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운세를 보니
새해 운세를 보니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2.01.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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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난 내 운세(運勢)를 보니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A신문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지 말 것. 좋은 일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풀이해놓고 있고, B신문은 ‘대인과 상의하여 추진하라 남쪽 방향의 일은 길하다’고 했다. 또 C신문은 ‘무쇠가 용광로에 드니 대기(大器)가 완성되려면 기도와 정성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리 보면 이런 말 같고, 저리 보면 저런 말 같아서 도무지 ‘알쏭달쏭’ 이해가 어렵다. 필자는 원래 이 운세난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선지 이젠 가끔 재미로 보고 있다.

신문의 ‘운세’난을 보는 독자들은 의외로 많다. 특이한 현상은 이런 운세를 보는 주독자가 20~30대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신문이 ‘오늘의 운세’난을 편집해 매일 내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본지도 몇 년 전 이 운세난을 없애려다 독자들의 득달을 받고 다시 게재를 했다.

▲신문 운세만이 아니다.

인터넷 운세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매일매일 자신의 운세를 들여다 보는 소위 ‘운세중독자’들 대부분이 10대, 20대들이다.

오늘 아침 유튜브에는 2022년 새해 운세를 풀이해주는 동영상이 1000개 이상 달렸고, 인터넷 사이트의 운세점 치는 앱 스토어도 수백 개가 넘는다.

이런 온라인 부분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무속인 수가 50만명을 넘는다는 추계다. 이들 온·오프라인을 모두 합하면 연간 시장규모가 3조~4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풍조를 타고 몇몇 대학에는 이미 관련 학과가 운영 중이고 어느 대학에서는 관상(觀相)강의를 개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점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농협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이 고객을 상대로 사주와 궁합, 토정비결을 서비스하는 것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새해 희망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만사형통하길 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래서 가족 혹은 나에게 다가올 재앙이 있는지, 나와 가족들이 원하는 일들은 성취할 수 있을지, 새해 직장 운과 사업 운은 어떠할지, 취직이나 진학은 제대로 될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들의 궁금증은 클 수밖에 없다. 

사는 게 힘들고 삶이 험악할수록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세상살이 불안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으려 하는 것일 게다. 올해는 유독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점집 열풍이 상당하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요즘의 정치적 불안감 때문에 점집을 찾는 것은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우리의 점 사랑은 유별나서 점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도 대단하다. 

상당수의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문제로 점집을 찾는다.

제주도내에서 알만한 사람들이 드나든다고 해서 잘 알려진 명소들도 즐비하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신이라고만 여겨지던 점이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일부 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과학이 발전할수록 종교는 없어진다. 대신 주술성이 강한 점 문화는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점이 심리적 위안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독한 현대인들은 심리적 고민이 생기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하듯 자연스럽게 점집을 찾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새해에 책상이나 가구의 위치를 바꾼다든지, 낡은 창문을 교체하기도 한다. 그렇고보니 지난주에 나도 집안의 낡은 등(燈)들을 교체했는데. 혹시 몰라, 어떤 효과가 있을지.

올해 임인(壬寅)년은 하루의 때로 말하면 여명이 밝아오는 인시(寅時, 03~05시), 사람의 인생살이로 풀어보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시기라고 하니까.

내일은 사라봉에라도 가서 아침 해를 봐야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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