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불편한 진실] 자재 투입에 매몰된 한국 농업

개방농정의 후폭풍 … 규모화·생산성 향상에 극도로 치중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식 정립 및 저감 노력 필요

  • 입력 2022.01.01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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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11월 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밭을 만들거나 비료를 뿌리는 등 마늘 파종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1월 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밭을 만들거나 비료를 뿌리는 등 마늘 파종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교묘한 탈을 쓴 농산물 가격 하락 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의 개방농정은 꽤 오랜 기간 우리 농업에 경쟁력 확보 명목의 규모화와 맹목적 생산성 향상을 부추겼다. 그간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이러한 방향의 농정이 지속되자 농가 수는 거의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데 반해 농가당 경작면적은 늘었고, 우리 농업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각종 자재 투입에 매몰된 형태로 전락, 변모하게 됐다.

전라남도 곡성군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1년에 1ha 기준 약 1,400~1,500kg의 무기질비료(화학비료)를 사용한다. 복합비료와 요소비료를 밑거름으로 시비한 뒤 웃거름으로 인산 등이 함유된 복합비료를, 이삭 여물 때엔 NK(질소가리) 복합비료를 추가한다. 완효성 복합비료와 NK복합비료는 측조시비하는 형태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4월 발간한 ‘탄소중립 대응 저탄소 농업 드론직파 벼 재배기술’ 자료에 따르면 농업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크게 △메탄 △아산화질소 △이산화탄소 세 가지며, 메탄과 아산화탄소는 작물 재배시 혐기·호기에 의해,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에 의해 발생된다. 특히 메탄의 경우 벼 재배시 담수 논에서의 유기물 분해로 발생하고, 아산화질소는 화학비료나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시비할 때 분해돼 생성된다. 작물 잔사 소각 시에도 아산화질소가 발생하지만 그 양은 농업 전체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생물환경조절학회지에 게재된 ‘작물재배용 복합비료 및 축산분뇨 퇴비에 함유된 온실가스’ 연구 결과 화학비료나 가축분뇨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함유한다. 화학비료와 가축분뇨 제조·유통 과정에서도 물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유기농업에 활용되는 유기질비료(부산물비료) 역시 그 원료인 유박 등을 항공이나 선박으로 들여오는데 적지 않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A씨는 60L의 경유를 들여 93마력 트랙터로 경운·정지 작업을 하고, 예초기와 동력분무기를 활용한 제초·방제에 각각 10L와 5L의 휘발유·경유를 사용한다. 콤바인 수확 시 추가로 20L의 경유를 쓰고, 300평 평균 수확량을 500kg로 잡을 때 1ha 수확량인 5톤 산물벼 건조에는 등유 약 20L를 소비한다.

전반적인 유류 소비량은 지역과 영농형태, 기후, 농기계 마력 또는 성능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화석연료 연소 시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는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씨가 1년 동안 벼 1ha 재배에 사용한 유류량은 △경유 85L △등유 20L △휘발유 10L 정도며, 한국에너지공단이 제공하는 석유환산톤 및 이산화탄소배출량 계산기(2017년 국가탄소배출계수 적용)를 활용해 이를 계산하면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연간 각각 220.63kgCO₂, 50.05kgCO₂, 21.79kgCO₂ 수준이다. kgCO₂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세계농식품산업동향 ‘탄소농사의 의미와 국제 동향’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고투입 집약 농업에서는 토양 탄소 함량이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고, 감소된 토양 탄소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한다. 저투입 지속 농업을 통해 기존 토양 탄소를 보존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식물 잔사에 포함된 탄소배출을 억제해 토양의 탄소 함량이 증가한다면 그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감소하게 된다”고 소개하면서 “2018년 기준 농업 분야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120만톤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2.9%(에너지 제외)를 차지하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와 우리나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도 명시돼 있듯이, 현재의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매우 큰 불확도(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산정된 배출량 및 흡수량이 얼마만큼의 불확실성을 가지는지 나타내는 방법)를 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벼 재배 부문에서는 탄소 저장, 토양 유기물 및 양분 증진 등 볏짚 환원의 긍정적 기능을 외면하고 논 토양 볏짚 환원에 의해 메탄 발생이 증가하는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농업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체의 18.4~20.1% 수준으로 보고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농축산물 수입에 따른 탄소 배출과 수송, 소비, 폐기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3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우리나라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과 많게는 10배 이상 큰 차이를 보인다. 감축 계획의 방향을 잡고 실현하기에 앞서 정확한 농업 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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