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반발에 신사업 꺾여
우회 중개 논란에서 시작된 불신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 ‘모빌’을 인수하며 아파트 관리 시장에 진출한 직방이 멈춰섰다. 울산에서 추진했던 지자체 연계 사업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지자체와 손을 잡는다면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직방의 질주를 막아선 이들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이란 거다. 직방의 우회중개 논란 등에 공인중개사들이 반발해 사실상 성과를 낸 첫 사례다.

직방이 사실상 중개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자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도 컸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직방이 사실상 중개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자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도 컸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2021년 초 직방은 새 사업에 진출했다. 스타트업 ‘모빌’을 인수함을 통해서였다.[※참고: 2014년 설립된 모빌은 2018년 카카오페이에 인수된 후 다시 직방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모빌은 쉽게 말해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이다. 모빌을 사용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각 세대 우체통에 꽂히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대신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관리비를 확인ㆍ납부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시설물이나 주차장 예약, 커뮤니티 기능도 휴대전화 하나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2021년 1월 직방이 모빌을 인수할 때 전국 아파트 550개 단지가 모빌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파트 1개 단지에 평균 300가구가 있다고 단순 계산하면 이용자는 16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모빌의 특징은 ‘연계성’이다. 

아파트 관리 플랫폼 인수 효과

모빌을 이용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수록 이용자도 함께 증가한다. 이용자에겐 선택권이 없다. 모빌 이용자는 다른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도 없고 이용해도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은 먼저 들어가서 시장을 장악할수록 유리하다. 

흥미롭게도 직방은 ‘모빌 인수’로 얻을 효과가 하나 더 있었다. 직방이 모빌을 인수하기 전부터 운영하던 아파트 입주민 관리사무소용 서비스인 ‘직방 LINK’와 연계할 수 있다는 거였다. 모빌이 아파트 입주민 중심 플랫폼이라면 직방 LINK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다. 모빌과 직방 LINK를 통해 입주민과 관리자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직방은 이를 발판으로 아파트 단지를 넘어 ‘지역’을 통째로 먹겠다는 전략을 짰고, 실행에 옮겼다. ‘단지’가 아니라 ‘구’ 단위로 계약한다면 단번에 수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대상 지역은 울산이었다. 

모빌을 인수한 직방은 2021년 7월 울산광역시 남구ㆍ북구ㆍ중구ㆍ동구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의 골자는 직방의 ‘모빌 GOV’를 울산 내 공동 주택관리 통합연결망으로 사용하는 거였다. [※참고: 모빌 GOV는 지자체 소식ㆍ공문을 전달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 통합연결망을 말한다. 모빌의 지자체용 버전이다.] 

울산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로 울산시와 직방 간의 계약은 해지 수순을 밟았다.[사진=뉴시스]
울산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로 울산시와 직방 간의 계약은 해지 수순을 밟았다.[사진=뉴시스]

울산시에도, 직방에도 ‘윈윈’이었다.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통해 우편으로 전달해야 하는 종이 공문서를 ‘전자문서’로 배포할 수 있다는 건 울산시에 큰 장점이었다. 시 관계자는 “공동주택에 공문을 보낼 때 가장 불편한 점이 우편을 발송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만들어서 공문을 온라인으로 발송할 수 있다면 홈페이지에서 바로 아파트의 공문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작 입주민에겐 거북한 아이템

직방에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아파트 단지를 넘어 특정 지역을 독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지자체가 어지간해선 민간 사업자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직방엔 호재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한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그 자치구에 있는 아파트 전체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다른 플랫폼 업체와 이중삼중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도입하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직방은 울산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을 노렸다. 경기도였다. 3만8658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경기도와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 독점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직방의 사업 영역은 가파르게 커진다. 경기도 아파트 단지 수는 울산시보다 14배가량 많다. 서울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이다.[※참고: 서울시는 2020년 자체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서울 내 아파트 단지 2000곳 이상에 무료 배포했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 ‘직방’의 독점 구조가 입주민에겐 ‘불편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플랫폼 업체가 이미 계약을 체결한 탓에 이용자가 불편해도 사업자를 바꾸기 어려워서다. 플랫폼 업체엔 유리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이런 독점 논란은 울산에서 갈수록 커졌고, 순조로워 보였던 직방의 신사업은 4개월 만에 위기를 맞았다. 울산시 공인중개사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울산시와 직방이 MOU를 맺은 직후 지역내 공인중개사들은 자치구 4곳에 “부동산 중개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직방의 지역 진출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 지점에선 울산시 공인중개사들이 왜 반발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 매물광고 플랫폼 업체인 직방은 법적으로 부동산 중개를 할 수 없다. 매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선 안 된다는 거다. 직방이 중개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서다. [※참고: 중개 행위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부동산 중개법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대표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대표를 제외한 회사 임원진 3분의 1 이상이 공인중개사여야 한다.] 

공인중개사 설득하지 않은 직방

이 때문에 직방은 파트너 회사를 공인중개사를 채용한 후 자신들의 플랫폼 상단에 광고를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이를테면 우회중개 논란이었는데, 이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웠다. 직방이 파트너 회사(부동산 중개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중개사들의 특정 광고상품만 플랫폼 상단에 배치했기 때문이다.[※참고: 직방은 당시 특정 회사와 ‘파트너’ 관계라고 해명했지만 2020년 해당 업체를 인수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사실상의 중개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직방이 사실상 고용한 공인중개사가 직방 플랫폼에 광고를 실으면 ‘우월적 판매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방의 태도였다. 직방은 “직접 중개할 이유가 우리에겐 없고, 공인중개사들과 경쟁할 생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우회 중개 사업을 지속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2021년 9월 성명 발표를 통해 “개인 공인중개사가 가지고 있는 매물 정보를 가져가 영업하고 수수료를 나누자고 하는 것은 골목상권 침해 행위”라며 “소상공인 말살행위나 다름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직방의 우회중개 논란과 그에 따른 독점 구조는 울산에서 터졌고, 울산시는 2021년 11월 직방의 ‘모빌 GOV’를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2021년 7월 MOU를 맺기 전부터 모빌을 이용하고 있었던 울주군을 제외한 나머지 울산 내 자치구 3곳은 직방 모빌과의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 중개사들의 반발에 꼼수로 대응해오던 직방이 끝내 신사업에서 낭패를 본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독점 문제가 있고 지역 내 공인중개사 반발이 컸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치구에서는 모두 해지했다”며 “자체 개발을 할지 다른 민간 사업자를 찾을지는 아직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울산시 계약해지의 함의가 크다는 거다. 무엇보다 울산 사건은 직방이 공인중개사의 반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첫번째 사례다. 직방이 추진하는 다른 지역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자체 개발과 직방 등 민간업체 선정을 놓고 저울질하던 경기도도 숙고에 들어갔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울산에서 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은 이미 들었다”며 “경기도가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 운영을 위해 자체 개발할지 민간 사업자와 계약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이용한 우대도 불공정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 사건은 직방을 향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회중개뿐만 아니라 ‘컨설팅’ 명목으로 중개사들과 수수료를 나누는 직방의 새 사업에 반발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숱해서다. 

이화령 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은 “(직방처럼) 자회사 등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밀어주는 것도 직접적으로 자사를 우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자사 우대 행위는 공공이 감독해야 할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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