행하는 'SNL' 정도다. 개최 소식만으로도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LCK콘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등장했다 사라지는 많은 프로그램들도 시청자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늘 똑같다는 평을 듣는다. LCK의 개성을 살린, LCK의 아이텐티티를 담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매년 다채로운 콘텐츠로 국내 팬들에게까지 입소문을 타는 LEC와 비교된다.

2020 시즌부터 도입된 올-프로 팀의 사정도 비슷하다. 타 메이저 지역에 비해 한참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운영 과정에서 4회째까지도 여전히 미숙함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투표 명단을 혼란을 야기할 수 있게끔 표기하면서 일부 선수가 받아야 할 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콘텐츠는 다양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장이다.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타겟층인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니즈를 정확히 판단하고, LCK만의 색깔을 담아 개성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다방면에서 포텐셜 높은 LCK
보완, 발전하면 눈에 띄는 성과 나올 것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LCK는 포텐셜이 높은 리그임은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 LCK는 오랜 기간 최상위권 메이저 리그로 군림하고 있고, 전세계적인 인기가 매우 높다.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좋은 수익 모델을 만들어 게임사와 게임단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21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LCK 네 팀이 모두 8강에 오르고, 그 중 내전으로 탈락한 한화생명e스포츠를 제외한 세 팀이 4강에 진출하면서 LCK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비록 소환사의 컵은 LPL의 EDG에 내주긴 했지만, 모든 팀이 좋은 활약을 펼친 리그는 LCK 밖에 없다.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결과다. 일례로 2021 LCK 서머 스플릿 담원 기아와 T1의 결승전은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약 130만 명이 결승 경기를 시청했으며, 이는 107만 명(2020년 스프링 시즌 T1 vs 젠지)이라는 이전의 기록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연말 시상식 성격의 LCK 어워드를 신설한 점도 긍정적이다. 그간 한 해를 총망라하는 오프라인 연말 시상식의 필요성이 종종 언급되곤 했는데, 2021년에 드디어 막을 연 것. 비록 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없이, 유튜브 영상 콘텐츠의 형태로 진행되긴 했지만, 추후 팬들도 초대하고,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하게 된다면 분명 큰 의미를 가지는 시상식이 될 것이다.

당연히 첫 해부터 완벽함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여러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LCK에 대한 애정이 있고, LCK의 가치와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LCK 프랜차이즈의 두 번째 시즌이 곧 막을 올린다. 한단계 성장했을 LCK에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