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험업계는 2021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도약했으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에 따른 부담이 증가되고 있으며, 2023년 새롭게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추기 위한 자본 확충이 당면 과제다.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 역시 경계해야 할 포인트로 꼽힌다.
이 같은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보험사는 저마다 △디지털 전환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확보 △제판 분리를 통한 영업력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전년대비 37.5%↑…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7조6천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조731억원(37.3%) 증가했다.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69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8% 증가했다. 보험영업이익은 1조16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영업이익과 영업 외 이익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이익 증가의 이유는 금리와 주가 상승에 따른 보증준비금 및 사업비 감소에 있다"며 "이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보장성보험 부문 등에서 일부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93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62.6% 증가했다. 생보사와 달리 △보험영업이익(1조9277억원 증가) △투자영업이익(408억원 증가) △영업 외 이익(714억원 증가) 모두 증가했다.
특히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과 대폭적인 자동차보험 부문 실적 향상이 보험영업이익 증가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차량 운행량·사고율 모두 떨어졌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역시 눈에 띄게 낮아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은 손보사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 각사 제공
실제로 지난 9월 상위 4개 손보사(삼성·KB·현대해상·DB)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9%로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82~83%로 이보다 낮으면 흑자를 보게 된다"며 "손해율이 분기당 1%p 개선되면 전체 손보업계에 400억원 내외의 손익 개선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올해 이후 업계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손보험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어서다.
◆"받은 만큼 내자" 실손보험 손실 줄이기 안간힘
지난 7월 보험료 할증에 초점을 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됐다. 직전 1년간 받은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최대 300%까지 할증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금 미청구 시 보험료가 낮아지고, 청구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늘어나는 구조다. 할증 제도의 반대급부로 미청구 고객에 대한 보험료는 10%에서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올해 실손보험 누적 적자 예상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보험사가 할증 상품을 꺼냈다는 의미는 일부 소비자에 의한 손해율 악화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중 62.4%는 실손보험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며 "이에 비해 2.2%에 해당하는 76만명이 1000만원 넘게 실손 보험금을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손해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당장 누적 손해율을 줄일 묘안은 아니다.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누적 적자 예상 규모는 3조5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을 보인다. 보험사는 올해만 1조원 가량 적자를 본 실손보험 부문 수익성 향상을 위해 보험료 20% 인상을 추진했지만, 당국의 개입에 따라 15%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23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준비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에 대한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한다. 즉, 보험 계약 시점에 부채를 인식하던 방식에서 매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감할 수 있다. 특히 과거 고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한 보험사들은 보험부채가 막대해져 재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자본 확충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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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제판 분리…'자사형 GA' 약진
자사형 GA 출범으로 제판 분리를 시작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 각사 제공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작된 제판 분리가 올 한 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있다. 미래에셋생명는 지난 3월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했고, 한화생명 역시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지난 4월 출범했다.
제조한 회사 제품만 판매할 수 있었던 전통적 영업방식에서 계약에 따라 제조 회사에 구애받지 않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가 대세를 이루며, 설계사 유출로 이어져 왔다. 대형 보험사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GA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국내 생명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자사형 GA는 13곳이다. 최근 보험시장 과열 양상에 따라 자사형 GA 운영은 설계사 이탈 방지를 넘어 새로운 혁신을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몇몇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 일부를 자회사 GA로 이동하게 한 경우, 채널 전략이 아닌 전속 설계사 관리"라며 전속 설계사 이탈 방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이번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제판 분리는 전속 설계사 전부를 자회사 GA로 이동시켜 다양한 제휴사를 확보해 모회사 이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한다"며 사실상 새로운 변화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보험 시장서 한판'…빅테크 진출 및 미니 보험·헬스케어 활성화
보험 영업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 영업방식이던 대면 영업이 코라나19 여파로 힘들어짐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디지털 손보사’로 새 출발 했다. 앞서 보험업계에 디지털 보험사는 2013년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2019년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이 전부였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혔지만,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캐롯손보는 독창적인 상품을 선보이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타는 만큼 보험료를 후불로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시장 점유율 0.5%를 달성, 2년 만에 40만명 가입자를 유치했다.
코로나19 팬더믹은 전통적인 보험사 대면 영업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다. ⓒ 각사 제공
기존 보험사뿐만 아니라 빅테크사도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일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설립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사업 초기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에 집중하고 이후 모빌리티(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 보험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등 카카오 계열사를 활용한 협업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보험업계의 신시장으로 '헬스케어' 분야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험사 부수 업무로 열어주면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고령화로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보험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며 "보험산업이 헬스케어 사업과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0월 △KB손해보험은 헬스케어 자회사 'KB헬스케어'를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자회사인 '신한큐브온' 설립 본인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삼성생명 'S헬스케어' △한화생명 '헬로앱' △교보생명 '케어' △라이나생명 '튠H' △AIA생명 'AIA바이탈리티' 등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보험사가 헬스케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오픈뱅킹 참여 허용, 헬스케어·요양서비스 제공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헬스케어 사업 경쟁이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